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소속 연구원 논문서 "암호화폐, ICO, 거래소 금융서비스로 간주해야" 주장



우리나라 금융감독원에 해당하는 중국 은행보험 감독관리위원회 안에서 암호화폐 관련 사업과 활동에 규제 당국이 면허증을 발급하는 인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위원회 소속 리웬홍(李文红), 장저셴(蒋则沈) 연구원은 “분산원장 계좌, 블록체인과 전자화폐 개발과 규제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연구논문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3일 코인데스크 보도에 따르면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연구에 초점을 둔 이번 논문은 ICO와 같은 암호화폐 파생 거래에 관한 활동과 사업을 감독하고 관리하는 데 필요한 여러 분야의 규제 조항을 법적으로 검토해 정리했다.


현재, 분산원장 계좌, 블록체인, 암호화폐와 그 파생 상품인 ICO와 거래소 영업 등과 연관된 자산 거래는 모두 금융 서비스로 간주해야 한다. 그러므로 금융 규제 조항에 따라 합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업체에만 면허증을 발급하는 인가제를 실시하는 것이 적절하다.


두 연구원이 논문에서 주장한 내용이 중국 규제 당국의 공식적인 의견을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중국 규제당국 내에서 미국이 일부 도입한 암호화폐 관련 사업 인가제를 지지하는 의견이 제기됐다는 것만으로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게다가 이번 논문은 또 암호화폐 관련 활동에 관한 규제 체계가 ICO와 거래소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되며, “분산원장 계좌에 관한 거래”를 다루는 모든 서비스에 포괄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인데스크가 앞서 보도한 바와 같이, 중국 인민은행과 은행보험 감독관리위원회를 포함한 규제 기관 여섯 곳은 지난해 ICO와 암호화폐 관련 거래를 금지한다고 발표하며 관련 업체들이 금융 기관으로 등록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중국 규제 당국은 암호화폐 관련 활동들에 대한 인가제를 도입할지, 한다면 어떤 식으로 제도를 운영할지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 먼저 인가제 도입한 일본은 암호화폐-블록체인 생태계 어떻게 키웠나


국내서 암호화폐 거래를 둘러싼 강도 높은 규제가 논의되는 사이 일본에서는 정부와 관련 기업들이 협업해 암호화폐-블록체인 생태계 만들기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해킹을 당해 파산하기 전까지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인 마운트곡스는 세계 최대 거래소 중 하나로 관심이 집중됐다.


그만큼 암호화폐나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이 나라에서는 이미 수 년 전부터 비트코인 결제를 지원하는 상점이 등장하는 등 발빠르게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일본 내에서 암호화폐나 블록체인을 활용한 프로젝트 중 주목받고 있는 것은 엔화를 암호화폐 '젠(Zen)'으로 1대1로 교환해주는 프로젝트다. 현재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구현되고 있는 젠은 다른 블록체인에서도 쓸 수 있도록 지원하며 암호화폐-블록체인 생태계 내에서 엔화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는 생각이다.

이런 시도는 정부와 긴밀한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인포테리아라는 일본 소프트웨어 개발사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한 일본 블록체인추진협회(BCCC) 요이치로 히라노 회장은 최근 방한한 자리에서 "이전까지는 블록체인 기술 관련 기업들이 참여했다면 지금은 증권사, 보험사 등을 포함해 수요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2015년 출범한 BCCC는 초기에 34개 기업이 모여 출범해 1년 반이 현재 200여개 기업들이 참여하는 중이다.


BCCC는 엔화와 가치가 1:1로 교환할 수 있는 새로운 암호화폐 '젠(Zen)'을 고안했다. 히라노 회장은 "엔화(Yen)보다 한 단계 더 나가겠다는 뜻에서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중간 관리기관 없이도 위변조가 불가능한 방법으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었다. 젠은 이러한 기술을 엔화와 교환할 수 있는 암호화폐를 만드는 방법으로 시도했다. 히라노 회장은 이런 활동의 배경에 "일본 정부의 규제 개선 노력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본은 지난 해 암호화폐법을 통과시켜 거래소 인가제를 시행했다. 그 결과 15개 인가된 거래소 외에는 불법으로 규정하며 제도권으로 끌어안기를 시도했다. 암호화폐를 기업 자산으로 인정한다는 방침도 이런 검증과정을 거쳐 결정됐다.


히라노 회장은 "법, 세금, 회계기준 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건전한 시장 키우기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내에서는 미진, 미야비, 오브 등을 포함해 4개~5개 가량 프라이빗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BCCC의 경우 일명 '블록체인 대학(Daigakko)'이라는 교육과정을 신설해 300명 수료생들을 배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는 일본 금융청 직원들도 참여하고 있다. 향후에는 블록체인 검정시험과 같이 블록체인과 관련된 자격시험도 만들 예정이다.


