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머스크•IBM 블록체인 플랫폼에 94개사 참여...연말 사업화


                                                       게티이미지뱅크


호주의 코먼웰스 은행(CBA∙ The Commonwealth Bank of Australia)이 최근 블록체인을 이용해 국경 간 상품 운송 추적에 성공했다. CBA에 따르면 아몬드 3만7천 파운드 분량을 호주에서 독일까지 운송하는 과정에서 사설 블록체인 플랫폼을 이용해 그 과정을 추정했다는 것. 이 블록체인 플랫폼은 CBA가 이더리움 네트워크 기반으로 개발한 것이다.


이 블록체인 시스템에 노드로 참가한 기업은 공급사슬의 주요 파트너들로서, 농업회사인 올람 과수원(Olam Orchards)과 여러 물류회사, 그리고 항구 운영사인 패트릭 터미널(Patrick Terminals), 멜버른 항구(Port of Melbourne) 등이다.


이 블록체인 기반의 시스템은 컨테이너 데이터, 문서, 금융거래 등의 정보를 분산 네트워크에 저장했으며 다양한 파트너들이 동시에 운송 상황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고 추적할 수 있다. 시스템이 제공하는 정보에는 운송상황, 컨네이터의 온도 및 습도 등도 포함된다고 한다.

이 처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무역금융 플랫폼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 머스크와 IBM주도의 물류 프로젝트 주목


13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IT기업 IBM과 세계 최대 해운업체 머스크(Maersk)가 협력 중인 글로벌 무역 블록체인 플랫폼 '트레이드렌즈(TradeLens)'이 세계 경제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드레이드렌즈는 최근 이 프로젝트에는 총 94개사가 파트너로 참여하기로 했다면서 명단을 공개했다. 양 사가 개발한 플랫폼 '트레이드렌즈(TradeLens)'는 국제 무역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해서 거래 내역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테스트 기간 동안 90여개 회사에서 나온 1억5000만 건 이상의 선박 및 컨테이너 도착 시간부터 선하증권, 세관통과에 이르는 각종 이벤트 정보를 수집했다. 이 데이터는 하루에 100만 건에 가까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머스크와 IBM은 공동 성명서에서 “플랫폼은 여전히 〃〃파일럿 단계에 있지만, 올해 말까지 완전히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플랫폼에는 머스크와 IBM을 포함해 화주, 세관, 항만 기업 등 다양한 해운 관련 기업과 규제기관들이 참여했다. 대표적으로 싱가포르, 홍콩 및 로테르담 등 전 세계 20여개 항만 운영 업체와 네덜란드, 사우디 아라비아, 싱가포르, 호주, 페루 세관 당국까지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다. 또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인 PIL(Pacific International Lines)과 함부르크 수드도 플랫폼에 가입했다.


네덜란드 세관의 경우 올해만 1500만척에 이르는 선적 컨테이너를 처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럽 해상 물류의 요충지로 파급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기대됐다.


해운업계에서는 60여 년 전 등장했던 표준 크기 선적 컨테이너가 해운 운송에 혁명을 일으켰던 것처럼, 블록체인 플랫폼이 국제 무역의 방대하고 복잡한 서류 처리를 대폭 간소화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트레이드렌즈는 테스트 기간 동안 해상 운송 시간을 40% 단축시킬 수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또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협력 회사들은 분산 장부를 통해 거래 내역 등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머스크와 IBM은 지난 1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국제 무역 디지털 플랫폼 개발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한 바 있다. 양사는 블록체인 기반 물류 플랫폼 확대를 위해 합작 투자 대신 기존 협업 계약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머스크의 트레이드렌즈 리더인 마이크 화이트는 “우리는 공동 협력 모델을 통해 생태계 참여자의 주요 피드백을 보다 잘 처리하고, 모든 참여자가 트레이드렌즈를 상호 더 잘 운용하고 데이터 보호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트레이드렌즈를 단순 물류 운송이 아닌 무역 금융과 같은 분야로 확대하고, 엔드 투 엔드 방식의 글로벌 공급망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 무역금융 플랫폼 상용화도 가시권에


 홍콩 금융관리국(HKMA)과 홍콩상하이은행(HSBC), 스탠다드차타드 등 홍콩 7개 은행이 9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무역 금융 플랫폼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HKMA가 프로젝트 개발을 주도하고 딜로이트가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술은 핑안보험그룹에서 지원한다. HSBC, 스탠다드차타드, BOC홍콩, 항성뱅크, 뱅크오브이스트아시아, 호주와 뉴질랜드 뱅킹 그룹, 싱가포르 DBS그룹이 참여한다.


이 플랫폼은 블록체인 고유기능인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무역 문서를 디지털화하고, 무역 금융 프로세스를 자동화해 리스크를 줄인다. 페이퍼리스를 실현할 뿐만 아니라 서비스 이용 기간을 대폭 단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국경 간 거래를 촉진하기 위해 다른 관할 지역 무역 플랫폼과도 연동할 예정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은행과 기업고객은 무역 구매 주문서, 청구서, 신청서를 제출하고 기록할 수 있다. 사기 및 신원 도용 위험도 줄여 효율성이 높아진다. 기업 재정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뱅크오브이스트아시아는 “중소기업과 소규모 기업도 무역금융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시아개발은행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무역금융 수요가 충족되지 않는 국제 무역 금융 격차는 1조5000억 달러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 40%에 달했다.


비벅 라마찬드란 HSBC 성장•혁신 부문 글로벌 책임자는 “블록체인은 필요 없는 종이 양을 줄이고, 거래를 디지털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홍콩은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고 역동적인 무역 시장 중 하나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서 “HSBC는 무역 변화를 이끌어 보다 단순하고, 더 좋고, 빠르며,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탠다드차타드도 “복잡한 글로벌 무역 환경 속에서 고객이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방식으로 새로운 디지털 무역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일본 61개 은행은 올해 하반기 블록체인 기반 통합 애플리케이션 '머니 탭'을 상용화한다. 현금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일본 특성을 감안하면 은행권 공동 블록체인 네트워크 도입은 결제와 송금에서 대대적 혁신을 촉발할 전망이다.


컨소시엄은 일본 은행 자산 총액 80%를 차지하는 61개 은행으로 구성된다. 미국 리플과 일본 SBI홀딩스 합작사인 SBI리플아시아 주도로 이르면 올 가을 머니 탭이라는 브랜드로 출시된다. 리플에 적용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


홍콩과 일본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전방위적인 금융서비스 융합을 시작하면서 전통 금융 서비스 파괴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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