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한국조폐공사 제공


한국조폐공사가 디지털 혁명 시대에 대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공공분야 개방형 플랫폼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한국조폐공사는 21일 대전 본사에서 조용만 사장 등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공분야 블록체인 오픈 플랫폼 구축 착수보고회를 갖고 블록체인 플랫폼 사업 본격화를 선언했다.


`콤스코(KOMSCO) 신뢰 플랫폼`으로 불리는 조폐공사의 클라우드 기반 블록체인 개방형 플랫폼은 온라인 정보의 공공진본성(public authenticity) 보장을 위해 4가지의 핵심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공진본성은 공공 분야에서 제품이나 신분이 진짜임을 입증해주는 것이다.


첫째 플랫폼을 활용한 `공공 모바일상품권 서비스`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모바일 고향사랑상품권을 통해 지역경제 및 골목상권을 활성화하게 된다.


둘째 투명한 공공 모바일상품권 유통 및 복지수당 지급을 위해 모바일 환경에서 PIN 또는 지문과 같은 생체정보만으로도 간편하게 본인확인이 가능한 `모바일 ID 서비스`가 가능하다.


셋째, 다양한 프라이빗 블록체인 데이터의 위•변조 방지와 무결성을 보증하기 위해 외부 블록체인 데이터를 조폐공사 플랫폼으로 연동 저장할 수 있는 `앵커링(Anchoring) 기능`을 갖춘다.
다른 프라이빗 블록체인 데이터에 대한 신뢰성을 부여하는 서비스가 제공된다.


마지막으로 공공기관과 중소업체들이 `콤스코 신뢰 플랫폼`을 활용해 새로운 블록체인 기반의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확장 가능하도록 오픈 API를 제공한다. 오픈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개된 도구이다.


조폐공사는 연내 플랫폼 구축을 완료하고 내년 초 시범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처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구축이 공공 부문은 물론이고 민간부문에서도 활발하다.


■ 블록체인 플랫폼 확산


산업별로 블록체인 기반의 플랫폼 개발이 열기가 뜨겁다.
에드라코리아는 모바일 디바이스 기반의 블록체인 에드라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드라 생태계는 참여자 모두가 윈윈하는 새로운 모바일 시장 비즈니스 모델이다.
에드라 생태계 하에서 스마트폰 사용자는 콘텐츠를 이용하면서 암호화폐로 보상을 받고, 이를 결제 등 금융 수단으로 활용하게 된다. 기업들은 에드라 플랫폼에서 원하는 사용자에게 콘텐츠를 공급하며 자연스럽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광고 효과를 보는, 긍정적인 가치사슬이 형성되는 모바일 환경이 구축된다.


의료분야에서는 메디블록이 환자 중심의 의료정보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메디블록은 블록체인 분산 기술을 통해 개인 의료 정보의 신뢰성을 획득하고, 개인 정보의 남용 문제를 해결해 환자 중심의 의료정보 생태계를 구축했다.


신선 제품의 경우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해 생산부터 유통되는 전 과정을 추적해 식품 안전성과 투명성,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국내 대기업에서도 블록체인을 적용한 물류 솔루션을 내놓고 있다. 삼성SDS는 블록체인으로 생산지 위조를 막는 서비스를, SK C&C는 선주와 육상 운송업자, 화주 등 물류 관계자들이 개인 간(P2P) 네트워크로 물류 정보를 전달받아 공유/관리하는 방식의 블록체인 서비스를 개발했다.


금융분야는 블록체인이 가장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증권사들은 지난해부터 블록체인 기반 공동인증서비스를 도입했고, 은행연합회는 은행 공동인증 서비스인 ‘뱅크사인’을 오는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공공분야에서는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외교부, 국토교통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농림축산식품부 등 6개 중앙정부기관과 함께 문서 공증, 부동산 거래, 모바일 온라인 투표, 가축의 이력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블록체인 시범사업을 선정해 진행하고 있다.


