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분 만에 '미슐랭' 요리 뚝딱… 가격 8400원


프랑스 스타트업 에킴이 개발한 피자 기계 셰프 '파치.' /사진=에킴 홈페이지 갈무리


세계 곳곳에 로봇 셰프가 등장하며 요식업 시장이 달라지고 있다. 식당들은 로봇을 통해 아낀 인건비, 임대료를 품질에 투자해 양질의 음식을 싸고 빠르게 제공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쿼츠 등에 따르면 프랑스의 음식 기술 스타트업 에킴은 최근 '파치'라는 피자로봇을 내놓았다.


파치는 키오스크로 주문을 받은 뒤 피자 도우를 만들기 시작해 굽기, 자르기, 포장까지 4분30초 만에 마무리한다. 피자 만드는 것만 하면 1시간에 120판이 가능하다. 1시간에 최대 40판을 만드는 사람과 비교하면 3배의 실적이다. 기계이기 때문에 24시간 운영도 가능하다.


에킴은 사업성을 인정받아 최근 벤처캐피탈로부터 250만달러(28억원)를 유치해 올해 말에 첫 로봇 피자 음식점을 열 예정이다.


미국에도 로봇 셰프들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 3월 보스턴에 개장한 '스파이스' 식당의 로봇은 주문 3분 안에 미슐랭 2스타 셰프가 고안한 요리를 만들어 낸다. 가격도 7.5달러(8400원)로 싸다. 미국 미슐랭 가이드는 "스파이스는 미슐랭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빠르고 캐주얼한 콘셉트이지만 놀랍게도 맛은 미슐랭 레스토랑과 다를 바 없다"면서 "스파이스가 우리의 미래일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카페X의 바리스타 로봇을 이용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의 모습. 사진 카페X 홈페이지


샌프란시스코에 처음 등장한 햄버거 로봇. 사진 크리에이터


이 처럼 미국 유통•물류 및 푸드 체인 산업에서 로봇 도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도 최저임금 인상 등 영향으로 생산성 향상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통 및 푸드 체인 산업은 일반 미국인이 경기 및 산업 변화를 가장 실감나게 체감할 수 있는 분야여서 로봇 도입 가속화에 따른 기업 대응과 소비자 반응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월마트는 지난해 4700개 점포에 초당 지폐 8장, 분당 동전 3000개를 셀 수 있는 현금 관리 자동화기계 `캐시360`을 도입했다.


캐시360은 디지털 방식으로 은행에 돈을 예치하거나 다음날 현금이 얼마나 소요되는지를 미리 예측해 현금을 보유해 놓는 시스템으로 일종의 `매장 내 은행` 역할을 하는 기기다. 이 기계 도입으로 월마트 직원들은 직접 현금을 세고 장부를 관리할 필요가 없어졌다.


월마트는 "캐시360 도입 시행 1년 동안 매장에서 약 7000건의 회계 업무를 줄일 수 있었다"며 성공적인 도입을 자평했다. 월마트는 캐시360 도입에 탄력을 받아 매장 내에서 더 많이 `로봇화(자동화)`할 계획임을 밝히기도 했다.


월마트는 2019년까지 매장에서 `스캔 로봇`을 사용해 재고가 부족한 제품을 검색하고 정확한 제품 위치로 직접 새 물건을 가져다 놓을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재고 물품 검색(스캔)은 그동안 매장 직원들의 일상 업무였지만 이를 로봇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또 물품을 싣고 내리는 자동 컨베이어벨트를 추가해 트럭에서 물건을 내리는 과정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들 계획이다.


타깃도 월마트를 따라 현금관리 자동화 기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오는 8월 500개 점포에 기계를 도입한 이후 미국 내 모든 매장에 도입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유통 물류산업에서 자동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식당과 커피체인에서 로봇 도입도 활발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지난달 27일 세계 최초로 로봇이 햄버거를 조리하는 기계가 첫선을 보여 화제가 됐다. 크리에이터란 회사가 만든 이 로봇은 길이가 14피트(약 4.3m)나 되며 컴퓨터 20대와 센서 350개, 액추에이터 50개를 탑재한 기계로 햄버거를 조리한다.


이 기계는 빵을 썰고, 고기 등의 재료를 얹고, 양념을 토핑하고, 조리하는 전 공정을 5분 만에 마무리한다. 주문이 들어오면 즉석에서 빵에 고기와 토마토, 양상추를 토핑한 뒤 소스를 뿌린다. 사람은 직접 고객에게 햄버거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가격은 6달러. 햄버거 로봇의 목표는 사람보다 효율적으로 햄버거를 뜨거운 철판 위에 올려 놓고 굽거나, 토마토를 써서 만드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서는 로봇이 만드는 피자인 `줌 피자`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743㎡(약 220평) 크기 주방에서 로봇 5대가 피자를 24시간 만들어낼 수 있다. 로봇은 1시간에 피자 372판까지 만들 수 있다. 줌 피자는 36초 만에 피자도를 만드는 `도 봇`도 만들었다. 피자에 토핑을 얹는 것 말고는 조리 중 인간이 끼어들 일이 없다.


