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의 분야에서 혁신성장을 이끌 전문 인력이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과 직결된 신기술 분야 인재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23일 캐나다 AI기술업체인 엘리먼트AI에 따르면 한국의 AI 전문가는 180명(2017년 말 기준)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분석 대상 15개국 중 13위로 최하위권이다. 1위에 오른 미국(1만2027명)이나 영국(2130명)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스페인(633명) 싱가포르(312명) 등에도 크게 뒤지는 결과다.


전문가가 부족하다 보니 인력 수급의 미스매치가 심각하다. 카카오 관계자는 “AI, 블록체인 등의 전문가는 구인난이 심해 정원을 두지 않고 수시 채용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최대 인터넷기업인 텐센트는 “세계적으로 AI 연구에 필요한 인력이 수백만 명이지만 공급은 30만 명 수준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인재를 육성하고 배출하는 교육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점이 더 큰 문제다. 한국 기업들은 자구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 SK텔레콤 네이버 등은 해외에서 ‘S급’ 인재를 영입하거나 해외 AI 연구소 인수에 집중하고 있다. 자체 인력 양성 움직임도 활발하다. 박희재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기업과 대학이 산학협력으로 인재 육성과 기술 개발에 나서고, 정부도 지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알파고의 4대 1 승리로 끝난 이후 전 세계에서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인간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바둑계를 AI가 점령하면서 인간들이 나아갈 길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전 세계는 AI와 로봇으로 촉발되는 4차 산업혁명을 맞아 기계가 따라오지 못할 인간 고유의 특성을 살릴 교육방식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 창의적인 사고가 목적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매년 40억달러(약 4조3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유치원부터 고등학생까지 소프트웨어(SW) 교육을 하고 있다. 미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인 SAT에도 컴퓨터 프로그래밍 과목이 추가됐다. 영국은 5세 이상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SW 교육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2014년 SW 교육을 정규 교육과목으로 편입했다. 핀란드는 7~16세를 위한 의무교육 과정에 SW 교육을 도입했다.


전 세계가 SW 교육에 몰두하는 이유는 창의적인 사고를 키우기 위해서다. 교육부는 "SW 교육의 목적은 '컴퓨터 작동법'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컴퓨터가 사고하는 방식'을 통해 주어진 문제를 창의적이고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중학생 이상을 대상으로 연간 34시간 이상 의무적으로 SW 교육을 받는다. 내년부터는 초등학교 5~6학년까지 확대된다.


정규교육을 마치고 이미 직장에 다니는 이들도 새로운 기술 배우기가 일상화됐다. 기존의 지식이나 기술력으로는 앞으로 달라지는 사회 변화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15년차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컴퓨터 관련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며 "현재 담당하고 있는 업무와 관련해서도 기존 자격증과는 다른 새로운 기술의 자격증이 필요한 데다 앞으로 은퇴시기가 다가오는 것을 고려하면 새로운 역량을 준비해두는 게 필요해 틈틈이 인터넷 강의로 공부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SW나 AI 등 컴퓨팅적 사고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 대한 재교육은 주요 관심대상 중 하나다. 일례로 직장인이나 은퇴자들의 수강이 활발한 사이버대학교에서 컴퓨터 관련학과 개설은 다양하다. 올해 사이버대 전공 현황을 보면 컴퓨터정보통신공학 전공, 소프트웨어공학과, 정보통신공학을 비롯해 정보통신기술(ICT)공학부, 자동차 정보기술(IT)융합공학 전공, 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 등 컴퓨터 기술을 활용한 학습은 물론 다른 분야와도 연계한 컴퓨터 관련 전공들이 개설돼 있다.


■ 사설학원도 SW 화두


일반 사설학원 역시 마찬가지다. 초•중•고 대상 SW 교육이 활성화되는 것은 물론 성인을 대상으로 한 관련 프로그램이나 강의도 등장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학술이나 교육 관련해서도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컴퓨터 기술과 관련된 미래 기술을 가르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한석수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원장은 "고도화된 기술 발달이 이끄는 미래사회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몇 사람의 인재가 아닌, 모든 사람이 인재가 되기 위한 교육체제 혁신의 필요성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며 "교육과 기술의 융합•연결을 통한 창의적 인재 양성방안과 교육의 역할 변화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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