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운 P2P, 대출 사각지대 대안될 수 있다…美•英선 금융의 한축 담당, P2P업체에 정부자금 풀어 소상공인 영세상인에 정책금융 역할 유도

그동안 규제 공백상태로 무법지대였던 개인간(P2P) 금융시장의 혼란을 정리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금융당국과 업계가 동시에 대책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올 연말까지는 부실업체가 잇따라 속출하고 투자는 위축되는 등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이 정상적인 시장으로 가기 위한 '성장통'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만들어야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만들어진 규제가 자칫 시장을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대안금융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돼야한다는 것이다.


실제 글로벌 개인간(P2P) 금융 시장이 2025년 1조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각국이 앞다퉈 P2P금융을 유망 핀테크 산업으로 키우고 있다.


일부 국가에선 이미 P2P금융이 중금리대출 분야에서 일정 부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도 P2P시장의 혼란을 빠르게 정리하고, 법제화를 통해 제대로 시장이 안착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있다.



■ 중금리대출에 경쟁력 있어


4일 리서치조시기관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오는 2025년 글로벌 P2P시장 규모는 1조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미국, 영국 등에선 P2P시장이 확대되면서 금융의 한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영국의 경우 정부가 직접 P2P금융사들에 자금을 풀어 소상공인들에 대출이 집행되도록 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중금리 대출분야에서 P2P업체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렌딧은 2015년 첫 대출을 집행 후 지난 3년간 중금리의 P2P대출을 받아 절약한 이자가 총 93억7000만원이라고 밝혔다.


특히 대출의 54.7%는 대환대출로 금융권에서 받은 고금리 대출을 렌딧 대출로 갚고 이자를 절약하는 고객이 절반 이상이다. 대환 대출자들이 절약한 이자는 총 63억원에 이른다. 대환 전 평균 금리는 20.1%였지만 렌딧을 통해 제공 받은 금리는 11.2%로 낮아졌다. 김성준 렌딧 대표는 "국내 개인신용대출 시장의 규모는 잔액 기준으로 연간 260조원으로 이 중 중금리 대출의 규모만 약 100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체인 8퍼센트도 대환대출의 경우 대출 금리가 평균 21.3%에서 11.7%로 낮아졌다. 이효진 8퍼센트 대표는 "대출시장 사각지대에 놓인 중신용자 1만명에게 1.5금융이 없었던 셈인데, P2P대출을 필두로 중금리 대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했다"면서 "이자 비용을 낮출 수 있어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 소상공인 대출에도 활용가능


소상공인 및 영세상인들도 낮은 신용도, 담보부족으로 적기에 필요한 자금 확보가 어려운데 이들을 위해서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이 의지할 수 있는 자금 조달 수단이 정책금융이지만 무한정 확대가 불가능한데다 정책금융 확대만으로 중소기업의 자금 수요를 해소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 문제 제기가 불가피하다"면서 "P2P 대출은 사업성을 인정받지 못했던 중소기업의 가능성을 재평가하고, 이를 투자자와 연결시킨다는 점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은행 및 금융기관이 소상공인, 중소기업 대출을 실행하지 않는 경우 공인된 P2P 대출 플랫폼으로 알선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제도인 '대출알선제도' 운영 등을 소개하기도했다.


또한 "정부의 공인 이후 P2P 대출이 급성장한 미국, 영국의 사례와 같이 정부가 P2P 대출을 건전한 자금중개수단으로 인정하는 제도화가 필요하다"면서 "법과 제도가 보호하는 공식화된 자금중개기구로 P2P 대출을 신뢰할 수 있어야 더 많은 투자자들이 P2P 대출에 안심하고 자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P2P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혼란을 하루빨리 잠재우고, 제대로 역할을 해내갈 수 있도록 토양을 만들어줘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 당국 3•4분기내 가이드라인 개정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각종 사기행각과 부실 등으로 투자자 피해가 속출되고 있는 P2P시장의 관리.감독을 위해 가이드라인 개정을 진행 중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개정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르면 3.4분기 내에 완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최근 문제가 된 부동산 담보 대출의 경우 담보물이 실재하는지, 담보권이 있는지 등을 증빙할 서류를 공시하게 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다. 또 대출 돌려막기를 막고자 대출 만기와 투자 기간이 원칙적으로 같게 설정하도록 제한한다.



관련 업계도 민간주도 'P2P금융 현안 대응 TF'를 본격 가동한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이날 한국P2P금융협회 등이 참여하는 TF 구성 계획안을 발표했다.단기적으로는 P2P금융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자율규제안 마련에 주력하고, 중장기적으로 P2P 관련 입법화를 위해 노력키로 했다.


TF는 △자율규제안 마련 △P2P투자자 교육 △회원사 현장 실사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 공시 △표준 약관(계약서) 도입 △폐업 이후 투자자 손실 최소화 방안 검토 등을 집중 논의키로 했다.


 핀테크산업협회 김대윤 회장은 "누적대출액 3조를 돌파하며 급성장해온 P2P금융산업이 법.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고 있다"며 "TF를 통해 건전하고 안정적이며 신뢰성 있는 P2P금융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시장 혼란불구 자정작용 기대


금융감독당국이 P2P시장을 감독.규제할 권한이 아직 없다는 점이 한계점이지만 가이드라인 개정만으로도 시장에 경고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자정작용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


P2P업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이 생기면 투자자들이 이를 보고 부실업체를 판단할 수 있게된다"면서 "시장에 수많은 업체가 난립해있는데 결국 이 같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업체들은 자동적으로 시장에서 외면받게 되는 등 자정작용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선 금융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이 업계를 고사시킬 수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불법행위가 명백히 드러난 업체에 대해서만 조사 및 수사를 하는 것"이라며 "입법추진도 일단 규율 체계를 통해서 P2P 업계를 건전하게 성장시키겠다는 의도이기 때문에 업계 전체가 고사되거나 위축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P2P금융협회 양태영 회장은 "P2P산업은 국내 중금리 시장 개척을 통한 대안금융의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국내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순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새로운 자율규제안 마련과 법제화를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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