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삼성이 주춤하는 사이 판매 40% 늘렸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세 분기 연속 감소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3억5040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줄었다.


문제는 상위 5개 업체 가운데 판매량과 점유율이 감소한 기업은 1위인 삼성전자밖에 없다는 점이다. 애플은 점유율 3위로 밀려났지만 프리미엄 전략이 성공을 거두면서 역대 최고 실적을 거뒀다. 2011년부터 이어진 삼성-애플 구도를 처음 깨뜨린 화웨이는 물론 샤오미, 오포 등 다른 중국 업체들도 점유율을 큰 폭으로 늘렸다. 스마트폰 시장의 위기가 아니라 삼성전자의 위기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 삼성전자, 갤노트9으로 반등할까


삼성전자 점유율은 20.4%로 지난해 2분기 22.1% 대비 1.7%포인트 줄었다. 2013년 32.3%로 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신 중국 업체들이 삼성전자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화웨이(15.5%), 샤오미(9.1%), 오포(8.6%)의 점유율을 합치면 33.2%로 삼성전자 점유율을 훌쩍 뛰어넘는다.


판매량도 7150만 대로 작년 2분기(7950만 대) 대비 8.9% 줄었다. 2016년 3분기 이후 최저 판매량이다.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9이 애플 아이폰X(텐)에 밀려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인도에선 샤오미와 1위 자리를 두고 격전을 치르고 있다. 스마트폰 최대 시장인 중국에선 화웨이, 오포, 비보 등 현지 업체에 밀려 올해 1분기 기준 1.3% 점유율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2013년만 해도 중국에서 19.7% 점유율로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반면 화웨이는 작년 2분기 3840만 대에서 올해 5420만 대로 1년 새 판매량이 41.1%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켓은 “삼성전자가 화웨이, 샤오미의 도전에 직면했다”며 “두 회사가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빼앗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9일 미국 뉴욕에서 발표하고 24일 출시 예정인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9에 기대를 걸고 있다. S펜에 블루투스 기능을 탑재해 게임 등에 활용하는 등 차별화 포인트를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갤럭시노트9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출시하고 J시리즈, A시리즈 같은 중저가 제품에도 최신 기술을 적용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이르면 연내 폴더블 스마트폰을 발표하고 내년 초 출시하는 등 신기술 경쟁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 ‘세계 최초’ 노리는 중국 업체들


중국 업체들은 한때 가성비에 의존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고급화 전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나 애플보다 먼저 신기술을 적용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 3월 출시한 플래그십 제품 P20 프로에 세계 최초로 후면 트리플 카메라를 장착했다. 표준, 망원 렌즈가 부착된 카메라와 함께 흑백 센서를 추가로 넣어 어두운 곳에서도 선명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했다. 화웨이는 폴더블 스마트폰도 삼성전자보다 앞서 연내 내놓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오포는 지난 6월 공개한 전략 스마트폰 ‘파인드X’에서 슬라이딩 방식의 카메라를 내장해 전면부 베젤(화면 테두리) 크기를 최소화했다. 카메라 윗부분의 전후면 카메라와 안면 인식 센서를 슬라이딩 방식으로 숨겨 화면잠금을 해제하거나 카메라 앱(응용프로그램)을 실행할 때만 위로 올라온다. 오포의 형제 회사인 비보 역시 같은 달 선보인 ‘넥스’에서 베젤리스 디스플레이를 구현했다. 전면 카메라를 팝업 방식으로 만들어 카메라를 쓸 때만 정사각형 모양의 카메라 모듈이 기기 위쪽으로 튀어나온다. 베젤리스 디스플레이는 작년부터 스마트폰업계의 트렌드로 부각됐지만 삼성전자나 애플보다 중국 업체들이 새로운 해법을 먼저 내놓은 셈이다.


