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주체가 3자 제공 결정, '마이데이터' 시범사업 시행



자료 4차산업혁명위원회 제공


정부가 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보주체의 정보 활용도를 높이고 공공데이터 개방을 크게 확대한다. 아울러 5만 명의 데이터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100여개의 빅데이터 전문기업도 육성하기로 했다.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는 26일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4차 산업혁명위원회 회의실에서 제7차 회의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의 ‘데이터 산업 활성화 전략’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략은 △데이터 이용제도 패러다임 전환 △데이터 구축•개방•저장•유통•분석•활용에 대한 국가 빅데이터 지원체계 마련 △데이터산업 육성 기반 조성 등 크게 3가지로 구성됐다.



먼저 정부는 정보주체 중심의 데이터 이용제도 패러다임 확산을 위해 정보주체가 자기 정보를 직접 이용하거나 제3자 제공 여부를 결정하는 ‘마이데이터’ 시범사업에 나선다. 올해 의료•금융 분야를 시작으로 오는 2022년까지 사업 범위를 총 10개 분야로 확대한다.


데이터 구축•개방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난해 48개였던 개방 공공데이터를 오는 2022년까지 128개로 확대하고, 범용분야와 전문분야의 AI 데이터를 만들어 단계적으로 보급하기로 했다. 또 데이터 저장•유통 활성화를 위해 중앙 정부는 물론 지자체에까지 클라우드를 도입하고, 중소기업 1만 곳의 클라우드 도입을 지원한다. 이밖에 데이터의 분석•활용 활성화를 위해서는 오는 2022년까지 500개 중소기업에 빅데이터 전문 기업 매칭에 나서기로 했다.


데이터산업 육성 기반 조성을 위해서는 2022년까지 대학 전공 신설•연구센터 확대 등의 방식으로 5만명의 데이터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내년부터는 ‘국가공인 데이터 분석 국가기술자격제도’도 새로 시행하기로 했다. 또 IT 기업이 대거 입주해 있는 판교 일대 집중 지원을 통해 100여개의 빅데이터 전문기업을 육성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지난해 6조3,000억원 수준이었던 국내 데이터 시장을 오는 2022년까지 10조원 규모로 확대하고 지난해 10만7,000명 수준이었던 전문인력을 15만명 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장병규 4차 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데이터 산업 활성화 전략을 마련한 것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자원으로 불리는 데이터에 대한 우리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이를 토대로 데이터의 산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4차 산업혁명위원회 산하 헬스케어 특별위원회가 선정한 6대 핵심프로젝트도 공개됐다. △헬스케어 빅데이터 쇼케이스 △헬스케어산업 생태계 조성 △스마트임상시험센터구축 △인공지능 활용 신약개발 △스마트 융복합 의료기기 개발 및 제도개선 △체외진단 기기 시장 진입 촉진 등이다. 헬스케어 특위는 이들 과제의 수행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해나갈 계획이다.


■ 한국형 데이터 거래소 창설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의 '원유'로 꼽히는 데이터 산업 육성을 위해 기업들이 한곳에 모여 자유롭게 데이터를 거래할 수 있는 데이터 거래 플랫폼을 만들고 모든 공공기관의 공공데이터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국가데이터맵도 구축한다. 또 앞으로 5년간 5만명의 데이터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정부는 우선 개인정보 관련 법 개정을 하지 않고도 바로 시행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정보 주체가 기관으로부터 자기 정보를 직접 내려받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다. 의료, 금융, 통신 등 분야에서 대규모 시범사업이 올해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현행법 체제하에서도 개인이 기업, 기관이 가진 본인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라며 "이용자가 좀 더 편리하도록 기업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유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시범사업이 실시되면 대형병원 건강검진 결과를 스마트폰으로 내려받아 건강관리에 쓰거나 통신사 음성•데이터 사용량을 다운로드해 맞춤형 요금제를 추천받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 기업 참여 거래 플랫폼 신설, 데이터 아닌 분석 반출허용…개인정보 비식별조치 법제화


과기정통부는 이와 함께 올해 안에 개인정보 범위를 명확화하는 방향으로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데이터 자체의 반출 없이 분석 결과만 반출하는 '데이터 안심존'을 내년에 구축할 예정이다.

