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데이터•인공지능(AI)•수소경제를 혁신성장을 위한 3대 '플랫폼(platform)'으로 선정해 내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9조~10조원을 투자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꼭 필요한 기반기술로 정부가 그 초석을 깔겠다는 구상이다. 또 기존 8대 핵심 선도사업에는 바이오헬스를 새로 추가해 바이오 융복합 연구개발(R&D)을 지원하기로 했다. 4차 산업혁명 분야의 고급기술을 보유한 핵심인력도 향후 5년간 1만명을 신규 육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에만 혁신성장 분야에 총 5조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다.그러나 이들 분야에 수많은 법들이 얽혀 있어 제 효과가 나올지 우려가 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는 최근 열흘 간 혁신성장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관건은 국민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규제 완화 수준과 혁신성장 주체인 민간이 얼마나 호응할 지다.


특히 이번 발표에서는 공유경제의 핵심인 공유차량과 숙박공유가 빠진 것과 관련해서도 개운찮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 지원보다는 규제 완화가 우선돼야 할 분야라서 이번 정책에 넣지 않았다"며 "부처별로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고 규제를 푸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뒤늦게 3대 플랫폼 전략투자를 선정하면서 작년 말에 발표한 8대 선도사업에 있던 '초연결 지능화(빅데이터•AI•5G 등 연관)'가 빠지고 '바이오•헬스'가 대신 들어가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소득주도성장에 밀려 혁신성장 한 축인 규제혁신이 뒤늦게 시작되는 바람에 정부 1년차 성과가 미진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정부 규제정보포털 기준으로 문재인정부 1년(작년 5월 10일~올해 5월 9일) 규제혁신 완료 건수는 242건에 머물렀다. 박근혜정부 1년차(197건)에 비해서는 많지만 박근혜정부 연평균(2013년 2월 25일~작년 5월 9일) 345건에 비해서는 100여 건 적었다.



여하튼 정부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혁신성장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혁신성장 전략투자 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플랫폼 경제 구현을 위한 3대 전략투자 분야로 수소경제, 데이터•블록체인•공유경제, AI를 제시했다. 이에 더해 혁신인재 양성도 핵심 과제로 내놓았다. △투자 시급성 △기술 발전 가능성 등을 감안했다. 플랫폼 경제는 여러 산업에 걸쳐 꼭 필요한 인프라, 기술, 생태계를 뜻한다.


임기근 혁신성장본부 선도사업2팀장은 "일본 '미래전략 투자 2017', 독일 '플랫폼 인더스트리 4.0', 중국 '제조 2025' 등 여러 나라에서 국가와 민간이 함께 만들고 있는 미래 비전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년 플랫폼 경제 예산으로 올해 대비 6000억원 증가한 1조5000억원을 배정했다. '3대 전략투자+혁신인재 양성' 등 4대 프로젝트 몫은 5000억원이다. 올해 예산보다 371%(4000억원) 뛴 금액이다. 앞으로 5년간 9조~10조원으로 책정한 플랫폼 경제 예산 중 절반(4조5000억원~5조원)은 4대 프로젝트에 쏟는다. 

수소경제, 빅데이터•AI•블록체인 기반 구축, 데이터격차 해소•공유경제 패키지 지원, 인재 양성 예산으로 각각 1000억원, 1900억원, 1300억원, 900억원을 편성했다.


수소경제는 기술력이 세계 선두권에 못 미치는 생산, 저장•운송 기술 발전에 나랏돈을 투입한다.


빅데이터는 각 기업이 보유한 교통, 에너지, 통신, 금융 등의 정보를 기업 간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초점을 뒀다. 대기업이 주로 갖고 있는 빅데이터를 중소•벤처기업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정보 가공•구매 바우처도 제공한다.


인재양성 목표는 연 2000명이다. 이 중 해외 유명연구소•기업이 관여하는 공동 프로젝트 및 인턴쉽에 500명을 보낸다. 정보통신 기술학교인 프랑스의 '에꼴 42'를 본딴 혁신 교육프로그램도 내년 하반기에 도입한다.


정부는 △공공기관 5년간 30조원 투자(2일) △삼성전자 방문(6일) △개인정보 규제 완화(8일) △전략 투자(13일) 등 혁신성장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삼성, 한화 등 대기업도 투자•고용 대책을 내놓으며 정부를 지원 사격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동시다발적으로 할 수 있는 건 해보자는 상황"이라며 정부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가 재정 투입, 제도 개선 등 혁신성장 대책을 계속 발표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아직이라는 평가가 많다. 공유숙박 등 국민이 체감할만한 규제 완화는 메시지만 있다. 김 부총리는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다음 달 말까지 "해외는 가능하고 우리만 안되는 규제부터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중소•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 마련도 필요하다. 김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이날 발표한 '제조업 신생기업의 성장동력 역할 감소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 이후 신생기업 생산성 증가율은 기술 집약도가 가장 높은 첨단기술 제조업에서 급격히 감소했다.


:플랫폼(Platform) 경제 : 기차역 플랫폼이 수많은 사람•물건이 오가는 도시의 기본 인프라인 것처럼, 융•복합을 핵심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여러 산업에 걸쳐 꼭 필요한 빅데이터•AI 등 핵심 인프라•생태계를 갖추고 활용하는 경제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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