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부문 블록체인시장 규모 매년 84.5% 급성장, 리서치앤 마켓 조사


미 연방정부 블록체인포럼 홈페이지 캡쳐


미국, 유럽은 물론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정부 주도형 블록체인 시범사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초기 단계에 있는 블록체인 시장 선점을 위해 세계 각국 정부가 직접 나선 것으로, 블록체인 공공 프로젝트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공공 부문 블록체인 시장 규모가 올해 1억6200만달러(1800억원)에서 매년 84.5% 이상 급성장해 오는 2023년 34억5800만달러(3조90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은 블록체인 기술의 뿌리인 가상화폐에 대해 강력한 규제정책을 펴면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공공, 금융, 제조 등 각 산업분야에 확산시키기 위한 진흥정책에는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미국을 비롯해 주요 국가의 정부가 직접 나서서 블록체인 기술을 공공 행정 플랫폼에 접목하는 시범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리서치앤마켓은 "특히 기부금 모금, 투표, 세금징수 등 다양한 공공 서비스 부문에서 블록체인 기술 접목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의 버몬트•애리조나•네바다 주는 블록체인 기반 전자문서의 법적 효력을 인정, 재무부 등에서 기술 도입을 위한 개념검증을 실시하고 있다. 캐나다 국립과학연구소(NRC)도 정부 보조금 지원 정보를 블록체인을 통해 공개하고 있으며 추가적으로 적용분야를 확대할 예정이다.


영국 정부도 복지예산 관리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불필요한 행정절차 및 서류 위변조를 차단할 방침이다. 특히 영국 정부는 블록체인 기반의 플랫폼 구축으로 복지 예산의 2.5~5.4%를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의 중앙은행은 무역금융 플랫폼을 블록체인과 연계하고 있다.


두바이는 2020년까지 전체 정부를 블록체인으로 운영하는 야심 찬 목표를 발표했으며, 에스토니아는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주민등록제도와 전자투표 시행을 예고했다.


우리 정부도 블록체인 기술을 각 공공분야로 확대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전개할 방침이다. 우선 정부는 축산물 이력관리•개인통관•간편 부동산 거래•온라인 투표•국가 간 전자문서 유통•해운물류 등 6대 선도 산업을 통해 오는 2022년까지 100여 개의 블록체인 전문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블록체인 산업의 근간 중 하나인 암호화폐 관련 대책이 생략되는 등 아직도 블록체인의 의미와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반쪽짜리 체면치레용’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자치단체 차원에서는 서울시가 국내 지자체 중 처음으로 블록체인 표준 플랫폼을 구축하고 중고차 매매와 유권자 투표 시스템에 활용할 방침이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대구시도 블록체인을 시민 행정서비스에 적용할 계획이다.


■ 앞서고 있는 미국, 범정부차원에서 블록체인 사업 시동


가장 발 빠른 쪽은 역시 미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달 블록체인 기반 사이버 보안 연구가 포함된 약 7000억달러에 달하는 군사비 지출 법안을 승인했다. 블록체인으로 IT와 사이버 보안 시스템을 현대화한다는 계획이다.


한때 IT 거인이었으나 지금은 구글, 애플, 아마존 등에 주도권을 내준 IBM, 오라클, 월마트 등도 블록체인을 통해 전세 역전을 시도하고 있다. 클라우드 시장점유율이 2%에 불과한 오라클은 블록체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지난해 10월 선제적으로 내놓고 반격을 노리고 있다. IBM은 블록체인을 `넥스트 인공지능(왓슨)`으로 보고 현재 관련 프로젝트 600개를 진행 중이다.

이 처럼 산업이나 민간 분야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 도입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정부 분야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주요 업무와 의사결정 과정에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되는 '블록체인 정부'로의 변화에 시동이 걸린 셈이다.


2일(현지시간) 블록체인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하원에서 감독 소위원회와 연구•기술 소위원회가 열려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에 대해 논의했다. 그 결과 블록체인 기술은 업계 표준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지만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데 합의가 이뤄졌다.