민간 기업들이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공공데이터 개방을 확대하는 동시에 데이터를 사고팔 수 있는 거래플랫폼도 만든다. 공공데이터 개방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는 '국가데이터맵'을 구축한다.


국가데이터맵이란 모든 공공기관이 보유한 공공데이터를 살펴볼 수 있는 통합 관리체계다. 이를 위해 정부는 모든 공공기관이 가진 데이터를 전수조사할 계획이다. 데이터 거래플랫폼은 어떤 기업이든 참여해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등록•검색•판매할 수 있도록 한 일종의 거래소다. 지금은 개별 기업들 간에 협상으로 이루어지는 데이터 거래가 보다 쉽고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다.


이와 함께 4차위는 데이터 활용에 있어 규제와 충돌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변화시킨다. 이를 위해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을 올해 중 추진할 예정이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4차위가 개최한 규제제도혁신 해커톤에서 논의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개인정보 침해 없는 데이터 활용을 위한 비식별조치의 근거인 가명 및 익명정보 개념을 신설하고 이를 제외한 개인정보의 범위를 보다 명확하게 하는 내용을 담는다.


이와 함께 정부는 급성장하는 데이터 산업에서 필요한 인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22년까지 실무인력을 중심으로 5만명의 데이터 전문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와 고용노동부의 주도 아래 석•박사 수준의 데이터 과학자 양성을 위해 대학별로 신규 전공 및 연구센터 등을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4차위는 지난달엔 인공지능 관련 고급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인공지능대학원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4차위 관계자는 "인공지능 기술력 확보와 데이터 산업 활성화는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4차위 산하 헬스케어특별위원회는 이날 미래 헬스케어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논의해왔던 6대 핵심 프로젝트 추진 현황을 보고했다. 헬스케어특별위원회는 본인 동의를 기반으로 헬스케어 데이터를 종합 분석할 수 있는 시범적용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스마트 임상센터 구축을 위해 임상시험센터 간 통합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첨단 기술을 임상시험에 접목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또한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단축하기 위해 인공지능 활용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신개념 융복합 의료기기에 대한 표준•규격 마련 등 신속한 인허가 진행을 위해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장병규 위원장은 "헬스케어 분야는 우리나라 최고 인재들이 모이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분야인 만큼 집중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정부, 뒤늦게 왜 호들갑?


정부가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에 나선 이유는 현재 대규모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활용하는 빅데이터 기업이 세계경제를 주도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5대 기업인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페이스북 모두 데이터 기반의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들이다. 미국•EU•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일찌감치 데이터 경제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있는 반면 한국은 엄격한 개인정보 규제로 빅데이터 산업이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정부는 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통해 오는 2020년까지 데이터 전문 강소기업 100개, 빅데이터 전문인력 5만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경쟁국가인 중국은 국가가 직접 나서 거래소를 설립해 빅데이터 시장을 키우고 있다. 2014년 12월에 설립된 구이양빅데이터거래소(GBDE)는 세계 최초의 빅데이터 거래소로 자본금의 36%가 중국 국유자본이다. 중국의 대표 IT기업인 텐센트, 알리바바 등을 포함해 약 2000개 회원사가 있으며 이 중 225개 기업은 직접 데이터를 판매하고 있다. 정부도 이를 벤치마킹해 한국형 데이터 거래소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권헌영 한국인터넷윤리학회장(고려대 교수)은 "가명, 익명정보에 대한 기준을 정립하는 것은 개인정보 규제가 일단 좀 더 완화되는 정책"이라며 "데이터 산업에서 가장 이상적인 것이 사용자 스스로 정보를 제공해 이를 기반으로 한 사업이나 서비스가 구현되는 것인 만큼,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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