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불붙었다. 인공지능(AI)을 둘러싸고다. 그 중에서도 AI를 의료정보의 처리, 분석, 진단에 활용하는 분야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고 IT, 바이오, 초정밀광학기계 등 첨단 기술의 수렴화가 이루어지면서 글로벌 굴지의 병원들의 'AI병원'으로 변신 경쟁이 그 어느때 보다 뜨겁다. 쉽게 말해 글로벌 AI병원 경쟁이다.


 실제 4차산업혁명과 함께 온 인공지능(AI)와 빅데이터의 발달, 그리고 사물인터넷(IoT)의 확산으로 헬스케어 시장이 활짝 문을 열었다. 이전에는 원격의료나 소형화된 휴대용 의료기기를 활용하는 정도에 그쳤다면, AI와 빅데이터, IoT 기술의 발달은 환자 개인의 유전체 및 생활습관 등의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분석 할 수 있게 돼 개인별 최적화된 진단 및 치료가 가능한 정밀의료로 발전됐다. 여기에 AI의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 접목되면서 환자의 현재 상태뿐만 아니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질병까지도 일정수준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최근 발표된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번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AI 헬스케어 시장은 2015년 8억달러(한화 약 8900억원)에서 2021년 66억달러(한화 약 7조3900억원)로 급성장이 예상됐다. 국내 AI 헬스케어 시장은 2015년 17억원에서 2020년 256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글로벌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40%)보다 높은 70.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 미국이 앞서고 중국 일본은 추격하고...고령화시대 의료문제 해결 대안으로 부상


 인공지능(AI)을 의료정보 처리•분석•진단에 활용하는 ‘AI병원’ 도입•활성화를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AI 의료기술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정부가 산학협력체를 꾸려 5년 안에 AI시범병원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며 중국에서는 이미 AI병원이 운영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경우 정보기술(IT) 기업 IBM, 제조업 회사 제너럴일렉트릭(GE)이 AI 진단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문부과학성•경제산업성•후생노동성 등 3개 부처 중심으로 산학협력을 추진해 오는 2022년까지 국내에 AI시범병원 10곳을 설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9일 보도했다. 정부는 AI병원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업과 병원을 이달까지 모집하고 다음달 안에 구체적으로 체제를 정비할 예정이다. 신문은 이를 위해 투입되는 자본이 5년간 100억엔(약 1,000억원)을 넘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AI병원은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로 발생할 의료 문제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대수명 증가로 의료 서비스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의료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AI가 전면 도입되면 인력부족이 대폭 해소되는 것은 물론 서비스도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의료기록부 작성에 AI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하면 의사는 환자와의 상담에 집중할 수 있다.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진단에 AI를 이용하면 몇 분씩 걸렸던 판독시간을 몇 초 안으로 단축할 수 있는데다 실수로 악성종양을 발견하지 못하는 사례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혈액검사, 심전도 데이터를 저장하고 진단에 AI를 활용하면 최적화된 치료법을 쉽게 찾을 수 있어 불필요한 의료행위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에서는 이 같은 AI병원이 이미 영업을 개시했다. 지난 4월 광저우 제2종합병원은 환자의 의료기록을 저장하고 불러올 때 안면인식 기술을 적용하고 의료비를 정산할 때도 메신저 서비스인 위챗의 결제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환자가 AI시스템에 원격 접속해 증상을 입력하면 치료를 위해 종합병원에 가야 하는지, 동네의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지도 알려준다. 광저우 제2종합병원 측은 AI시스템 도입에 따라 환자의 진료시간이 절반으로 단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AI 산업발전 촉진 3개년계획’에서 의료용 영상진단 시스템을 주요 육성제품으로 꼽아 AI 의료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는 민간기업들이 AI병원 확대를 위해 뛰고 있다. IBM은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암센터, 뉴욕 메모리얼슬론케이터링암센터 등에서 자사의 AI시스템 왓슨을 암을 비롯한 각종 종양 진단에 활용하고 있다. 화상처리용반도체(GPU)에 특화돼 빅데이터 처리에서 강점을 가진 엔비디아도 하버드대 산하의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GE 등과 AI 진단기술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다만 AI 의료기술 도입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만약 AI와 관련된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이 의사, 데이터 관리자, AI 개발자 중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를 놓고 공방이 발생할 수 있어 법제 정비가 시급하다. 빅데이터 관리를 위한 통계•컴퓨터과학자의 인력부족도 예상된다.


