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 아마존웹서비스와 협약 체결



현대백화점이 서울 여의도에 건설 중인 ‘파크원’의 상업시설을 임차하는 계약을 맺은 건 2016년 10월이었다. 당시 유통업계에선 파크원에 영업면적 8만9100㎡의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을 열어 20년간 운영하겠다는 현대백화점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백화점 시장은 포화상태로 들어간 지 오래였고, 온라인 유통의 급성장으로 매출은 정체에 빠진 때였다.


이런 트렌드는 지난 2년간 심해졌다. 현대백화점그룹 내부에선 2020년 말 개장할 여의도점을 ‘완전히 새로운 콘셉트의 백화점’으로 선보여야 한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올초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기업 아마존에 전방위적인 협력을 타진한 배경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우리가 알고 있거나 보유한 기술로는 미래형 유통매장을 내놓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첨단기술로 미래를 이끌어가는 아마존과 손잡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20일 전략적 협력 협약(SCA)을 체결한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아마존의 클라우드 시스템 자회사로 이 분야 세계 1위다. 현대백화점은 우선 아마존의 무인자동화 매장 ‘아마존 고(Amazon GO)’의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 기술을 여의도점 식품관에 적용할 계획이다.

아마존은 1년여의 직원 대상 시범 운영을 거쳐 올초 미국 시애틀에 아마존고 첫 매장을 열었다. 아마존고에선 모바일에 앱(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한 소비자가 매장에 들어가 물건을 매대에서 집어 들고 이동하면 천장에 달린 100여 개 블랙박스 센서가 감지한다. 구매한 물건은 소비자가 매장 밖으로 나올 때 자동으로 계산된다. 현대백화점은 여의도점 식품관을 ‘한국판 아마존고’로 운영하기 위해 아마존과 공동 연구를 시작하기로 했다.


아마존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배송용 드론(무인항공기)을 이용한 서비스도 여의도점에 구현될 전망이다. ‘아마존 프라임 에어’로 불리는 이 서비스는 최대 2.4㎏의 제품을 물류센터 반경 16㎞ 이내에 있는 소비자에게 30분 안에 배송하기 위해 개발됐다. 2016년 말 영국 케임브리지에선 배송 실험도 이뤄졌다. 아마존은 드론 관련 특허만 40여 개를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는 현대백화점 여의도점 5~8층에 꾸며질 실내정원 ‘스카이가든’에서 약 25m의 층고를 활용한 드론 배송 서비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5층 실내 정원 벤치에 앉은 소비자가 모바일을 통해 6~8층의 디저트 매장에서 케이크 음료 등을 주문하면 드론을 이용해 배달하는 방식이다.


아마존의 최대 강점은 정밀한 고객 분석과 이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다. 이번 협약에 따라 현대백화점은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그룹 주요 계열사 통합멤버십인 ‘H포인트’의 고객 분석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기로 했다.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유통기업에 비해 다소 뒤처진 맞춤형 온라인 서비스 경쟁력을 아마존과의 협력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시스템이 구축되면 H포인트 가입 고객의 구매 패턴과 온·오프라인 활동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다. 더욱 체계적이고 세분화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정보기술(IT) 전문기업인 현대IT&E와 아마존 간 파트너십 강화도 추진된다. 현대백화점이 올해 문을 여는 대규모 가상현실(VR)테마파크 운영 시스템을 아마존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구축한다. 또 아마존의 VR 개발 플랫폼인 아마존 수메리안을 활용해 VR 체험기, 가상 피팅 서비스 등 VR 콘텐츠 개발에 공동으로 나설 계획이다.


정지영 현대백화점 영업전략실장(전무)은 “45년 유통 노하우를 보유한 현대백화점그룹과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지닌 아마존이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이번 협업으로 국내 온·오프라인 유통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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