곽준규 에드라코리아 대표는 “코인 열풍이 가시고 블록체인 기술이 다양한 산업 영역에 확산됨에 따라 실제로 운영되는 생태계를 마련할 수 있는가가 블록체인 비즈니스 모델 성공의 척도가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 규제의 불확실성


최근 블록체인업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분산원장 기능에 충실했던 1세대 블록체인과 완벽한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을 구현한 2세대를 넘어 거래처리속도와 비용 등의 문제를 개선해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하는 소위 3세대 블록체인 경쟁이 한층이다.


스마트 계약 덕에 2세대 블록체인에서는 다양한 분산 어플리케이션(Dapp•디앱)이 등장했지만 실제 비즈니스 모델로는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블록체인이 처리할 수 있는 거래 용량과 속도 문제, 채굴방식(합의 알고리즘)으로 인한 전력 낭비와 시장 교란 가능성 등 문제점이 하나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착안해 다양한 디앱이 가능하도록 하면서도 거래처리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낮춰 실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토큰 이코노미를 구축하자는 게 바로 3세대 블록체인이다. 실제 이를 놓고 이오스(EOS)나 에이다(ADA) 등 글로벌 프로젝트는 물론이고 루프체인과 이든체인, 엑스체인 등 국내 스타트업까지 가세해 3세대 블록체인 대표 플랫폼 지위를 선점하기 위해 불꽃 튀는 경합을 벌이고 있는 모양새다.


이미 블록체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컨텐츠나 온라인 쇼핑몰, 해외송금, 본인 인증, 전자투표 등 다양한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고 3세대 블록체인이 본격화하면 기존 사업자들이 제공하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서비스들이 디앱 형태로 만들어져 이 블록체인 플랫폼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블록체인이라는 기반기술과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빅데이터 등을 접목하는 다양한 사업 모델이나 제품, 서비스도 등장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업체들의 행보를 감안할 때 앞으로 1~2년 내에는 블록체인 플랫폼들 간에 우위가 가려질 것이며 이 과정을 통해 지배적 지위를 가지게 되는 플랫폼이 과실을 독식하는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아직까지는 국내 블록체인업체들이 그다지 뒤쳐져 있진 않다. 루프체인과 이든체인 등은 글로벌시장에서도 호평을 받으며 많은 해외 사업자들에게 블록체인 플랫폼을 제공해주고 있다.

이든체인 관계자도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등과는 달리 블록체인은 전세계 업체들 대부분이 출발선상에 부근에 서 있기 때문에 우리와 글로벌 업체들과의 격차가 크지 않다”며 국내 블록체인업체들이 글로벌 빅 플레이어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낙관했다.


다만 문제는 국내에서의 규제 불확실성이다. 우리 정부는 블록체인의 잠재력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블록체인과 그로부터 만들어지는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토큰 이코노미를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반기에 종합대책을 통해 규제 방향성을 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앞으로 1~2년 밖에 남지 않은 블록체인 플랫폼 경쟁의 골든타임을 놓쳐버릴 가능성이 높다.

국내 삼성전자는 전세계에서도 가장 많은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있는 대표 기업이지만 이 덕에 정작 편하게 배를 불리는 쪽은 스마트폰이 만들어낸 모바일 생태계에서 iOS와 안드로이드라는 지배적인 플랫폼을 가진 애플과 구글이다. 삼성도 타이젠 등과 같은 프로젝트로 뒤늦게 경쟁에 뛰어 들었지만 골든타임을 놓쳐 버린 탓에 주저 앉고 말았다. 모바일 앱 생태계를 애플과 구글에 빼앗겨 버린 쓰라린 전철을 블록체인에서도 똑같이 밟아선 안될 일이다.


블록체인 육성을 위한 전향적 정책이 필요한 때다. 정책은 긍정적 결과도, 부정적 결과도 낳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범하는 가장 큰 잘못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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