일본 경제산업성 예측에 따르면 현재 일본은 67조엔 규모 블록체인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히라노 회장은 "20세기형 조직은 계층, 구조, 통제가 있었다면 21세기형 조직은 클라우드와 블록체인을 통해 필요할 때만 서로를 연결하고 이후에는 이를 끊을 수 있는 최적의 업무환경을 만들 수 있게 됐다"며 "모든 분야에서 블록체인이 활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 한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안된다’고 만 갑론을박 중


국회를 중심으로 일정 요건을 충족한 암호화폐 거래소는 법 테두리 안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인가제' 논의가 올해 초 한때 활발히 논의 됐다. 궁극적으로 과세를 하기 위해선 암호화폐 거래소 인가제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많아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3일 현재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 인가와 관련한 법안은 3개다. 암호화폐를 지칭한 용어가 다 다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해 7월 대표 발의했다. 암호화폐취급업의 인가 요건 등을 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정태옥 의원(무소속·가상화폐업에 관한 특별법안)과 정병국 바른정당 의원(암호통화 거래에 관한 법률안)도 암호화폐 인가제를 골자로 하는 내용을 담아 대표 발의했다. 정 의원은 "금융위원회가 암호화폐 거래업자를 인가하고 금융감독원이 감독해야 한다"며 "암호화폐에 대한 영업의 자유를 보장하고 투자자를 보호해 암호화폐업을 건전하게 육성해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금까지 정부가 밝혀 온 입장과는 정반대 기류다. 금융당국은 거래소 인가제를 도입하는 순간 거래가 공식화하고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고 우려한다. 히미노료조 일본 금융청 차관은 지난해 12월 국내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암호화폐 규제를 위해 거래소 인가제를 도입했지만, 투기를 조장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고민도 일본과 유사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월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거래소를 인가하면 거래를 규율할 수는 있지만, 거래 자체에 공신력을 부여하게 되고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미국에선 뉴욕주만 인가제를 엄격히 하지만 (사실상 거래를) 안 해주기 위한 인가제"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역시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 인가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 "전혀 결정된 것이 없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거래소를 직접 건드리지 않기 위해 정부가 지난달 꺼내 든 카드가 은행을 통한 간접 규제다. 거래소를 옥죄는 대신 은행을 옥죄면, 은행이 거래소를 옥죄게끔 하는 식이다.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최대한 정부 규제에 발맞추려고 하는데도 은행은 아무런 이유 없이 어떤 거래소는 실명 서비스를 연동해주고, 어떤 거래소는 해주지 않는다"며 "정확한 기준 없이 은행이 자율적으로 판단한다고 하니 매우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역시 마냥 거래소 인가제 논의를 미룰 순 없다. 과세와 직결돼 있어서다. 과세하려면 과세 대상의 법적 정의가 뚜렷해야 한다. 기재부는 현재 국세청 등과 암호화폐 과세 방안을 논의 중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암호화폐 과세를 (거래) 제도화로 볼 수 있냐"는 박용진 의원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한편에선 암호화폐 실명제를 도입하기 전에 거래소 인가제가 먼저 도입됐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먼저 암호화폐 거래소를 인가해줘서 마당을 깔아준 뒤에 실명을 밝히고 거래에 참여하는 실명제를 도입했어야 과세 체계상 맞다"며 "그다음 토빈세처럼 아주 낮은 세율로 거래마다 세금을 물리는 거래세든, 이익이 난 데 세금을 물리는 양도소득세든 정부가 판단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윤석헌금감원장의 정중동, 인가제 도입 신중히 검토 중?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대표적 암호화폐 규제인 ICO(Initial Coin Offerings•암호화폐공개) 전면금지와 관련해 적정성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원장이 그간 제도권 안에서 암호화폐를 활성화 시켜야 한다고 강조해왔던 만큼 사실상 암호화폐 규제 완화를 염두해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향후 ICO 허용, 암호화폐거래소 인가제 도입 등 정부 정책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헌 신임 금감원장은 지난 5월 금감원 각 부서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암호화폐업계 최대 이슈 중 하나인 ICO 전면금지와 관련해 적정성 여부를 검토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위의 정책기조와 무관하게 ICO 정책과 관련한 재검토를 지시한 것"이라며 "(윤 원장은) 업무보고 과정에서 암호화폐를 포함해 블록체인 분야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금융권 내부에선 이번 지시가 암호화폐 규제 완화를 염두해둔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원장이 암호화폐 거래와 관련해 긍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윤 원장은 금융위 산하 민간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 시절에 암호화폐거래소 폐쇄 등 무조건적인 규제 움직임에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지난 1월 열린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과 금융환경 혁신' 심포지엄에서 윤 원장은 "정부는 암호화폐가 화폐도 아니고 금융자산도 아니라는 입장인데 가격 급등락에 비춰 금융자산이 아니라는 입장은 언뜻 동의하기 힘들다"고 발언하며 암호화폐를 금융자산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렇다면 윤 원장이 암호화폐 규제와 관련해 ICO 전면금지 문제를 우선 거론한 이유는 뭘까. 이는 금융위에서 ICO를 전면금지 하겠다는 방침을 지난해 9월 발표했지만 그 법적 근거가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ICO에 대한 부정적 입장은 유지하면서도 직접 금지할 법 근거는 없다"고 인정했다.


사실상 금융위의 정책기조만 변화면 언제든지 'ICO 전면금지'에서 'ICO 허용'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윤 원장은 암호화폐를 제도권 안에서 활성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ICO를 시작으로 암호화폐거래소 인가제 도입 등 암호화폐업계 현안에 대한 규제 완화 검토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위가 지난 1월 '암호화폐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추가적인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윤 원장의 의중이 암호화폐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암호화폐업계도 암호화폐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그간 윤 원장의 발언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우호적이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 원장이 개방적이고 원칙적이지만 시장(현장)을 무시해선 안된다는 얘기를 해왔다"며 "암호화폐 거래와 관련해 합리적인 규제를 주문해 왔던 만큼 향후 금감원이 현장의 상황을 잘 아는 업계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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