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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시대든 모바일 시대든 한국은 운영체제(OS)에 관한 한 단 한 번도 시장 주도권을 잡아 본 적이 없다. PC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가 평정했고, 모바일 시대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가 양분했다.


그렇다면 요즘 각광받고 있는 블록체인 시대는 어떨까.


플랫폼 블록체인은 OS 역할을 한다. 분산 애플리케이션(Dapp.이하 댑)이 작동하는 기반을 제공해 준다. 이더리움과 EOS가 대표적이다.


아직 플랫폼 블록체인 기술은 초기 단계에 있다. 이더리움이 앞서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뛰어넘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 누가 이 시장을 주도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인 만큼 한국 기술 기업에도 충분히 기회가 열려있다는 기대가 크다.


블록체인 업계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시대 플랫폼 주도권은 절대 놓쳐선 안될 기회"리고 입을 모으고 있다.

권용길 네오플라이 대표는 "스마트폰 시대에도 우리가 OS를 못 만들었던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가 타이젠 같은 시도를 했다. 다만 산업적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블록체인 플랫폼 경쟁)은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우리 기업들이 충분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아직 산업 초기 단계인 블록체인 분야에선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네이버는 자회사 라인을 통해 자체 블록체인을 개발하고 독립적인 생태계를 구성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블록체인 기술 자회사 그라운드X를 설립하고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데일리인텔리전스 블록체인 전문 계열사 더루프는 자체 블록체인 아이콘을 출시해, 현재 애플리케이션 생태계 확장에 힘쓰고 있다.


이에 대해 박재현 두나무 블록체인연구소 람다 265소장도 "블록체인 플랫폼 확보는 인공지능(AI) 기술 확보 보다 더 중요하게 달려들어야 하는 일"로 "'할 수 있느냐'를 따질게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블록체인 플랫폼 확보를 위해 국내 시스템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 기반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안타까운 부분은 우리나라 SW 산업이 침체돼 있었다는 점과 SW 엔지니어들이 서비스 개발 분야에서만 경험을 쌓다 보니 OS 단으로 내려가는 개발을 어려워한다는 점"이라며 우리나라 블록체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극복해야 할 부분으로 꼽았다.

그는 이어 "암호화폐 논쟁을 떠나서 반드시 (블록체인 플랫폼확보는) 필요하다"고 다시 한번 힘줘 말했다.


█ 왜 블록체인 플랫폼이 필요한가?


최근 ICT 분야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들이 아마 가상화폐, 암호화폐, 블록체인일 것이다. 가상화폐는 암호화폐를 포함하는 좀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서 각종 서비스의 마일리지나 포인트 같은 것을 포함하고 있고, 암호화폐는 비트코인 처럼 암호화 기술을 사용하여 위변조가 불가능한 형태의 실물이 없는 가상의 디지털 화폐를 말한다(엄밀히 말하면 현재 흔히들 말하는 가상화폐는 모두 암호화폐이다).


비트코인은 단순한 암호화폐가 아니라 은행같은 중간의 기관의 간섭없이 사용자간에 직접 화폐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러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암호화폐 사용자와 거래소, 비트코인 시스템의 안정적인 운영을 담당하는 채굴자, 그리고 끊임없이 필요한 기능과 오류를 수정하기 위한 개발자 커뮤니티 등 다양한 참여자들의 노력이 비트코인을 구성하고 있고 성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서로 신뢰할 수 없는 사람들이 모여 거래에 대한 이상유무를 합의하고 이에 따라 신뢰할 수 있는 거래가 이뤄지는 시스템과 생태계가 바로 비트코인이다.


우리가 현재 널리 애용하고 있는 모든 서비스는 중앙집중형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운용된다. 모든 서비스와 콘텐츠는 중앙의 집중화된 클라우드를 통해 사용자에게 제공된다. 사용자는 사용한 만큼 일정한 대가를 지불(Pay as you go)하고 콘텐츠와 서비스를 이용한다. 심지어 우리가 무료 서비스라고 알고 있는 서비스도 사용자에게 광고를 전달하며 엄청난 수익을 창출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엄청난 수익은 모두 중앙의 플랫폼 소유자에게 집중된다. 플랫폼 소유자는 발생한 모든 수익을 독점한다. 물론, 콘텐츠를 공급하거나 일정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트너에게는 우월적 지위에 있는 플랫폼 소유자가 정한 기준에 따른 대가가 전달된다.


중앙집중형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모든 규칙은 플랫폼 소유자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플랫폼이 작동되고 수익을 만드는 데 참여한 사람들 공헌에 따른 가치 공유는 고려되지 않거나 플랫폼 소유자의 규칙에 따라 결정된다.


