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블록체인 시티 추진 계획


IT 혹은 4차 산업에서 변방에 머물렀던 일부 국가가 '크립토(블록체인) 성지' 만들기에 한창이다. 막대한 자금 확보는 물론 블록체인 표준화 선점, 인력 고용 창출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오아시스'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부가 팔을 걷어부쳤다.


스위스 주크, 두바이, 중국 항저우, 인구 45만명에 불과한 섬나라 몰타에 이르기까지 블록체인 기업 유치에 한창이다.


스위스 주크는 가장 먼저 블록체인 특구로 부상한 곳이다. 암호화폐공개(ICO)를 가장 추진하기 좋은 나라로, ICO허브 및 크립토 국가를 지향한다. 지브랄타, 케이만 군도와 함께 ICO관련 샌드박스 규제를 적용해 수많은 기업이 ICO를 위해 스위스를 찾는다. 특히 EU 중앙은행의 암호화폐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스위스 중앙은행장이 암호화폐 리스크는 크지 않다는 입장을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올해 1월 법적 규제 수립을 위한 블록체인 테스크포스를 발족하고, 블록체인 기술의 산업화에도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또 블록체인 클러스터를 만들어 약 170개 기관을 입주시켰다.


두바이 블록체인 시티도 최근 성지로 부상했다. 두바이는 글로벌 블록체인 의회를 출범시켰다. 각종 추진 전략과 파일럿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무역거래 시스템, 블록체인 부동산, 디지털 여권, 디지털 아트뱅크 등 사업을 추진한다. 암호화폐를 통해 캐시리스와 현금없는 사회를 지향한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상에서 공공문서 확인과 암호통화 사용을 허가했다. UAE 정부,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공동으로 스마트 두바이 오피스를 출범시키고, 2022년까지 블록체인 시티를 건설할 예정이다.


중국 항저우도 블록체인 기술을 사물인터넷(IoT)과 디지털 지갑에 적용,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연결된 스마트 도시 건설에 착수했다. 각종 금융거래를 비롯 출생 및 사망 증명, 주민 투표 등을 블록체인으로 기록, 보관한다. ICO를 금지한 중국 정부지만 항저우 블록체인 시티 건립을 위해 각종 규제 완화롸 자금조달 등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인구 45만명의 작은 섬나라 몰타도 블록체인 성지화를 선언, 각종 규제를 완화했다. 지난 4일, 몰타 의회는 블록체인 법안을 최종 승인했다. 세계 암호화폐거래소 유치와 국가 암호화폐까지 발행한다.


█ 한국은?


제주특별자치도가 블록체인 특구 추진을 공식화한 가운데, 국내에서 금지된 암호화폐공개(ICO) 빗장까지 풀지 주목된다.



세부 이행계획이 다음달 말 공개될 것으로 알려지며, ICO를 추진 중인 많은 기업과 해외 글로벌 기업까지 제주 블록체인 특구에 관심을 보인다.


특히 관심이 쏟는 부분은 ICO 허용 여부와 거래소 유치다. 이미 몰타, 스위스, 두바이, 에스토니아 등에서 ICO 추진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건다. 물론 암호화폐 투기와 자금세탁 방지 등 여러 이슈가 있지만, 막기보다는 허용을 통해 고용과 세수 증대에 이루겠다는 모양세다.


국내 블록체인 업계와 전문가도 제주의 잇점을 살려 ICO를 허용하고 아예 블록체인 스타트업 단지를 구축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등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규제로 일관했던 중앙정부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제주는 제주특별법을 바꿔서라도 블록체인 특구를 실행에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제주는 섬이다. 블록체인을 적용할 수 있는 분야도 많고 해외 접근성도 좋다.


ICO를 해외에서 추진했던 많은 기업은 제주에서 ICO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면 10조원 이상의 세수 창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은 중국과 함께 ICO가 금지된 국가다. 이 때문에 국내 ICO 추진 기업들은 해외로 나간다. 대가로 해외 법무법인과 현지 브로커에게 수 십억원의 돈을 지불한다.


김종협 더 루프 대표는 “외국정부에 납부하는 세금과 법무법인 등에 지불하는 비용, 브로커 비용까지 천문학적 금액을 해외에 내다주고 있다”며 “특히 외국환거래법에 ICO 모금액마저 국내 회사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 뿐 아니라 해외 기업을 제주 블록체인 특구로 끌어들인다면 막대한 국부 유출을 막고, 제주 관광 인프라와 연계한 신규 산업육성도 가능하다.

많은 기업이 제주에 ICO추진 과정에서 법인을 설립하면 스위스처럼 10만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스위스는 크립토밸리를 통해 약 11만개의 고용창출 효과를 거둬들였다.


세계적으로 성황인 블록체인 관련 회의나 컨퍼런스와 제주 관광 인프라를 연결하면 직접 경제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제도적 뒷받침이다. 한국정부는 ICO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제주특별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규제프리 존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다단계와 유사수신 등 불법 ICO와 관련한 부분은 네거티브 규제방식을 적용해 현행 법률로 처벌하면,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 글로벌 거래소 유치, 제 2의 몰타 만들자


암호화폐거래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매우 나쁘다. 하지만 이들 거래소가 유발하는 경제적 효과는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ICO와 함께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유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강세원 블록테크 대표는 “제주 블록체인 특구는 몰타 블록체인 성지화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며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거래량 1, 2위 기업이 모두 몰타에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몰타 의회는 최근 3가지 법안을 승인했다.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유치와 국가 코인 발행, 암호화폐 생태계 조성이다. 중국 바이낸스, 오케이엑스(OKex), 비트베이(BitBay) 등 초대형 거래소가 몰타에 자리 잡았다.


중국 바이낸스가 1년에 벌어들이는 수수료 매출만 1조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비트코인 등 시세가 상승하면 약 3조원 수수료 수익이 가능하다.


제주가 이들 거래소를 유치해 수수료 매출 중 일부분을 세수로 확보하면 여러 블록체인 연구개발(R&D)사업과 관련 생태계 조성도 가능하다.


█ 부의 재분배, 제주코인 발행


제주크립토밸리의 실천 공약 중 하나가 제주 코인 발행이다.

원희룡 지사는 '제주 암호화폐'를 발행, 지역 재원 마련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원 지사는 “제주미래투자(가칭)를 설립해 제주코인을 발행하고 이를 교통, 행정, 공항, 항만, 물류 등 공익 목적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블록체인 스마트 계약 기술을 활용해 농업•어업•축산 등 1차 산업과 관광 서비스 산업 전반에 안정된 계약체결 시스템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는 사실상 부의 재분배까지 가능한 프로젝트다. 예를 들어 제주코인 배당을 투자자 뿐 아니라 지역 사회 참여자(주민)까지 준다는 것이다. 유례가 없는 시도다.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일부 부정적 견해가 있지만 만약 제주코인이 발행된다면 제주 모든 산업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예를 들어 농수산 특산물 원산지 증명에서 판매, 풍력발전 에너지 P2P전력거래, 각종 관광지와 상품을 제주코인으로 결제하고 판매할 수 있다. 블록체인 도민증과 연계해 일반 카드나 돈이 없어도 에스토니아처럼 제주코인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현금 환전, 제주 문화 콘텐츠 관리도 연계 가능하다. 유통과 물류, 관광 산업 모두 송두리째 바뀔 수 있다.


윤형준 제주스타트업협회장은 “제주 행정 전반에 블록체인을 적용해 미래사업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며 “그간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여러 미래 아이템이 있었지만 유인책이 없었다”며 “블록체인 만큼은 한국이 선두주자로 치고나갈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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