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서 양국 제품 수출 경합도는 계속 상승



한국과 중국의 기술격차가 1년으로 줄고 중국이 수출의 가격경쟁력까지 강화하며 한국 수출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진단이 한국은행과 민간 연구기관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중국의 첨단 산업화에 대비해 우리나라의 기술 경쟁력은 더 높이는 한편, 대중 수출이 중간재에 쏠려 있는 위험을 줄이되 급증하는 중국 중산층을 겨냥한 첨단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 전자정보통신기술 격차 0.3년, 바이오는 0.2년으로 줄어


20일 현대경제연구원과 한국과학기술평가원에 따르면 120가지 국가 전략 기술의 한•중 기술 격차는 2014년 1.4년에서 2016년 1년으로 0.4년 줄었다. 의료(1.5→1년)와 에너지•자원•극한기술 분야(0.9→0.4년)가 0.5년씩 줄어 감소 폭이 가장 큰 편이었고, 국내 주력 수출 분야인 전자•정보통신 기술 격차도 0.3년(1.8→1.5년) 줄었다.


전자•정보•통신 기술격차는 0.3년 줄었고 의료는 0.5년, 바이오는 0.2년 축소했다.


2014년 이미 중국이 앞서 있던 항공우주 부문에선 기술격차가 4.3년에서 4.5년으로 0.2년 확대했다.


중국이 기술 측면에서 한국을 맹추격하는 가운데 시장에서 한중의 수출 경쟁 구도는 심화하는 추세다.


전체 수출 품목에서 한중 수출 경합도 지수(ESI)는 2000년 0.331에서 2016년 0.390으로 2000년대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ESI는 1에 가까울수록 양국의 수출구조가 유사해 경쟁이 심화한다는 의미다.


특히 석유화학, 철강, 철강제품, 기계, 정보기술(IT), 자동차, 조선, 정밀기기 등 8대 주력 품목의 ESI는 2011년 이후 상승해 2016년 0.470을 기록했다.


기계, 조선을 제외한 6개 주력 품목의 한중 수출 경합도가 2000년 초반보다 더 상승했다. 특히 석유화학의 ESI는 0.7을 넘기며 한중 경쟁이 가장 치열해졌다.
가격경쟁력에서도 한국이 뒤처지고 있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 우려로 위안화 가치는 하락하는 모양새다.


반면 북한 리스크 축소 여파로 원화 가치 하락 폭은 여타 신흥국보다 크지 않은 편이어서 수출 시장에서 한국의 가격경쟁력은 나빠졌다.


자료 : 현대경제연구원


한편 수출구조를 보면 중국은 한국보다 고위기술 제조업 수출 비중이 늘고 상위 5대 수출국 의존도가 낮아지는 등 질적으로 개선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의 고위기술 제조업 수출 비중은 2000년 35.8%에서 2016년 30.4%로 쪼그라들었으나 중국은 같은 기간 22.4%에서 32.6%로 상승했다. 중국의 반도체, 트랜지스터 수출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다.


상위 5대 수출국 의존도는 한국이 2000년 55.3%에서 지난해 56.5%로 소폭 상승했으나 중국은 63.7%에서 44.9%로 20%포인트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보고서는 "기술 투자, 연구•개발(R&D) 지원, 원천 기술에 대한 개발 사업 확대 등 정부 주도의 기술 경쟁력 강화 방안이 필요하다"며 "반도체, 자동차 등 일부 품목에 집중된 수출구조를 개선하고 인도, 남아공 등 신흥국 시장 진출 등으로 수출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은 일부 품목, 국가에 대한 수출 쏠림 현상이 큰 것도 불안 요인이다. 한국 전체 수출의 75%를 차지하는 8대 주력 품목(석유화학•철강•철강제품•기계•IT•자동차•조선•정밀기기)의 한•중 ESI는 2011년(0.425) 이후 꾸준히 상승해 2016년에 0.470을 기록했다. 또 2000년대 들어 한국은 5대 수출국 의존도가 늘었는데 중국은 줄어드는 등 한국의 수출 다변화 정도가 중국보다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산업분석팀장은 "기술 투자와 연구•개발 지원 등 정부 주도의 기술 경쟁력 강화 방안이 필요하다"며 "일부 품목, 국가에만 집중된 수출 구조도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중간재 수출중심에서 4차산업혁명 분야 등으로 대중 수출전략 수정해야


올해로 개혁•개방 40년을 맞는 중국은 최근 반도체, 전자 부품 등 중간재 수입 비중을 줄이는 독자적 성장 모델을 구축하면서 IT(정보 기술)•생명공학•신(新)에너지 분야 육성 등 4차 산업혁명에 올라타는 '중국 제조 2025' 정책도 펴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대중 수출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19일 '중국 경제 개혁•개방 40년, 성과와 과제' 보고서에서 "중간재 중심인 대중 수출 전략을 수정하고, 신흥 전략 산업과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에서 중국 기업들과 제휴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작년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전체의 24.7%를 차지했고, 대중 수출품 중 중간재 비중은 78.9%에 달했다.



보고서는 중국 성장 동력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거대 소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대응책도 주문했다.


올 상반기 중국 소비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78.5%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2%포인트 상승했다.


김대운 한은 중국경제팀 과장은 "한국 기업들도 중국의 디지털 경제 확산에 따른 온라인 플랫폼, 모바일 결제 시스템 등에 적합한 유통 구조와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며 "중국 소비의 주축으로 등장하고 있는 1980~1990년대생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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