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산업에 네거티브 규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혁신벤처단체협의회가 23일 개최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공개(ICO)' 주제 토론회에 참가한 전문가는 이같이 진단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구태언 법무법인 테크앤로 변호사는 “섣부른 개인정보보호법 도입으로 초고속 인터넷 강국이라는 이점을 갖고도 콘텐츠 시장에서는 구글, 페이스북에 밀렸다”며 “선규제 일변도 제도 탓에 실패한 사례가 넘쳐난다”고 꼬집었다.


블록체인 산업도 비슷한 길을 걸을까 염려된다는 지적이다. 합의된 중요 내용으로 규제 틀을 정하고 나머지는 시장에 맡기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구 변호사는 주장했다. 그는 “신시장을 기존 법으로 옥죄선 안 된다”며 “설익은 입법이 블록체인 산업 성장을 막을 수 있다”고 경계했다.


시장 불투명성을 걷어내야 한다는 제언도 했다. 구 변호사는 “정부가 수차례 블록체인, 암호화폐 관련 입장을 발표했지만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는 부정적이거나 모호하다”며 “천편일률적 진흥법이 아닌 블록체인 산업 육성에 걸맞은 명확한 법 설계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축구에서 규칙이 사라지면 동네 축구로 전락한다”며 합리적 규제안을 서둘러 내놔야 한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정부 역할에 대해선 민간 주도로 시장이 커질 수 있도록 믿고 맡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G20 국가 가운데 중국 외 우리만큼 불법화를 공헌, 배척하는 나라가 없다”며 “정부 가상통화 TF는 앞서 밝힌 규제 방침을 철회하고 업계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널 토론에서도 블록체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이경준 아이콘 재단 의장은 “20년 전 포털, 게임 회사가 지금처럼 성장할지 아무도 몰랐다”며 “블록체인이 인터넷 시대를 이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는 “블록체인 시대가 열리면 초기 기업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며 “사업 아이템만으로 세계로부터 평가를 받고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무총리실 직속 블록체인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구체적 대안도 언급됐다. 박성준 동국대학교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블록체인 육성에 대한 의지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며 “총리실이 컨트롤타워로 나서야 정부 부처 간 소통, 협력이 가능해진다”고 전했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은 혁신성장이라는 정부 정책 손질을 당부했다. 그는 “혁신성장은 퍼스트무버가 되는 길”이라며 “이를 위해선 선례가 없는 일을 해내야 하는데, 선례가 없는 일엔 뒷짐만 지는 게 관료사회 현실”이라고 아쉬워했다.


고 회장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 세계 곳곳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실적을 쌓을 수 있도록 정부, 국회 모두가 먼저 변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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