한국은 인공지능(AI) 후진국, 패권다툼에 끼지도 못해...중국 AI 인재 10만 양병 프로젝트
한국은 인공지능(AI) 후진국, 패권다툼에 끼지도 못해...중국 AI 인재 10만 양병 프로젝트
  • 설수진
  • 승인 2018.06.2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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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구글•페이스북•아마존도 기술 선점하려 수조원씩 투자

인공지능(AI)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미•중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 시장 조사 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작년 세계 기업들이 AI 테크 기업 인수에 218억달러(약 23조4000억원)를 투자했다. 이는 2015년보다 26배나 늘어난 규모다. AI를 선점하는 곳이 미래의 온라인 세계를 장악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미국 구글은 2012년 이후 영국의 딥마인드 등 11개의 AI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을 인수하는 데 40억달러(약 4조3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페이스북 역시 얼굴 인식 AI 기술을 가진 페이스닷컴 등 6개 AI 기업을 인수했고, 아마존도 AI를 활용한 스마트홈 스타트업인 링(Ring)을 10억달러에 인수하며 AI 인재•기술 선점에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 맞서 중국은 3대 인터넷 기업인 알리바바•바이두•텐센트를 중심으로 대규모 인재 양성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중국 바이두는 지난 4월 앞으로 3년간 10만명의 AI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선언했고, 알리바바는 AI 분야에만 향후 150억달러(약 16조112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텐센트도 작년 캐나다의 대표 AI 기술 기업인 '엘리먼트.ai'등 북미 지역 AI 기업 12곳에 투자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는 "구글, 바이두 등 미국과 중국 IT 기업들은 이미 AI 분야에서는 '수퍼 스타'가 돼 경쟁사들이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이 됐다" 고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 AI 스타트업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미국의 시장 조사 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작년 세계 AI 스타트업 투자금(152억달러) 중 중국 AI 스타트업들이 48%를 유치했고, 미국 기업이 38%를 확보했다. 고려대 이상근 교수(컴퓨터학과)는 "과감한 규제 개혁으로 한국을 AI 신기술을 시험하는 테스트베드(testbed•시험장)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더 늦어지면 AI 기술 경쟁에서 한국이 설 무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빅데이터•AI 후진국


지난 4월 19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杭州) 공쇼구에 있는 항저우 제11 중학교. 학생들은 점심시간에 식당으로 가 순서대로 배식구에 있는 카메라에 얼굴을 댔다. 1∼2초 지나자 모니터에 '결제가 완료됐다'는 표시가 뜨고 곧바로 조리사들이 음식을 내줬다.


이 학교는 작년 10월 중국 알리바바가 개발한 얼굴 인식 인공지능(AI) 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다. 학생들은 자기 얼굴을 카메라로 찍어 결제 시스템에 미리 등록만 하면 된다. 식당 바로 옆 음료수 자판기에도 안면 인식 AI 결제 기능이 담겨 있었다. 음료를 선택하고 자판기를 쳐다보면 자동으로 음료가 나오고 학생 카드에서 돈이 차감된다.


이 학교는 학생들이 받는 수업 내용이나 참여도까지 안면 인식 AI로 분석한다. 교실에 설치된 카메라 3대는 학생들의 표정 변화나 읽기•쓰기•듣기•서기•손들기•졸기 등 6가지 행동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교사들의 수업 능력과 참여도를 판단한다. 예를 들어 수학 시간에 학생들이 많이 웃고 손을 많이 들면 AI가 "수학 수업은 학습 질이 높다"고 판단하고, 무표정하거나 조는 학생이 많으면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해준다.



지난달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21세기 중국 베이징 국제 하이테크 엑스포’에서 관람객들이 학교 교실에 설치돼 있는 얼굴인식 인공지능(AI) 기술을 보고 있다. 항저우의 제11 중학교에서는 교실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학생들의 얼굴•표정 변화, 수업 참여도 등을 AI가 분석해 교사들의 수업 능력과 학생들의 집중도 등을 판단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인터넷 기업 구글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등장한 지 3년 만에 AI는 이미 세계인의 삶 곳곳에 파고들고 있다. AI가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에 탑재되는 수준을 넘어서 집과 사무실, 방범시스템 등 도시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 신용평가부터 근무관리까지 삶에 밀착


중국 2위 생명보험사인 핑안보험은 대출을 신청한 사람들의 신용도를 판단하는 데 AI를 활용한다. AI가 대출 신청자에게 "대출 상환 계획은 어떻게 되느냐" "현재 소득 수준은 얼마냐" 등의 질문을 하고, 답변하는 대출 신청자들의 표정 변화, 눈썹•입술 움직임 등 50여 가지의 특징을 파악해 클라우드(가상 저장공간)에 저장돼 있는 빅데이터와 비교•분석한다. 이를 통해 대출자가 얼마나 정직하게 말하는지 판단해 신용 등급을 책정한다. 소득 수준이 높아도 거짓말을 했거나 거짓말로 의심되는 사람에게는 더 높은 금리를 책정한다.


미국의 소프트웨어 업체인 워크데이는 직원들의 근무 상태부터 이직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는 AI를 개발해 기업들에 제공한다. 워크데이의 AI는 임직원들의 급여, 출퇴근 시각 체크부터 상사와의 관계가 어떤지, 업무에 얼마나 몰입하는지 등 총 60여 가지의 데이터를 분석해 근무 상태를 판단한다. 이를 통해 직원들의 이직 가능성에 대해서도 파악한다. 우수 인재(人材)가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 관리자가 애로 상담 등 대응에 나선다.


