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분한도 완화 대상기업 이견



여야가 30일 인터넷은행 특례법을 처리하기로 약속한 가운데 여당내 강경파의 반대에 법안 처리가 물건너 갈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 완화 차원에서 직접 통과를 요청한 법안인데 여당 내 강경파의 반대로 무산 위기에 놓인 것이다.


또 야당측이 지분 한도의 대폭 완화를 주장하고 있어 설사 여당내 교통정리가 된다 해도 험한 고비를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여야 원내지도부는 29일 당내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뒤 쟁점 법안 일괄타결을 시도했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날 특례법을 포함해 쟁점 법안에 대한 당론 도출을 시도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는 지난 27일 회의 끝에 여야 입장을 각각 담은 두 가지 안을 각 당 지도부에 보고하고 관련 논의를 원내지도부에 위임한 바 있다.


1안은 정부 여당이 제시한 안으로 자산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은 규제 완화 대상에서 제외하되 정보통신기술(ICT) 자산 비중이 50%를 넘는 기업에 한해 허용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2안의 경우 모든 산업자본에 지분 보유를 열어주되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 심사를 통해 걸러내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이날 정책 의총까지 개최해 입장 정리에 나섰지만, 이견이 표출되면서 당론 도출에 실패했다. 일부 야당의 주장대로 재벌에 대한 진입규제를 풀어준다면 당 정체성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반발했다.


이날 민주당 의총은 은산분리 완화법인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인터넷은행법)'의 30일 본회의 통과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3시간가량 진행됐다. 이 특례법은 인터넷은행에 한해 현행 4%로 제한된 IT 자본의 은행 의결권 지분 보유를 34%가량으로 넓혀주는 내용이다.


그러나 박경미 민주당 원내 대변인은 의총 뒤 브리핑에서 "찬반이 팽팽하게 맞섰다"고 했다. 박 대변인은 "기존 금융시장에 '메기 효과(외부충격)'를 주기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대체로 동의했지만 대기업 진출 등에 대한 안전장치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날 의총에서 정무위 간사이자 법안 발의자인 정재호 의원이 법안 내용을 소개했다. 이에 대해 박용진 의원은 "대기업이 인터넷 전문은행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했다. 제윤경 의원도 "경제적 효과가 작은데 너무 서두르는 측면이 있다"고 가세했다. 박영선 의원은 여당 안(案)인 허용 지분율 34%가 과도하다고 보고 25%로 낮춰서 발의한 자신의 법안을 주장했다. 반면 최운열 의원은 "여당인 지금은 책임 있는 자세로 규제를 풀 건 풀어야 한다"고 찬성 발언을 했다. 김병욱 의원도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지분 한도는 34%로 늘려줘야 한다"고 했다.


한편 민주당은 자산 10조원이 넘는 대기업 집단 중 ICT 기반 기업만 진출을 예외적으로 허용하자고 주장하고 있으나 야당은 인터넷은행 허가 요건 정도만 법안에 명시하고 구체적인 인허가권은 법 하위 개념인 시행령에 위임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자는 큰 방향에는 여야가 공감대를 가졌지만 어느 산업자본에 대해 규제를 완화할지를 놓고 이견이 컸다.


더불어민주당은 원칙적으로 자산 10조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제외하고 규제를 풀어주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자산 비중이 50%를 넘는 기업에 대해서는 대기업 집단이라고 해도 예외로 허용해주자는 안을 내놨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모든 산업자본에 대해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신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제한할 기업 요건을 시행령에 넣자고 대안으로 내놨다.


지난해 상반기 출범한 인터넷은행은 비대면 채널의 편리성과 기존 은행보다 낮은 대출금리 등을 바탕으로 짧은 기간 내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인터넷은행이 빠른 성장을 보이긴 했으나 수익성 측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출범 초기인 만큼 아직까지는 흑자를 시현할 수 있는 대출 규모를 달성하지 못해 이자이익이판매관리비 등 비용을 하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이 은산분리 규제에 발목이 잡혀 증자에 어려움을 겪고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아지자 국회와 정부를 중심으로 은산분리 규제완화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그동안 규제 완화에 인색한 태도를 보였던 금융감독원장도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문재인 대통령도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해 은산분리 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규제 완화 작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를 뜻하는 은산분리는 현재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4%밖에 갖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다만 의결권 미행사를 전제로 금융위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10%까지 보유할 수 있다.


현행 은산분리로 인해 인터넷은행은 여러 한계에 직면해 있는 상태다. 불특정다수에게 돈을 빌려주는 은행의 특성상 사업 확장을 위해서는 자본 확충이 필요하지만 주주마다 지분대로 증자에 참여할 수 있어 최대주주나 다름없는 IT기업들이 홀로 증자를 하는 것이 어렵다.


인터넷은행의 주요 도입 취지와 금융과 ICT 부문간 융합을 통한 혁신적인 금융서비스 제공이 목표지만 인터넷은행의 ICT주체의 지분은 현재 10%로 실질적인 경영권을 갖고 주도적으로 경영하기에 한계 있다.


일각에서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 시 재벌의 사금고화를 막기 어렵고 레버리지 사업을 하는 은행의 특성상 사고가 발생하면 사안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정부도 은산분리 제도의 큰 틀을 유지하되 인터넷은행의 특성, 성공가능성을 감안해 인터넷은행에 한해서만 일부 완화하자는 방침이다.


우선 기존 발의된 특례법에서 제시된 것처럼 산업자본이 의결권 지분을 34%까지만 소유할 수 있도록 제한해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을 완전히 소유할 수 없도록 하되 주요 의사결정 권한과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현행 상법에 명시된 특별결의 비율을 근거로 했다.


또한 ICT기업 등 특정 업종에만 자본소유를 허용하는 업종제한을 고려 중이며 일정 자산총액을 넘어선 재벌기업의 의결권 지분 투자와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를 제한하거나 원천 차단하는 행위제한 규정도 둘 방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IT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주도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분 보유 규제를 합리화하고 비대면, 온라인 거래를 제약하는 규제는 정비가 필요하다"며 " 이 과정에서 은산분리, 금융소비자보호, 개인정보보호 등의 원칙들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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