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된 국제결제은행(BIS)이 가상화폐가 제도권 통화로서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자금세탁 등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적 차원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로써 가상화폐가 실제 대체 통화로 이용될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이 같은 내용의 '2018 BIS 연차보고서'를 요약 발표했다. 위원회는 이 보고서에 근거해 가상화폐에 대한 정책 방향을 정할 방침이다. 주요 20개국(G20)은 지난 4월 재무장관 회의를 통해 오는 7월까지 가상화폐 규제 초안을 내놓기로 했다. 우리 정부도 이 초안에 근거해 규제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날 요약 발표된 BIS 연차보고서를 보면 가상화폐는 기술적·경제적인 측면에서 제도권 통화로서의 역할에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BIS는 기술적으로 가상화폐 채굴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을 채굴하려면 스위스의 연간 전력소비량에 맞먹는 에너지를 써야 한다.


데이터량도 문제다. 현재 약 170GB에 달하는 비트코인 원장용량은 매년 50GB씩 늘어나고 있고, 이렇게 데이터량이 과도해지면 인터넷이 마비되고 거래가 지연될 수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봤을 때 시장수요에 따라 가치가 급격히 변하는 약점을 갖고 있다. 제도권 통화는 발행량을 조절해 가치를 안정시키지만, 가상화폐는 발행량이 미리 정해져 있어 안정화 자체가 불가능하다.


장부조작 가능성도 있다. 비트코인의 경우 거래검증에 60분이나 소요되고, 채굴자 과반수가 동의할 경우 장부조작이 가능해 개별거래를 취소할 수 있다. 포크로 인한 가치변동성도 문제다. 포크는 오류수정, 성능개선 등의 이유로 기존 원장 외 새로운 원장을 신설하는 절차를 말한다.


2013년 초 비트코인 하드포크 발생 시 가격이 3분의 1로 떨어졌고 몇 시간 동안 거래가 무효화됐다.

다만 블록체인 기술의 경우 국가 간 송금 등에 활용될 수 있다고 봤다. 국가 간 연간송금액은 2016년 기준 5400억 달러에 달한다.


BIS는 가상화폐가 익명성을 가지고 있어 자금추적 및 과세를 회피하거나 불법거래 등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봤다. 해킹, 사기성 가상화폐공개(ICO)로 인한 투자자 피해도 만연하다.


BIS는 국경을 넘나드는 가상화폐의 특성상 국제공조가 필요하다고 봤다.


BIS는 "가상화폐와 금융기관 간의 상호연계성을 감안해 기존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며 "가상화폐에 특화된 서비스 제공업체에 대한 규제를 정비하고, 국가 간 일관성 있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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