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될까? 영향과 전망


 


여야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단이 8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원내대표단은 이날 회동에서 8월 임시국회 현안과 특활비 개선방안 등을 논의했다./연합뉴스


여야 정치권이 은산분리(기업 등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제한)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은산분리 완화를 강력히 촉구한 뜻을 받는 모양새다. 또 특수활동비(특활비)는 폐지하는 대신 영수증 증빙 등 투명화로 가닥을 잡았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8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회동을 갖고 은산분리 완화와 민생법안 등 8월 임시국회 현안과 특활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먼저 원내대표단은 은산분리 완화 내용을 담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이달 중으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박경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처리하기로 했다"면서 "상향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개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사금고화하고 금융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막고자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를 규제하는 제도다. 현재 의결권 있는 주식 4% 이하, 의결권 미행사 전제 최대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제한돼 있다. 국회에는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보유 한도를 4%에서 34% 또는 50%까지 확대하는 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7일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해 인터넷 전문은행 활성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터라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원내대표단은 원칙적으로 이달 처리에만 합의했을 뿐이어서 구체적인 완화 정도는 상임위원회 심사에서 결정된다.


원내대표단은 또 특활비를 그대로 유지하되 영수증을 비롯한 증빙서류 제출하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영수증을 포함한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못한 금액은 특활비를 반납하기로 했다. 앞서 원내대표단은 국회 운영위원회 산하에 특활비 제도개선TF(태스크포스)를 두고 정비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구체적인 특활비 개선안이 나오면 내년부터 적용된다. 이날 회동에서 합의된 사항은 올해 남은 특활비에 적용된다. 박 원내대변인은 "현재 특활비 중 상당 부분은 이미 공적인 목적으로 쓰는 업무추진비 성격이 강하다"며 "증빙 서류를 제출해 투명하게 운영하면서 양성화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은 개선보다 폐지를 주장하고 있고, 특활비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은 터라 특활비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회동에서도 기존에 밝힌 입장과 같이 특활비를 폐지해야 한다는 당론을 고수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몫의 특활비를 받지 않기로 했다. 특활비 증빙은 민주당과 한국당만 해당하는 셈이다. 한편, 국회는 특활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에는 불복해 9일 항소할 예정이다.


■ '은산분리 완화 금융권에 미칠 영향은 …


대통령까지 나서 '은산분리' 완화를 강조하면서 규제를 벗어버린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공격적인 경영이 예고된다.


기존 오프라인 '공룡' 은행들은 자칫 생존 기반마저 잠식 당할까 위기감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이에 기존 오프라인 기반의 은행들은 계열사와의 시너지 확대를 위해 빅데이터를 한데 모으는 등 ICT(정보통신기술)로 재무장을 하고 새 먹거리 확보에 나서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에 이어 NH농협금융그룹,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등도 통합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거나 검토 중이다.


통합데이터센터는 금융그룹 산하 모든 관계사의 인적·물적 ICT 인프라 및 기술을 한 곳에 집약한 것으로,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맞춰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관계사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KB금융그룹은 최근 통합IT센터 인프라 구축 및 이전 컨설팅과 관련한 용역 사업자를 모집하는 공고를 냈다.


KB금융그룹은 내년 상반기 중으로 김포한강신도시에 관계사의 전산시스템을 한데 모은 통합IT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통합IT센터는 지하 4층~지상 7층 규모로 구축되며 현재 메인센터인 여의도센터와 염창센터는 백업센터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신한금융그룹도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으나 그룹 차원의 통합데이터센터를 만드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금융그룹은 가장 발 빠르게 통합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에 13개 관계사별로 분산 관리해오던 IT와 인프라 인력을 통합한 데이터센터를 만들었다. 이 통합데이터센터를 통해 하나금융그룹은 관리 비용을 절감하고 그룹 내 IT 인력 간 교류를 활성화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NH농협금융그룹도 현재 사용하지 않는 양재동 IT센터를 농협의 디지털·IT 부서를 통합한 데이터센터로 새롭게 운영할 계획이다.


NH농협금융그룹은 올 하반기까지 외부 핀테크 업체와 금융지주 내부 디지털·IT인력이 함께 근무하는 공간을 만들 예정이다. 특히 이 센터를 애자일 조직화해 부서 간 경계를 허물고 유기적으로 업무에 대응할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을 시작으로 각 금융그룹들이 데이터센터를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IT 인프라를 한 곳에 모아 업무 효율화와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비대면 담보대출·수수료 0% 앱투앱 결제, 카드사 등 2금융권 '연계대출' 선보일 듯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 기조가 재확인되면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보다 공격적인 경영행보를 보일 조짐이다.


두 은행은 자본금 확충을 통해 대출 확대 등 기본 먹거리 확보를 계획하는 한편, 핀테크도 강화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8일 "4월에 증자를 했기에 당장 시급하지는 않지만, 은행 영업에 있어 자본력이 기본이기에 증자는 계속 필요하다"며 "은산분리 완화로 장기적으로 길이 트였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전날 '인터넷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역설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4월 5000억원 규모 증자를 하면서 최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지분율 58%에 해당하는 2900억원보다 적은 1860억원만 출자하겠다고 하면서 난항을 겪었다. 이에 2대 주주인 카카오가 한국투자금융지주 실권주를 인수해 증자를 마무리 지었다.


은산분리 원칙에 따라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어 의결권이 없는 전환우선주를 인수했다.


카카오뱅크는 은산분리 완화 법안이 개정되면 인터넷은행으로서 금융소비자들이 일상에서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4분기에는 카카오뱅크에서 대출이 거절된 소비자들도 카카오뱅크와 연계한 카드사나 캐피탈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회사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연계대출'을 선보일 예정이다. 내년 1분기에는 웨스턴유니온과의 협업을 통해 기존보다 약 30~70% 저렴한 '모바일 해외 특급 송금 서비스'도 선보인다.


올해나 내년 중에는 신용카드나, 수수료율이 0%대인 앱투앱 결제도 출시할 계획이다.

주주 구성이 더 복잡한 케이뱅크는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자본확충이 좀 더 용이해질 전망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충분한 증자가 이뤄진다면 자본금 여력에 따라 신용대출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는 현재 상황부터 정상화해야 한다"며 "나아가 앱투앱 결제, 모바일 기술과 결합한 주택담보대출 등 새 사업 추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도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과 수수료 0%대의 앱투앱 결제 등을 계획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빅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모바일 자산관리 서비스 등의 개발을 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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