구글과 네이버는 인터넷상에 공개된 데이타를 모아 이를 손쉽게 검색하게 해주고 대신 검색 창과 결과에 광고를 게재하면서 엄청난 수익을 만들어 낸다. 물론, 이렇게 발생한 수익으로 서버를 운영하고 회사를 운영한다 라고 플랫폼 소유자들은 말을 하겠지만 전체 수익 중 사용자와 파트너 등 해당 비즈니스가 성장하는 데 기여한 구성원들에게 돌아가는 가치 공유는 없다. 모든 것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결정된다.


아마존 또한 마찬가지이다. 중앙에 커다란 컴퓨팅 인프라를 클라우드로 구축하고 사용한만큼 사용자들에게 대가를 받는다. 많이 사용하면 할 수록 아마존은 더큰 수익을 내면 중앙의 클라우드는 더욱 커진다. 아마존 클라우드가 성장하는 데 기여한 사용자 및 솔루션 제공 파트너들에게는 가치공유란 존재하지 않는다.


■ 블록체인 기반 분산형 플랫폼 비즈니스


블록체인 기반 분산형 플랫폼에서는 중앙에 집중화된 클라우드 서버도 데이터도 없다. 분산된 플랫폼에 참여한 개별 컴퓨터가 하나의 서버이고 이 서버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 기반 클라우드 서버가 된다.


데이터는 모두 동일하게 공유되고 이 데이터는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비록 연결된 사람들은 서로를 알지 못하고 신뢰할 수 없지만 서로 거래에 대한 이상유무를 확인하고 이 결과를 합의하여 모든 거래가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든다.


분산형 플랫폼에 참여해 서비스를 이용하면 이에 대한 대가로 암호화폐를 지불한다(Pay 암호화폐 as you go). 지불된 암호화폐는 플랫폼에 참여한 구성원들의 역할과 제공된 노력만큼 자동으로 전달된다. 이 모든 거래는 투명하게 공개되고 각각의 역할과 이에 대한 보수 등 모든 비즈니스 규칙은 공개되고 모든 참여자들의 합의나 투표에 의해 결정되고 자동으로 적용된다.


블록체인 기반의 이더리움은 임의의 서버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하나의 컴퓨터 클라우드를 형성하고 스마트 컨트랙트를 하나의 컴퓨터에서 수행하는 것 같은 것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블록체인상에 특정 조건이 만족하면 암호화폐를 자동으로 해당 대상에게 전달하게 해주는 계약 을 만들고 이를 자동으로 실행하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만들고 이를 작동시키기 위해 이더리움은 이더(Ether)라는 가상화폐를 사용한다. 이더리움상에서 컨트랙트를 만들고 작동시키려면 이더를 사용해야 한다. 컨트랙트들이 작동될 때 제공된 이더는 거래의 이상유무를 검증해주는 채굴자들의 노력에 대한 대가로 자동으로 제공된다.


또한 컨트랙트가 실행되면 해당 컨트랙트에 명시된 거래 조건이 만족하면 자동으로 컨트랙트 내용에 따라 이더가 다른 사용자에게 전달되기도 한다. 가령, 이더리움 상에서 음악이나 영상같은 디지탈 저작권을 보증해 주고 거래할 수 있는 컨트랙트를 통해 음악을 암호화폐 이더를 통해 구매하여 들을 수 있다.


이 때 구매에 사용된 이더는 컨트랙트를 통해 해당 음악을 제작하는 데 참여한 작곡가, 작사가 , 세션, 그리고 가수 들에게 미리 정해진 규칙에 의해 자동으로 전달된다. 거래에는 중간에는 저작권사나 기획사 등 어떠한 개인이나 단체도 개입할 수 없다. 이 모든 과정의 비즈니스 규칙은 투명하며 어떤 부정 거래를 용납하지 않는다.


또한 이더리움 플랫폼이 성장할수록 암호화폐 이더를 소유한 모든 참여자들은 그 성장 가치를 공유한다. 이더리움 외에도 리플, 라이트코인, 대쉬, NEM, 이더리움 클래식, 비트코인 클래식, 모네로 , Zcash, 디크리드 (Decred) 등 많은 암호화폐 있으며 이들 모두 분산형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지향한다.


■ 독립형 생태계를 꿈꾸는 블록체인 세상


경험상 블록체인 기반의 플랫폼들이 안정적으로 작동되고 운영되기 위해서는 많은 개별 서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네트워크에 접속과 중단이 자주 반복되면 불안정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채굴(마이닝)이라는 인센티브기반 운영체계를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정적인 서버를 확보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기술 및 운영 측면에서 볼 때 반드시 중앙집중 방식의 플랫폼이 비효율적인 것은 아니다.


실제 암호화폐들의 채굴업체들의 운용비용을 볼 때 블록체인 기반 P2P 플랫폼도 생각보다 많은 운영 비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것처럼 두 방식은 비지니스 모델 측면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이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을 활용하고 고려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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