미국의 바이오•소비재 기업인 존슨앤드존슨과 유럽의 대표 소비재 기업인 유니레버는 직원 선발에 AI를 적용한다. AI는 지원자들이 제출한 이력서를 분석해 허위 여부를 판단하고, 지원자의 경력이 실제 업무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면접관들에게 알려준다. 이 기업들은 AI를 활용하면서 이력서를 검토하는 데 쓰는 시간을 4분의 1로 줄였고, 입사 지원부터 최종 합격까지 걸리는 시간도 평균 4개월에서 4주 미만으로 대폭 줄였다.


█ AI로 공공 치안 확보하고, 인프라 관리


미•중 정부는 공공 인프라 영역에도 AI를 대폭 적용하고 있다. 미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개발한 얼굴인식 AI인 '레코그니션 서비스'는 공공 치안 영역에 쓰인다.

미국 오리건주 워싱턴카운티와 플로리다주 올랜도 경찰 당국은 지명수배자 명단과 사진 데이터를 AI로 분석한다. 그다음 도시 곳곳에서 설치된 CCTV에 찍힌 사람의 얼굴 영상과 대조해 범죄자를 가려낸다.


중국 선전(深圳), 광저우(廣州) 등에서도 경찰 당국이 얼굴 인식 AI를 활용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 저장성에서 열린 한 콘서트장에서는 사기 혐의로 지명수배됐던 한 남성이 얼굴 인식 AI에 적발돼 검거되기도 했다.

영국의 최대 통신업체 보다폰은 AI를 활용해 통신망(網) 장애 발생 여부를 미리 예측한다. 사용자들의 밀집도, 데이터 사용량 등을 분석해 장애가 일어날 만한 지역의 통신망이나 장비를 미리 업그레이드해 불편을 최소화하는 식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무랄리 고팔라크리시나 스마트 시티•로봇 사업 총괄은 "2∼3년 뒤에는 AI가 도시를 관리하고, 범죄 발생을 예측하는 SF(공상과학) 영화 같은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 트랙터가 알아서 잡초•작물 식별… 토양 분석해 비료 시기와 양 조절


세계 최대 농기계 제조사 존디어(John Deere)는 작년 9월 미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블루리버 테크놀로지를 약 3억달러(약 3200억원)에 인수했다. 블루리버 테크놀로지의 AI는 토양 상태를 분석해 제초제와 비료•물을 뿌리는 시기와 양(量)을 조절한다. 트랙터 하단에 설치한 카메라가 토지를 촬영하면 AI가 데이터를 분석해 잡초와 작물을 구분한다. 잡초에는 정확하게 제초제를 분사하고 작물에는 비료를 떨어뜨려 농작물 수확량을 늘린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인공지능(AI) 기업 블루리버 테크놀로지에서 개발한 AI 트랙터. AI가 잡초만 식별해 제초제를 뿌리고 작물에는 비료를 준다. /블루리버 테크놀로지 인스타그램


AI를 탑재한 드론도 농업에 활발하게 활용된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달 중국 드론 업체 DJI와 협력해 농업용 AI 드론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MS는 하늘에 띄운 드론과 땅속 센서를 통해 토양의 온도와 습기, 영양 상태 등 자료를 모은다. 이를 AI가 분석해 농작물 수확량을 극대화하는 비료•물 뿌리기 시점과 위치 등을 판단해준다. 세계 최대 종자(種子) 기업인 몬샌토도 2013년 기상 자료 기업 클라이밋을 1조원에 인수해 '빅데이터 농업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농•축산업과 같은 1차산업에도 AI, 빅데이터와 같은 첨단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는 배경에는 세계 인구 증가, 농축업 종사자 수 감소와 같은 현상이 있다. 현재 76억명인 세계 인구가 2050년에는 97억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농작물 생산량 증가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AI•빅데이터 같은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시도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LG CNS는 2016년 새만금 일대에 AI와 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한 스마트 농장 건립을 추진했지만, '대기업이 농민 생존권을 침해한다'는 반발에 밀려 사업 자체를 중단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기업 진입을 규제해서는 우리나라 농업 분야에서는 미국 몬샌토 같은 세계적 기업이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 빅데이터 없는 AI는 연료 없는 자동차 꼴


"데이터가 없는 인공지능(AI)은 연료가 없는 자동차와 같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AI를 위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도, 이를 활용하는 것도 힘든 게 현실입니다."


포스텍 서영주 정보통신연구소장(컴퓨터공학과 교수)은 중국이 앞으로 AI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에서 선두 국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리바바•텐센트 등 중국 기업들이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13억명의 인구가 쏟아내는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하며 AI 기술 수준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서 소장은 "현재 미국 대학에서 AI를 연구하는 인재 중 상당수가 중국 학생들"이라며 "이들이 중국으로 돌아가 발 빠르게 AI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상용화해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기업에서 AI를 활용한 스마트 공장 기술을 개발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정작 데이터는 공유해주기 힘들다고 말한다"면서 "데이터 없이 AI를 개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라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말했다. 서 소장은 "이를 해결하려면 정부에서는 규제를 완화하고 데이터를 많이 가진 기업들은 전향적으로 이를 개방하고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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