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총서 '격론' 끝 당론 채택 실패, 이학영•제윤경 등 "반대"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허용 범위를 '몇 퍼센트'로 할 것인지가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제한) 완화의 막판변수로 떠올랐다. 핵심은 은산분리의 대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주도권을 잡고 경영을 할 수 있느냐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추진 중인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완화를 놓고 더불어민주당 정책의원총회에서 격론이 오갔다. 민주당은 당내 강경파 의원들의 반발에 “신중히 추진하겠다”며 의총 이후 합의안을 내고 의원들의 추인을 다시 받기로 했다. 논란이 된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보유율은 30% 안팎에서 정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소속 의원 90여 명은 20일 국회 본청에서 정책의원총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를 뒷받침할 민생•개혁법안을 논의했다. 정책의총은 8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다양한 법안을 논의하는 자리였지만 대부분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제한)’ 규정을 완화해주는 특례법 공방에 집중됐다.


민주당 지도부는 의총에 앞서 규제 완화 법안에 대한 내부 의견 조율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의원 사이에선 “규제프리존법과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등에 대한 소속 상임위 의원들의 교통정리가 끝났다”며 “의총에선 큰 이견이 나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의총을 시작하자 이학영•박용진•제윤경 등 시민단체 출신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쏟아졌다. 당론 합의에도 실패했다. 이들 의원은 “단서 조항을 두긴 했지만 결국 ‘거대 재벌의 사금고’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6일 “은산분리가 아닌 인터넷은행 특례법”이라며 “재벌 산업자본이 무리하게 들어올 여지를 차단하는 장치를 뒀다”고 한 발언을 다시 한 번 반박한 것이다.


이 의원은 의총 중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글을 올리고 “인터넷은행은 금융계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가. 인터넷은행이 생긴 뒤 1년 만에 개인부채가 9조원 증가했다”며 “시중은행의 일자리는 4300개 줄어든 반면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생긴 일자리는 700개에 불과하다”고 반대 논리를 폈다.


규제 완화엔 찬성하지만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보유율을 34% 수준으로 올리기로 한 여야 합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영선 의원은 “규제가 자유로운 미국도 산업자본 비율을 25%로 제한하고 있다”며 “정무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이 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무위 의원들에 따르면 산업자본 비율은 30% 안팎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무위 민주당 간사인 정재호•최운열 의원은 찬성 의견을 나타냈다. 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대출 중심의 은행 영업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선 새로운 사업자가 참여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메기 효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총은 의원들 간 찬반 양론이 오가며 2시간 넘게 진행됐으나 결국 합의안 도출에는 실패했다.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의총 이후 정무위 의원들이 합의한 안을 내고 추인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은 “겉으로는 규제 완화를 외치지만 결국 지지층에 비판받지 않으려는 여당 의원들의 이중적 행태가 다시 나타났다”고 꼬집었다.

여당 내에서도 일부 강경파 의원에 대해 “아직도 야당인줄 아는 모양”이라는 비판론도 제기됐다.


한편.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 한도는 24일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야당과 함께 구체적인 지분 허용 수준이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법안들은 크게 '25%안'(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34%안'(정재호ㆍ김관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50%안'(강석진ㆍ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현행 은행법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4%(의결권 있는 지분 기준)로 제한하고 있다.


'50%안'은 가장 완화된 수준으로 산업자본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 선이다. 50%까지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 산업자본이 단독으로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이 안은 은산분리 원칙을 위협할수 있는데다 기존 금융사의 경우도 한 대주주가 50%의 지분을 가진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허용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이 있었다.


가장 유력한 '34%안'은 2대 주주 수준의 지분을 인정하되 은산분리의 취지는 그대로 살리는 안이다. ICT기업들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지분을 더 태워 공격적인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열어두되, 단독 대주주를 막을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34%의 출처는 상법상 주주총회 특별결의 정족수(2/3)의 비토권(거부권)인 1/3(33.33%)에서 나왔다. 33.33%에 1%를 더해 34%의 지분을 갖게 되면 주총 특별결의에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주요 안건에서 강력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34%안은 최소한의 경영권이 보장되고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견제할 수 있는 수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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