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학계에 새삼 블록체인 바람이 거세다.

중국의 유명 제약업체가 잇따라 '불량 백신'을 판매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이의 재발을 원천봉쇄하는 방안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지지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백신 공급과정에 블록체인을 적용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중국 불량 백신 사태 일파만파



31일 중화권 언론 등에 따르면 중국의 백신 제조업체인 '우한생물제품연구소'에서 생산된 불량 DPT 백신이 지난해 허베이성과 충칭시에 40만개나 판매됐다. 허베이성에서는 14만3941명의 어린이가 이 회사의 불량 백신을 접종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또 다른 백신업체 '창춘창성 바이오테크놀로'에서도 불량 DPT 백신이 25만2600개나 팔려나간 것으로 적발됐다. 이 불량 백신 역시 산둥성 21만5184명의 어린이에게 접종됐다.


문제는 DPT가 영유아의 필수 예방접종 중 하나로, 이미 수십만개의 백신이 공급됐다는 점이다.

실제 불량 백신을 맞은 영유아가 부작용을 보인 사례가 곳곳에서 보고되고 있다.


중국 후베이성 언스시에 사는 여성 덩훙화 씨는 지난해 12월 지역 병원에서 백신 스캔들 당사자인 창춘창성이 생산한 수두 백신을 한 살배기 아들에게 접종한 이후 갑작스레 아이에게 고열이 발생했다. 덩 씨는 병원에 아이를 데리고 갔지만, 의사는 백신 접종 이후 정상적인 반응이라며 해열제만 처방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이는 손발이 얼음처럼 차갑게 식고 경련을 일으키더니 접종 3일만에 사망했다. 충칭시에 사는 뤄야 씨도 한 살배기 아들에게 백일해 백신을 접종했다가 아들에게 병이 생겼다. 한 달에 한 두 번은 병원에 입원시켜야 했고, 호흡이 곤란해 인공호흡기까지 사용한 적도 있다.


허난성에 사는 농민 허팡메이 씨도 올해 3월 한 살배기 딸에게 우한생물제품연구소의 백일해 백신을 접종했다가 딸이 급성 척수염 증상을 보였다. 백신 접종 이전에는 건강하게 서서 잘 걸어다녔던 딸 아이가 하룻밤 만에 운동능력을 상실해 앉는 것은 물론 누워서 몸을 뒤집을 수도 없는 상태가 됐다. 허 씨가 수천만원의 치료비를 대가며 치료해 딸아이의 상태가 다소 호전됐지만, 완전히 정상으

로 돌아오지는 않았다.


■ 못 믿을 백신…공급과정에 블록체인 도입해야


 백신 접종 이후 아이가 사망하거나 병을 얻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백신 안전성을 우려한 시민들은 수입 백신 등 안전한 백신 찾기에 나서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지지하는 이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백신 공급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 내 유명한 가상화폐 투자자 리샤오라이 씨는 "백신 공급과정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 불량 백신이 투여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며 "이 같은 백신 공급망을 통해 중국의 약품 산업에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은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장부에 거래내역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여러 대의 컴퓨터에 이를 복제해 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기술이다.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모든 참여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대조해 데이터 위조나 변조를 할 수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물류·금융·의료시스템 등 적용분야가 확대되고 있다.


실제 전세계에서는 블록체인 원장을 통해 백신 공급망을 추적하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헬스케어 계열사인 알리건강은 장쑤성 창저우시 의료기관을 연결한 블록체인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환자가 한번 촬영한 엑스레이 사진이나 CT 촬영 등의 진료기록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공유할 수 있다. 아울러 알리바바는 모바일 앱을 통해 백신의 일련번호 검색 및 백신의 효능, 유효기한 확인이 가능한 백신 조사 서비스도 시작했다.


미국 MIT도 블록체인 원장을 전자의료 기록시스템에 적용해 환자의 의료정보를 공유하는 개념증명을 테스트했다. 이 역시 환자의 데이터를 악용할 수 없는 DB에 기록해 기관 및 기업 간에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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