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내놓은지 5년만에 성과, 전세대보다 데이터전송 1.4배↑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5세대(96단) V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 양산에 돌입했다. 2013년 8월 데이터 저장 최소 단위인 셀(cell)을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24단(1세대)을 쌓아올리는 파격적인 기술로 V낸드 시대를 열었던 삼성전자가 5년 만에 4배 많은 96단까지 셀을 쌓아올리는 데 성공했다.


‘반도체 굴기’를 외치며 올 하반기 32단(2세대) V낸드 양산을 앞둔 중국의 맹추격에 쐐기를 박는 한편 삼성전자의 초(超)격차 전략을 전 세계 반도체 업계에 다시금 확인시켰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이제 V낸드의 적층 단수 경쟁은 무의미하다”면서 “단순히 높게 쌓는 것보다는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속도와 용량 등의 이슈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 세계 최초 5세대 V낸드 양산


삼성전자는 10일 세계 최초로 5세대 V낸드 양산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낸드는 메모리반도체의 일종으로 D램과 달리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게 특징이다. 스마트폰과 데이터센터 서버 등에 들어간다.


그중에서 V낸드는 셀을 2차원 평면에 구성하지 않고 3차원 수직(vertical)으로 쌓아올려 집적도를 높인 제품이다. 집적도가 올라가는 만큼 같은 용량이라 하더라도 생산성이 좋아진다.


삼성전자는 2013년 1세대를 시작으로 2014년 2세대(32단), 2015년 3세대(48단), 2016년 4세대(64단)로 기술 발전을 거듭해왔다. 삼성전자의 5세대 V낸드는 속도 등의 측면에서 기존 4세대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초당 데이터 전송 속도는 4세대보다 1.4배 빠른 초당 1.4기가비트(Gb)에 이른다. 동작전압은 셀이 늘었는데도 1.8V에서 1.2V로 오히려 33% 낮춰 4세대와 같은 소비전력으로도 개선된 성능을 구현한다.


5세대 V낸드의 핵심 기술은 단수가 높아짐에 따라 생길 수 있는 속도 저하 등의 단점을 각 셀의 높이를 20%씩 낮춤으로써 보완한 기술이다. 회사 관계자는 “단층을 피라미드 모양으로 쌓아올리고 최상단에서 최하단까지 수직으로 수백나노미터 직경의 미세한 구멍을 뚫었다”면서 “이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3차원 셀을 850억개 이상 형성하는 역대 최고난도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층수는 1.5배(4세대 64단→5세대 96단) 많아졌는데도 높이는 1.2배만 높아졌다. 생산성도 4세대 대비 30% 이상 향상됐다는 게 삼성전자 설명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장(부사장)은 “1테라비트(Tb)와 QLC(Quad Level Cell) 제품까지 V낸드 라인업을 확대해 차세대 메모리 시장의 변화를 더욱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 中 추격에 쐐기···메모리 초격차 전략 유지


삼성전자의 5세대 V낸드 양산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 추격에 보란 듯이 쐐기를 박은 성과라는 평가다. 아울러 낸드를 최초로 개발해 ‘낸드 종주국’으로 볼 수 있는 일본의 도시바와도 격차를 한 단계 더 벌렸다.


중국 반도체 회사인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컴퍼니)는 올해 말 32단 V낸드 양산에 들어간다. 도시바는 64단 V낸드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같은 4세대급인 72단 V낸드를 양산하고 있다. 중국과는 4년여, 도시바·SK하이닉스 등과는 1년여의 기술 격차가 난다. 삼성전자가 이날 양산 돌입을 밝힌 5세대 V낸드를 SK하이닉스는 올해까지 개발을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


시장 분석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올 1·4분기 낸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8.2%로 1위다. 도시바(18.5%)와 웨스턴디지털(13.6%), 마이크론(11.0%), SK하이닉스(10.3%)가 뒤를 잇는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중국의 거센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방법은 결국 기술 격차를 벌리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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