월마트가 도입한 매장 스캔 로봇. 로봇이 돌아다니면서 재고를 확인한다. [사진 제공 = 월마트]


'카페X'는 로봇이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등 13가지 커피를 만들어 3~4달러에 제공한다. 로봇은 각종 바리스타 업무 능력은 물론, 주문이 완료되면 고객에게 손 흔드는 매너까지 갖췄다. 매장에 사람이 있지만 커피 제조에는 관여하지 않고, 고객이 키오스크나 스마트폰 앱으로 주문하는 것을 돕는 역할만 한다.


아시아에서도 로봇 셰프 개발이 한창이다.

로봇 강국 일본에서는 타코야키, 크레페 등 길거리 음식을 만드는 로봇이 올 여름 출시될 예정이다.


중국 최대 IT 기업 중 하나인 알리바바 역시 지난 2일 상하이에 부분자동화 식당 '해마'를 열었다. 아직 완전자동화는 아니지만 로봇이 음식 주문과 배달에 관여한다. 알리바바의 라이벌인 JD닷컴도 올해 8월 첫 로봇 음식점을 열고, 2020년까지 10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일본 닛케이 아시안 리뷰는 "인건비 및 임대료 상승으로 식당들이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노동력 부족 현상과 맞물려 앞으로 로봇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로봇에 의해 인간이 대체되는 것을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3월 공개한 보고서에서 "기계가 전 세계 6600만 명의 인간 노동자를 대체할 것"이라며 "우편, 배달, 음식서비스 등 직업은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미국 라스베가스의 요리노동자조합이 지난 8일 웨스트게이트 호텔 앞에서 파업에 나선 모습. 직원들은 '계약이 없으면 평화도 없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미국 라스베가스의 요리노동자조합은 지난 1일부터 '반(反)기계' 파업에 나섰다. 파업의 요지는 계약서에 '로봇에 의해 인간이 대체되지 않는다'는 조항을 추가하는 것. 조합 측은 "직업을 개선하는 혁신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직업을 파괴하는 자동화는 반대한다"며 "요리업계는 인간의 손길을 지우지 않으면서 혁신할 수 있는 방향을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로봇 스타트업이 다수 등장한 샌프란시스코시는 지난해 12월 "(인간의 배달) 직업을 대체하고 길거리 안전을 해친다"는 주민들의 민원을 받아들여 길거리 음식 배달 로봇들을 규제하기도 했다.


이처럼 유통, 물류, 식당 체인에서 로봇 도입이 활발한 이유는 인건비 상승, 생산성 향상 필요성, 저마진 산업 구조 등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현금 관리 자동화를 시도한 타깃은 올해 초 시간당 임금을 12달러로 인상했으며 2020년 말까지 시간당 임금이 15달러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월마트도 3년 연속 임금을 인상했다. 이 때문에 한 번의 설비 투자로 인력을 줄일 수 있는 로봇 도입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월마트 등 많은 유통업체들은 단순 노동을 기계로 대체하려는 압박이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로봇 도입 가속화로 실제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일까. 월마트와 타깃은 로봇 도입으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비판적 전망을 의식해 "로봇 도입(업무 자동화)에 따라 당장 해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타킷은 "기존 업무를 하던 직원들은 고객 서비스를 개선하거나 온라인 주문 관리와 같은 새로운 작업을 수행하고 깊은 제품 전문 지식을 개발하는 분야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월마트도 기존에 수작업으로 현금이나 동전을 관리하던 직원들을 온라인 주문을 집계하고 고객과 대화하는 데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이 줄어든 분야의 인력들이 자동화에 따라 새로 추가되는 업무에 투입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월마트는 이를 "직원들이 새로운 업무를 위해 마찰을 피하고 더 나은 방법으로 노동 비용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저축한다"고 설명했다.


WSJ는 "장기적으로는 낡은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로봇 도입이 당장 해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로봇 도입과 일자리 감소를 이분법적 사고(흑백 논리)로 볼 필요는 없다"고 보도했다.


한편, OECD는 지난 3월 보고서에서 "자동화가 직업을 파괴하는 만큼 새로운 직업을 창조해낼 수도 있다"며 "각 정부 규제에 따라 실제로 대체되는 비율은 적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음식 기술 전문 매체 더스푼은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 이로 인해 노동을 어떻게 바꿀지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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