█ 국내는...


현재 AI 헬스케어 분야에서 선두에 서 있는 곳은 AI 왓슨을 보유한 IBM이다. IBM은 지난 2015년 4월 'IBM 왓슨 헬스' 부서를 신설한 이후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자사의 클라우드 플랫폼 블루믹스와 AI 왓슨을 결합한 형태로 병원 등 의료 기관에서 수집된 환자들의 진료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진료 방법을 전문의에게 제안하는 '왓슨 포 온콜로지'와 '왓슨 포 지노믹스' 서비스를 실제 병원에 공급해 운영되고 있다. 현재 국내 부산대 병원, 가천대 길병원, 건양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 카톨릭대 병원 등이 IBM의 AI 왓슨을 이용한 의료 보조 서비스를 암환자 진료에 이용 중이다.


알파고로 잘 알려진 구글의 딥마인드 역시 지난해 '딥마인드 헬스' 프로젝트를 통해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의 의료데이터를 제공 받아 환자의 질병을 탐지•예측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글로벌 IT 기업 오라클도 자사의 헬스케어 정밀의료 솔루션 '프리시즌 메디슨'을 공개하며 빅데이터와 AI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마친 상태다. 또한 오라클 헬스케어 파운데이션 플랫폼을 통해 수집된 의료 데이터를 표준화된 포맷으로 관리도 가능해 향후 의료 빅데이터를 이용한 새로운 시장 개척에도 나설 계획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의 경우 삼성전자가 '의료기기사업부'를 운영하며 헬스케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특히 IoT 기술을 통해 소형화된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함께 AI 이미지 분석 기능이 탑재된 의료 영상 디바이스 등에 집중하는 중이다.


국내 대표적인 소프트웨어(SW) 업체인 한글과컴퓨터의 경우도 AI와 빅데이터를 이용한 헬스케어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한컴지엠디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와 AI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분당 차병원에 VR과 AR을 이용한 언어치료 프로그램, 인지훈련 프로그램, VR 재활훈련 프로그램 등을 개발 중이다.


헬스케어 분야에 AI 기술이 빠르게 접목되면서 의료 빅데이터을 효과적으로 분석•처리하기 위한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분야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해 내느냐가 맞춤형 헬스케어 및 정밀의료의 핵심으로 부상함에 따라 AI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주는 SW 개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헬스케어 SW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해부터 산업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등을 통해 국제표준 가이드라인 사업을 진행한바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디지털헬스케어 SW시험평가센터 구축 사업'을 통해 향후 5년 동안 총 143억원을 투입, 대구에 센터를 구축할 계획을 발표했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와 함께 '의료기기 분야 SW 안정성 및 유효성 확보를 위한 가이드라인 개발 사업'을 진행하며,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도 '스마트 헬스케어 분야 SW 품질평가모델' 개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민간 영역에서도 최근 삼성전자는 웨어러블 헬스케어 시장 성장의 둔화의 원인으로 디바이스•알고리즘•서비스•클라우드  등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헬스케어 솔루션 부재를 꼽으며 삼성전자의 센서, 디바이스, SW 기술을 통합한 헬스케어 SW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빅데이터 및 AI 알고리즘 기술을 제공하는 매스웍스의 경우 대표적인 프로그래밍 언어인 매트랩과 모델 기반 설계 및 손쉬운 시뮬레이션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시뮬링크 등을 통해 헬스케어와 정밀의료를 위한 빅데이터 분석 및 AI 알고리즘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매스웍스에 따르면 매트랩은 클라우드 및 IoT 등을 통해 수집된 다양한 의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화된 예측•분석 알고리즘이 적용된 SW을 손쉽게 개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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