배리 라운드밀크 공화당 의원은 블록체인의 활용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논의를 시작하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가상통화 논란을 극복하고 이 기술을 볼 수 있다면 사이버 보안과 데이터 보호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국토안보부의 사이버 보안 책임자인 더글러스 모간이 출석해 정부 차원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업무를 개선할 수 있는 영역으로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의 물류, 세관 업무 등을 꼽았다. 랄프 아브라함 감독 소위원회 위원장도 "블록체인을 올바르게 이해한다면 GPS가 네비게이션 혁명을 일으킨 것처럼 물류 분야에서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블록체인 기술 활용에 팔을 걷어붙인 미국 주도 있다. 콜로라도주 상원은 지난달 7일 정부 기록 보존 및 사이버 보안을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블록체인이 정부 데이터에 대한 위협을 완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주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을 채택한 관할 기관 데이터 시스템의 이점과 비용에 대해 매년 평가할 방침이다.


다른 주에서도 블록체인 기술 활용과 관련된 법안이 속속 통과되고 있다. 지난 3월 테네시주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스마트 계약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법안이 통과됐고, 애리조나주에선 지난달 블록체인에 데이터를 보관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 범 EU 차원의 블록체인 시범 사업 '시동', 추격전에 나서다


유럽연합(EU) 소속 모든 국가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블록체인 사업이 추진된다. 현재 각 국가별로 범EU 차원에서 진행할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출하고 있다. 우선 시범사업을 선정하고, 성과에 따라 프로젝트를 정착시켜 나간다는게 EU의 전략인데, 연내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이르면 내년부터 범EU 블록체인 시범 사업을 시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는 정부의 공공사업을 중심으로 각 국가들이 개별적으로 블록체인 사업을 확산하고 있는데 EU에서는 범EU 블록체인 사업을 통해 시장을 확산하고 블록체인 산업의 주도권을 EU가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펴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네덜란드의 블록체인 민간협력단체인 더치블록체인연합의 프란츠 반 에테 헤드(사무국장) 역시 "네덜란드가 추진하고 있는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아이디 프로젝트를 범 EU 프로젝트로 제안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독일은 EU를 주도하고 있는 국가인 만큼 블록체인 분야에서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독일은 단순히 독일만의 블록체인 제도나 정책에 그치지 않고 범 EU 차원의 프로젝트와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


그 선봉에 서서 정부에 기업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기관이 독일블록체인연합이다. 이 연합에는 민간기업 뿐만 아니라 독일 의회의 담당자들이 직접 참여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가 속한 여당인 기독당을 비롯해 각 정당별 담당자들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독일블록체인연합 요하임 로캄프 이사는 "의회 담당자들이 직접 참여하기 때문에 우리의 목소리를 직접 정부에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이 연합의 회장인 플로리안 글라츠 회장은 로펌 출신으로 법학 전문가다. 그가 회장을 맡은 이유는 의회가 연합과 함께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 관련 법안을 빠르게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는 "독일이 아직 확실한 법이 없기 때문에 정부와 의회에서도 블록체인 관련 법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다만 각 국가별로 법안이 마련되는 것은 큰 의미가 없고 모든 EU에서 통용되는 법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EU는 모든 회원국에서 통용되는 법안 마련 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가장 먼저 암호화폐공개(ICO) 관련된 제도가 EU 차원에서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플로리안 글라츠 회장은 "EU에서도 최근 핀테크가 화두가 되고 있고, 핀테크 가운데 하나로 ICO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며 "전체 EU를 아우르는 ICO 규정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중국도 정부차원에서 적극 가세

심지어 비트코인 거래를 금지하고 있는 중국에서조차 블록체인 비즈니스는 적극 육성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블록체인 식품안전연합회`를 구성해 식품 유통망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할인마트에 납품된 돼지가 어디서 키워졌고, 어떻게 도축돼 어떤 경로로 매장에 들어왔는지 쉽게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식품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전 국민적 관심사인 중국에서 블록체인을 통한 신뢰 높이기에 나섰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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