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당당함 사라지고 미국 눈치보기 점입가경

중국의 미국 눈치보기가 점입가경이다. ‘어른에게 야단 맞을 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사드사태때 문재인정부에게 안하무인으로 굴던 오만함과는 사뭇 다른 굴종의 백미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압박으로 김정은위원장이 학수고대하던 시지핑주석의 북한 9.9절 참석을 포기, 국제정치 무대에서 망신을 톡톡히 당하더니 이번에는 미국으로부터 환율조작국 대상으로 지정될까 봐 절절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5일 위안화 역외 시장인 홍콩 외환 시장에 ‘큰 손’이 나타나 위안화 선물을 사들이기 시작한 것과 관련해 “선물환 시장에서 위안화 가치의 추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기 거래를 막기 위해 (중국)국유은행이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며 “국유은행이 합심해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FT는 또 “앞으로 몇 달 동안 중국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 하락의 속도와 폭을 조절하기 위해 각종 정책 수단을 동원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국유은행을 지휘하는 ‘보이지 않는 손’은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이다.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달에도 인민은행은 달러-위안화 외환 스와프 시장에 개입했다.


중국인민은행의 외환 시장 출몰 빈도가 잦아지는 건 위안화 약세가 이어지는 탓이다.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본격화한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미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6%가량 하락했다. 관세 폭탄의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는 것으로 여겨지면서 환율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미국의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여기에 투기 세력이 상대적으로 거래가 용이한 역외 시장으로 몰려들며 위안화 약세가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7월 위안화 역외 시장의 거래량은 급증했다.


외환 거래 시스템인 EBS 마켓의 경우 지난 7월 위안화 역외 거래는 이전 최고치보다 17%나 늘어났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인민은행이 ‘위안화 구하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일차적으로 다음달의 미국의 환율조작국 발표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이유로는 ‘제2의 플라자 합의’ 저지가 꼽힌다. ‘제2의 플라자 합의’는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다.


미국은 1985년 9월 대미 무역 흑자국이던 일본과 독일에 통화 가치 절상을 압박했다. 재정 및 통화정책 공조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막대한 무역수지 적자에 시달린 미국이 달러화 약세로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플라자 합의를 이끌어 냈다.


플라자 합의 이후 3년간 엔화 가치는 65.7% 절상됐다. 장기 침체에 따른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된 순간이다.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 규모는 엄청나다. 지난해 말 기준 미국의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는 3750억 달러였다. 미국 전체 무역수지 적자의 47.2%를 차지한다. 위안화 가치 절상을 압박하는 미국의 공세가 ‘제2의 플라자 합의’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는 배경이고, 중국이 긴장하는 이유다.


미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중국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 방어에 ‘올인’할 태세다. 이미 각종 방어벽을 쌓고 있다.


2015~16년 위안화 가치 급락 당시 도입했다가 지난해 폐지했던 선물환 거래 증거금 제도를 부활시켰다. 고시환율을 산정할 때 반영하는 경기대응요소도 다시 도입하며 환율 결정에 정부의 판단이 좀 더 가미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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