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스마트폰업체 홍콩증시 상장, 주당 17홍콩달러로 예상가 최저치


                          지난달 23일 홍콩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 비치된 샤오미 기업공개(IPO) 브로셔. 홍콩 AP=연합뉴스


시장의 벽은 높았다. 9일 홍콩 증시에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인 샤오미가 상장한다. 올 초만 해도 샤오미는 상장만 하면 시가총액이 1000억달러(약 111조8300억원)를 넘을, 최고의 기업공개(IPO) 기대어로 꼽혔다. 하지만 정작 상장을 목전에 둔 현재, 샤오미는 시총이 540억달러(약 60조3800억원) 수준으로 기대치가 쪼그라들었다. 샤오미의 공모가는 주관사인 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가 제시했던 희망 가격대(17∼22홍콩달러) 중 가장 낮은 17홍콩달러로 정해졌다.


2014년 중국 온라인 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뉴욕 증시 상장 이후 세계 최대 규모로 주목받은 샤오미 IPO가 ‘용두사미’가 됐다.


샤오미에 대한 평가가 절하된 데에는 예상을 밑도는 실적이 있다. 샤오미는 작년에 매출 1000억위안(약 16조6740억원)과 영업이익 76억위안(약 1조260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4분기에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앞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 1분기 매출 340억위안(약 5조6600억원), 영업손실 70억위안(약 1조1600억원)을 기록했다. 스마트폰•공기청정기•TV 등 제품군(群) 대부분이 저가라서 수익성이 낮은 샤오미의 문제가 다시 부각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게다가 주로 마케팅에 의존해온 샤오미가 인공지능(AI)•자율주행차 등 미래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다는 대목도 평가절하의 한 이유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홍콩과 상하이 증시에 동시 상장하는 계획이 무산된 것도 공모가 하락의 원인"이라며 "샤오미의 IPO는 예상보다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샤오미는 지난 5월 홍콩증권거래소에 IPO 신청서를 제출할 당시 100억 달러(약 11조원) 조달을 목표로 했다. 샤오미 창업자인 레이쥔 회장은 지난달 23일 홍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본 조달 목표 금액을 61억 달러(약 6조8000억원)로 하향 조정했으나 이마저도 달성하지 못하게 됐다.


이로써 중국 최대 부호 자리바꿈도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샤오미 기업가치가 1000억 달러가 될 경우 레이쥔 회장의 지분가치는 778억 달러가 된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자산 469억 달러)을 뛰어넘어 중국 최대 부호가 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마저 불발됐다.


샤오미 IPO가 ‘절반의 성공’에 그친 이유는 세계 금융 시장 불안정 탓이 크다.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홍콩 증시 항셍 지수는 지난달 들어 6.5%, 올해 들어서는 4.8% 하락했다. 상하이 종합지수도 올해 고점으로부터 20%가량 빠졌다.


알렉스 웡 앰플캐피털 자산운용 책임자는 “샤오미가 미•중 무역 마찰의 희생양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며 “투자자들이 불안 속에 움츠리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부동산 재벌 리카싱과 마윈 알리바바 회장, 마화텅 텐센트 회장이 모두 샤오미 IPO에 참여했으나 적극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샤오미 주력 상품인 저가 스마트폰으로는 미래 수익 증대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비관론도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몸값을 높이기 위해 샤오미는 “하드웨어업체에서 인터넷 서비스업체로 전환 중”이라는 점을 강조했으나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샤오미 IPO 부진은 상장을 준비 중인 중국 기술 기업들에 일종의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IPO를 진행 중인 중국 최대 중고차 거래 플랫폼 우신은 지난달 말 공모가를 당초 검토한 공모가격대 하한보다 더 낮게 책정했다. 온라인 인테리어 디자인 중개업체 키카홈은 홍콩 증시 상장을 무기한 연기했다.


중국 음식 평가 및 배달업체인 메이퇀뎬핑은 적자 규모가 1년 새 3배로 늘었으나 기업가치 600억 달러(약 66조8700억원)를 목표로 IPO를 준비하고 있다. FT는 “투자자들이 기업가치가 부풀려진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보다 엄격한 잣대로 중국 기술 기업들을 들여다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