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게임에 오래 전부터 사용됐다. 온라인게임에서 논플레이어캐릭터(NPC)가 퀘스트를 주거나 게이머 선택에 반응하는 것은 넓은 의미에서 AI로 본다.


국내 게임사는 최근 2~3년간 AI와 게임을 접목하는 연구에 집중했다. 그 결과 이용자 성향을 파악하거나 운영 상 실수를 잡아내는 등 제작 외 영역에서도 AI가 넓게 쓰이기 시작했다.


이처럼 엔씨소프트를 비롯한 넷마블•넥슨 등 국내 게임업계 대표 업체들이 최근 AI 연구 조직을 확대•개편하면서 AI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1년 AI 연구 조직을 설치한 엔씨소프트는 올해 3월 간담회를 열고 지난 7년간의 연구 성과와 앞으로 계획을 발표했다. 넷마블은 지난 3월 미국 IBM 왓슨 연구소 출신 이준영 박사를 센터장으로 임명하고, AI 연구 조직을 'AI 레볼루션 센터'로 확대했다. 넥슨도 지난해 12월 사내 인공지능 연구팀을 '인텔리전스랩스'로 확대 개편하고, 올해 말까지 200여 명의 연구 인력을 추가 채용한다. 게임업체들이 AI를 차세대 먹거리이자 경쟁력으로 보고 공격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이다.


█ 엔씨 '야구 분석 AI' 내놓아…다양한 AI 서비스 개발


엔씨는 지난달 24일 프로야구 AI 서비스인 '페이지' 앱(응용프로그램)을 출시했다. AI가 경기 통계 데이터를 스스로 분석해 경기를 요약해주거나 그래프로 만들어 한눈에 야구 자료를 볼 수 있도록 돕는다. 좋아하는 구단의 최신 뉴스를 요약해주거나, 관전 포인트도 알려준다. 게임과 전혀 상관없는 AI 서비스를 게임회사가 만들어 출시한 것이다.


엔씨는 게임과 별개로 야구처럼 여러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독자적인 AI를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타율•평균자책점 등 다양한 숫자와 데이터가 풍성한 야구를 소재로 AI를 만든 이유다.


이재준 AI센터장은 "구글의 딥마인드가 바둑 AI 알파고를 개발할 것도 통제된 환경에서 다양한 변수를 계산하는 데 바둑이 최적화된 환경이었기 때문"이라며 "가상세계라는 통제된 환경을 가진 게임은 AI를 연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이자 환경"이라고 했다. 게임 기업이 AI 연구에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구글 딥마인드는 인간과 게임 스타크래프트 대결할 AI를 개발 중이다.


엔씨소프트는 인간의 언어와 지식을 이해하는 AI 연구팀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장정선 NLP(자연어처리) 센터장은 "게임 이용자의 말과 채팅을 이해하는 AI를 개발하고 있다"며 "이 기술이 발전하면 예컨대 이용자의 목소리로 조종하는 게임, 이용자의 반응에 따라 다양한 스토리가 진행되는 게임 개발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택진 대표는 AI 개발 회의와 세미나에 직접 참석해 의견을 제시할 정도로 AI 연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또 글로벌 지역에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공지능 기술이나 VFX 기술 등에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초에 엔씨소프트는 VFX(Visual Effects, 시각특수효과, 이하 VFX) 전문기업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대표 이전형, 4th CREATIVE PARTY, 이하 포스)’에 220억 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는 최근까지 ‘대호’ (2015년, 감독 박훈정), ‘설국열차’ (2013년, 감독 봉준호), ‘괴물’ (2006년, 감독 봉준호), ‘올드보이’ (2003년, 감독 박찬욱) 등 영화 180여편의 VFX 제작 파트너로 참여한 회사로, 엔씨소프트 측은 이 인수를 통해 자사의 디지털 콘텐츠 제작 역량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국내 게임사 중에서는 가장 AI(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 연구에 고도화를 이룬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100여 명의 국내 최고 전문가를 투입중인 엔씨소프트 AI센터는 ▲언어 처리 기술 △지식 기술 △컴퓨터 비전 △음석인식 및 합성기술 △게임 AI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미 상용화 게임에 AI기술을 투입하기에 이르렀다.