█ 역대 최고 실적 기록한 애플


애플은 화웨이에 2위 자리를 내줬지만 역대 최고 2분기(미 회계연도 3분기) 실적을 냈다. ‘꿈의 시가총액’으로 불리는 1조달러도 곧 돌파할 전망이다.


애플은 올해 2분기 매출 533억달러(약 59조6000억원), 순이익 115억달러(약 12조8600억원), 주당순이익(EPS) 2.34달러를 기록했다고 1일 발표했다. EPS는 작년 같은 분기 1.67달러 대비 40.1% 뛰었다. 매출도 17% 늘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아이폰과 웨어러블 기기가 좋은 실적을 보이고 서비스 부문도 좋은 성과를 거둬 네 분기 연속으로 두 자릿수 매출 증가를 이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애플은 2분기 동안 4130만 대의 아이폰을 팔았다. 예상치인 4180만 대에는 못 미쳤지만 기본 모델이 999달러인 아이폰X 등 고가의 스마트폰을 많이 팔아 매출과 순이익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서비스 부문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28% 오른 95억달러로 예상치(91억달러)를 뛰어넘었다. 서비스 부문은 앱스토어, 애플페이, 아이튠즈, 클라우드 서비스 등이 포함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고가의 아이폰 수요 회복과 더불어 앱스토어 등 서비스 부문 매출 증가로 애플이 호실적을 기록했다”며 “서비스 사업은 애플의 가장 큰 성장엔진 중 하나가 됐다”고 분석했다.


█ 비틀거리는 '외발자전거'...삼성전자 심상찮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삼성전자가 흔들리고 있다. 자동차와 철강 등이 줄줄이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반도체의 공고한 기술력을 토대로 외풍과 내상을 견뎌낸 삼성전자마저 먼 미래가 아닌 3~5년 내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우선 사업구조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여년간 스마트폰과 반도체•가전 등이 골고루 이익을 내면서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사업구조에 하나하나 금이 가기 시작했다.


당장 2•4분기에는 스마트폰의 부진이 직격탄으로 작용하면서 삼성전자의 분기실적 행진이 7분기 만에 멈췄다.


문제는 겉으로 드러난 실적이 아니다. 지난 23일에는 급기야 슈퍼 호황을 이어가던 반도체 업황이 꺾이는 상황이 현실화했다. 최악의 경우 반도체에 의지한 채 ‘외발자전거 성장’을 이어가던 모습마저 사라질 판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올해 전체 영업이익이 지난 2015년 이후 4년 만에 줄어들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온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목줄을 죄는 것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추격자의 위치였던 중국 기업들이 삼성의 진정한 적수가 되고 있다. 기술력과 공급 측면에서 삼성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컴퍼니(YMTC)는 연내 32단 낸드 생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범용제품에서 더 이상 삼성이 우위를 차지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특히 샤오미•화웨이 등 중국업체의 약진에 눌려 중국은 물론 동남아 시장에서도 삼성 휴대폰은 빠르게 길을 잃고 있다. 재계의 한 고위임원은 “중국이 자국 시장에서 담합 혐의로 삼성을 옥죄고 있고 인력 빼가기에 나선 점도 부담”이라며 “휴대폰 시장에서는 진정한 골수 삼성 팬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사업 축인 소비자가전의 경우 분기당 영업이익이 3,000억원대까지 쪼그라들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영업망이 흔들렸던 중국 시장에서 회복이 늦다는 지적이 많다.


격화하는 미중 무역전쟁은 삼성을 갉아먹는 또 다른 요인이다. 중국에 이어 미국의 공고한 성장세까지 무역전쟁의 틈바구니에서 꺾일 경우 삼성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내몰린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는 삼성을 향한 반기업정서가 고조돼 급기야 삼성을 국민 기업화해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까지 여당 일부와 시민단체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 육성이 여전히 뒷전인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중국 업체들이 세계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것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라며 “삼성도 당장은 몰라도 생존이 영원하지 않다는 점을 모두가 인식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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