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스, JP모건 회장도 "사기"에서 자체 블록체인 프로젝트 운용...골드만삭스,"닷컴보다 심한 버블…

암호화폐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화폐 거래가격이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암호화폐 거품 붕괴’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미국 최고 벤처캐피털(VC)인 안드리센 호로위츠의 생각은 다르다. 오히려 ’지금이 투자 적기’라면서 a16z 크립토란 암호화폐 전용 펀드를 결성했다.


CNBC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안드리센 호로위츠는 26일(현지시간) 암호화폐 부문에 집중 투자할 3억 달러 규모 펀드를 만들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각종 암호화폐들. 구성 블록체인밸리


■ "일단 투자하면 최소 10년 가량 보유하겠다"


크립토는 향후 2, 3년 동안 암호 자산 관련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다. 투자 대상은 초기 단계 코인이나 토큰 뿐 아니라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네트워크까지 다양한 분야를 망라할 계획이다. 특히 a16z 크립토는 일단 투자하면 10년 가량 장기 보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펀드 운영을 책임질 크리스 딕슨은 “암호화폐 분야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내심을 갖고’ 접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드리센 호로위츠는 실리콘밸리에서 뜰만한 사업을 가장 잘 골라내는 것으로 정평이 있는 대표 VC다. 페이스북, 포스퀘어, 핀터레스트, 트위터 등이 안드리센 호로위치가 발굴한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최근 암호화폐는 시세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신뢰가 많이 약해진 상태. 이런 상황에서 누구보다 돈 냄새를 잘 맡는 최고 VC가 장기 투자를 선언함에 따라 새로운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딕슨은 CNBC와 인터뷰에서 “그 동안 암호화폐 시장에서 등락을 경험했다. 앞으로도 그런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하지만 기술 잠재력은 여전하다. (지금 같은) 하락기가 최적의 투자 시기다”고 말했다.


안드리센 호로위츠 공동 설립자인 마크 안드리센과 벤 호로위츠. (사진=위키피디아)


그는 특히 안드리센 호로위츠의 암호화폐 펀드는 시장 상황에 관계 없이 꾸준하게 투자하는 전천후 펀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비트코인 가격이 올 들어 50% 가량 폭락하면서 ‘암호화폐 한파’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안드리센 호로위츠는 암호화폐 관련 투자를 공격적으로 계속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안드리센 호로위츠는 현재 암호화폐 시장 상황을 2008년과 2009년 무렵의 스마트폰 앱 시장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당시 기업과 개발자들이 앱 투자에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거품 논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스마트폰 앱은 이후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하면서 새로운 시장으로 떠올랐다. 암호화폐가 지금 당시 스마트폰 앱과 비슷하다는 게 안드리센 호로위츠의 판단이다.


■ 돈 냄새 잘 맡는 VC의 행보, 시장엔 어떤 영향?


안드리센 호로위츠 암호화폐 펀드를 이끌게 된 크리스 딕슨은 이런 상황 판단을 전제로 “2018년이 암호화폐 투자 최적 시기 중 하나”라고 규정했다. 그는 또 “우리는 여전히 암호화폐 운동의 초기 단계라고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안드리센 호로위츠가 암호화폐 관련 투자를 이번에 처음 하는 건 아니다. 이미 지난 2013년에 코인베이스에 초기 투자를 했다. 안드리센 호로위츠는 또 암호화폐 관련 투자금은 전액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펀드 참여 인력 면면도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그대로 보여준다. a16z 크립토 펀드 운영은 크리스 딕슨과 케이티 혼이 공동 운영한다. 연방 검찰 출신인 케이티 혼은 법무부 재직 당시 미국 정부 기구 최초로 암호화폐 태스크포스를 결성한 이력이 있는 인물이다.


안드리센 호로위츠에서 암호화폐 펀드를 이끌게 된 케이티 혼. (사진=안드리센 호로위츠)


또 실크로드 같은 암호화폐 관련 사건을 취급하기도 했으며, 스탠퍼드대학 로스쿨에서 디지털 화폐와 사이버 범죄 관련 강좌를 최초 개설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 정부는 암호화폐 관련 규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비트코인과 이더 같은 암호화폐는 증권으로 보기 힘들다는 유권 해석을 하기도 했다. 암호화폐 공개(ICO)는 상황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관련 업체들 입장에선 이런 부분에 대한 궁금증이 상당할 전망이다. CNBC는 법무부 등 정부 기관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케이티 혼의 경험이 스타트업들에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 암호화폐, '혹평'에서 '투자'로... 돌아서는 월가 큰손들


암호화폐에 대해 비관적 평가를 내리던 조지 소로스 등 월가의 큰 손들이 하나둘씩 암호화폐 투자에 나서면서 이들의 행보에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특히 월가 큰 손들을 벤치마킹하는 펀드들이 많아 암호화폐에 대한 기관들의 투자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관심이다.


업계에 따르면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가 암호화폐 투자에 직접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암호화폐 가격이 한때 반등했다. 소로스는 암호화폐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견지해왔다.


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소로스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에는 거품이 끼여있다”며 “안정적 가치 저장 수단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세계 독재 국가들이 암호화폐를 비상 저축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랬던 소로스가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의 암호화폐 투자를 승인했다. 펀드가 암호화폐에 투자할 수 있도록 내부 승인을 한 것이다. 아직 본격적 투자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내부 절차를 마무리해 놓은 만큼 조만간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소로스는 간접적으로 암호화폐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가 운용하는 퀀텀펀드를 통해 온라인 소매업체 오버스톡닷컴(Overstock.com)의 지분을 대량 매입하면서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오버스톡닷컴은 지난해 8월 소매업체 중 처음으로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한 곳이다.

소로스처럼 암호화폐에 대해 혹평을 하다가 투자에 나선 월가 인물들은 여럿이다.


대표적 인물이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이다. 그는 지난해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혹평했다. 그러나 최근 JP모건은 블록체인 등을 혁신기술로 평가하고, 자사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쿼럼’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작업에 나섰다. 쿼럼을 금융서비스는 물론 다른 사업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월가의 대표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마찬가지다. 암호화폐에 대한 의견을 번복하며 가능성을 인정하는 눈치다. 골드만삭스는 “암호화폐에 끼어있는 거품은 닷컴버블 또는 튤립버블보다도 훨씬 심각한 수준”이라며 “암호화폐 가격 뿐 아니라 블록체인 업체들의 주식에도 거품이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평가했었다. 또 “비트코인은 가치의 저장 수단으로 이용되기에는 변동성이 너무 크다”며 “기존의 통화를 대체하기에도 비효율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던 골드만삭스도 암호화폐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골드만삭스는 “전통적 화폐제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 저개발 국가는 비트코인이 화폐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두고, 암호화폐를 정식 투자 상품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하면서 거래 전담 데스크를 설치했다. 최근에는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인 ‘플로닉스(Poloniex)’를 인수하는 등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콧대 높은 월가의 거물들이 암호화폐 투자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본다. 변동성이 큰 시장에 기관이 들어오면 가격이 안정되고 소비자 보호장치가 마련되면서 암호화폐가 자리 잡는 토대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또 지난해 시카고 옵션 거래소와 상품거래소가 비트코인 선물거래에 뛰어들고, 뉴욕 증권거래소에도 비트코인 거래신청이 줄을 잇는 추세를 봤을 때 다양한 형태의 투자가 일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그러나 투자가 본격적으로 확산 되는 것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도 있다. SEC가 비트코인 거래에 여전히 신중하고, G20(주요 20개국)도 7월에 규제안을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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