'블레이드앤소울'의 '무한의탑'에서 시범적으로 도입된 이 AI기술은 각 글로벌 지역에 있는 게이머들의 수준에 맞추어 반응하고 있는 단계이며, 이러한 시도가 더 발전될 경우 획기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넷마블, 게임 운영 돕는 AI…넥슨은 게임 내 AI 탑재


넷마블은 다가올 지능형 게임 시대에 맞춰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인공지능(AI)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능형 게임이란 게임 속 AI가 이용자의 성향과 게임 실력을 파악해 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게임을 구성하고, 게임을 즐기던 이용자가 게임을 계속하는 데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 이에 대한 대응법을 알려주는 식으로 이용자와 교감하는 것을 말한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지난 2월 열린 제4회 넷마블연례기자간담회(NTP)에서 “알파고는 AI가 세계 최고 바둑기사도 이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줬지만 이런 AI를 게임에 도입한다면 사람과 함께 놀아줄 수 있어야 한다”며 “어른이 초등학교 2학년 학생과 축구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아이의 수준에 맞춰서 놀아주는 게 정말 힘든 일인데 이렇게 게임에서 이용자 수준에 맞게 게임을 제공하고 같이 놀아주는 어려운 일을 해 내는 것이 지능형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넷마블은 지능형 게임 서비스를 위해 지난 3월 ‘넷마블인공지능레볼루션센터(NARC)’를 설립하고 미국 IBM 왓슨 연구소에서 20년간 AI와 클라우드, 빅데이터 관련 연구를 이어온 이준영 박사를 센터장으로 영입했다. 이준영 센터장은 미국 IBM 왓슨 연구소 등에서 약 20년 간 AI를 비롯해 빅데이터, 클라우드, 블록체인 관련 정보기술(IT) 플랫폼 및 서비스의 기술 전략을 제시해온 전문가다. 이준영 센터장이 이끄는 NARC는 지능형 게임에 필요한 ‘콜럼버스 프로젝트’와 ‘마젤란 프로젝트’의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콜럼버스 프로젝트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게임 운영과 마케팅을 자동화하는 AI 기술 프로젝트다. 현재 게임 서비스는 이용자 전체 대상으로 동일한 이벤트를 실시하고 똑같은 아이템을 제공하며 이용자 모두에게 같은 상점을 선보이고 있으나 콜럼버스를 적용하면 개개인의 성향을 분석해 개인화된 이벤트나 마케팅을 제공할 수 있다. 콜럼버스는 현재 실제 게임 서비스 적용을 완료했고, 확대 적용을 준비하고 있다.


또 개발하고 있는 '마젤란'이란 AI는 이용자의 게임 이용 수준에 따라 게임 난이도를 조정할 수 있다. 마젤란 프로젝트는 게임 콘텐츠의 지능화와 개발 효율화를 위한 AI 기술 프로젝트다. 학습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용자가 게임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게임 콘텐츠를 개인별로 제공하거나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이용자 성향에 더 적합한 콘텐츠를 안내할 수 있다. 맞춤형 게임을 제시하는 기술인 셈이다. 예컨대 초등학교 2학년에겐 게임을 더 쉽게, 성인에겐 더 어렵게 난이도를 컴퓨터가 스스로 조율하는 것이다,


넥슨이 지난 1월 내놓은 모바일 게임 '야생의 땅:듀랑고'는 게임에 AI를 적용했다. AI가 스스로 게임의 가상세계를 무작위로 생성하면서 이용자가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넓혀준다. 다른 게임에선 개발자가 직접 만들어야 하는 가상세계를 컴퓨터 스스로 넓히면서 개발 작업을 돕는 것이다. 게임에 등장하는 공룡과 맹수들에게도 AI가 적용됐다. 이용자의 행동과 가상세계의 지형에 따라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


이 밖에도 NARC는 현재 게임 제작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아트 작업 등에 AI 기술을 접목해 개발 과정의 자동화와 효율화를 위한 기술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넷마블은 AI 개발의 핵심인 글로벌 인재 유치를 위해 북미 지역에 AI 연구를 전담하는 연구소도 설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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