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대출에 블록체인 접목..사기 방지 새시장 개척해야

국내 핀테크 산업의 유망주로 부상하며 기업수와 투자규모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개인간(P2P) 금융산업이 사기 대출과 부실운영 사태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사태로 P2P산업 전체가 '관리 사각지대'라는 낙인이 찍혀 산업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고사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사례와 비교했을때 P2P산업은 시장성이 있고, 매력적인 산업이라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늦었지만 업계와 당국이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기회에 적절한 규제를 마련해 시장의 혼란을 정리하고 산업을 제대로 키울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P2P금융은 유망 핀테크(Finance+Tech•금융과 기술의 결합)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급성장했지만 정작 진정한 테크(기술•Tech)를 갖추지 못한 반쪽짜리 산업에 그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단순히 개인 간 금융이라고 해석해 대출자와 투자자를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고도화된 심사평가 시스템 등의 기술을 통해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최소한의 기술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이 난립하면서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P2P산업이 핀테크의 유망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선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있다.


■ 테크없는 핀테크 유망주 비판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핀테크 분야 중 P2P가 기업수와 투자금액 면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2P산업이 단연 핀테크산업을 대표하는 업종인 셈이다.


하지만 새로운 산업에 대한 규제가 전무해 규제 공백을 틈타 각종 범죄와 사기로 시장이 혼탁해진 상황이다. 사기대출과 부실대출, 돌려막기 등으로 업체들의 도산이 이어지면서 자칫 제2의 저축은행 사태로 번질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들 기업의 문제점은 공통적으로 '기술'이 빠져 있었다는 지적이다.


국내 유명 P2P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시장에 많은 플레이어들이 진입하기 시작했는데, 별다른 기술기반이 없는 업체들이 난립하기 시작해 대부업체와 비슷한 영업행태를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현재 문제가 되는 부분들도 기본적으로 갖춰야하는 기술만 제대로 갖췄다면 불거지지 않을 문제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자금관리 시스템 등 기본 인프라만 갖춰졌어도 자금관리를 보다 투명하고 안정적으로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는 기본 자금관리 시스템 조차 갖추지 못해 주먹구구식으로 자금이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먹튀 등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P2P금융협회는 최근 임시총회를 통해 "협회차원에선 자금관리 시스템 강화 및 보완을 핵심과제로 진행하며 중장기적으로 은행자금관리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대출자산에 대한 신탁화: 신탁사를 통한 자금집행 및 자산관리 △불완전판매 금지: 투자자 유의사항 표준화 및 상품소개서 정형화 △개발인력 직접 보유를 통한 기술금융실현 등의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일각에선 P2P금융에 블록체인을 활용한 서비스도 구상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P2P대출의 문제 중 업체가 투자설명서 등의 문서를 자주 변경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블록체인을 활용해 사기를 방지할 수 있다"면서 "해당 서비스를 만들어 실질적으로 도입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 선도기업 자체기술이 경쟁력


주목할 만한 점은 실질적으로 업계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는 업체들은 자체적인 신용평가 기술까지 갖추고 있는 제대로된 기술기반의 핀테크 기업이라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업계 1위인 렌딧의 경우 대출 심사를 위해 개인신용평가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머신러닝 기법을 통해 고도화해왔다.


이 같은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금융권이 제공하지 못했던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김성준 렌딧 대표는 "P2P금융의 핵심은 제1금융권에서 우량 대출은 못 받지만, 제2금융권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틈새시장을 노리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여러 지표들을 빅데이터로 종합 분석하는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심사평가 모델을 고도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P2P업계 관계자는 "P2P산업의 정체성은 기술을 통한 심사시스템 고도화와 리스크 관리가 핵심"이라며 "규제공백 상태에서 기본적인 기술인프라도 갖추지 못한채 시장에 진입해 문제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에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기술기반의 금융이라는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야할 때"라고 조언했다.


■ 조속한 법제화가 급선무


P2P 대출 자산의 부실화는 운영기관의 도덕적 해이와 전문인력 부족이 맞물린 결과지만 근본적으로는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P2P 금융업체는 상법상 금융회사가 아니어서 금융당국이 관리 감독할 권한이 없다. 금융당국이 설령 부실운영 실태를 적발하더라도 이를 제재할 수 없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P2P 금융업체를 상대로 벌인 현장 점검을 통해 5개 업체의 특혜 대출사례를 적발했지만 아무런 후속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없었던 탓이다. 부실운영 책임이 있는 P2P 업체를 처벌하려면 사법당국이 직접 나서야할 판이다.


P2P대출 가이드라인과 국회 발의 법안 (표=국회입법조사처)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은 P2P 금융시장이 급성장하자 정부가 직접 규제하는 식으로 제도를 보완했다. 미국은 금융소비자보호청(CFPB)이 P2P 금융시장을 감독하고 있다. 영국은 금융행위감독청(FCA)이 업계의 건전성을 관리감독하고 있다. 중국도 2016년 관련 법규를 제정, 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CBRC)로 하여금 P2P 금융감독 권한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선 투자자 보호를 목적으로 P2P 금융회사에게 거래구조 및 투자위험을 고지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들을 잇따라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의 ‘온라인대출중개업에 관한 법률안’,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의 ‘온라인 대출거래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 자유한국당 이진복 의원의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이 법안들은 발의된지 1년이 넘도록 먼지만 뒤집어 쓴 채 방치돼 있다.

기준하 국회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입법조사관은 “기존 법률 체계에 P2P대출을 편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투자한도 수준, 자기자본 대출 금지, 수수료 규제 등에 대해 시장 왜곡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균형적인 규제 수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P2P 금융의 재건에 앞장서고 있는 한 회사 관계자는 “조속한 법제화가 P2P 금융을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한 뒤, ”아울러 이참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세제도 개선해야 한다. P2P 투자수익도 이자소득으로 간주해 25%의 세율 대신 14%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P2P 금융회사가 모집한 투자금을 상환할 때까지 모두 신탁사에 맡기거나 가상계좌를 통해 분리 보관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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