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왼쪽 두번째)과 로버트 라이트하우저 미국 무역대표는 한미 FTA 개정 협정에 서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개정 협정에 서명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취임 이후 무역분야의 첫 주요 합의(메이저 딜)를 이룬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평가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블룸버그는 이날 한미간 서명은 미국이 주요 글로벌 교역 파트너와의 자유무역 협상에서 핵심적 진전을 이뤘음을 보여준다면서 이렇게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여전히 진행하는 가운데 나온 합의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협정 서명식에서 "새로운 한미 무역협상의 완성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위해 문 대통령과 함께 이 자리에 있게 돼 흥분된다"며 "한국과 미국이 무역협력의 본보기를 세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무역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해 이번 개정 합의가 의회의 승인을 필요로 하는 무역법까지 나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변화의 수위가 그다지 높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백악관이 앞서 내비친 대로 관세의 일부 수정과 자동차 쿼터의 확장에 중점을 뒀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제품을 실어보낼 것"이라며 미국산 자동차와 의약품, 농산물 분야를 언급했다.
 
블룸버그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예로 든 자동차 분야의 경우 쿼터(수입할당)를 늘린다고 해서 판매가 기대만큼 곧바로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새 한미FTA 하에서 미국산 자동차의 쿼터가 5만 대까지 늘어나더라도 현재 한국에서 1만 대 이상 판매하는 미국 자동차 메이커가 없는 상황에서 그 효과가 단기간에 크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한국 의회에서 미국산 자동차 쿼터 확장과 농산물 수입 압력은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개정 합의를 점진적인 변화가 아니라 '새로운 협정'(brand new agreement)이라고 특징짓고 있지만 문 대통령은 두 나라가 기존 협정에 수정을 가했다는 설명을 붙여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한미 FTA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와 함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USTR)는 한미 FTA 개정협정문에 서명함으로써 지난해부터 이어온 협상의 종지부를 찍었다.


이번 FTA 개정 협상을 주도한 김현종 본부장은 뉴욕 현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먼저 타결된 무역협정이라는 것에 의미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한국이 EU, 캐나다, 일본 등 주요국들에 비해 조기에 FTA 재개정 파고를 넘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현지에서 진행된 공동성명 서명식에서 "한미FTA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양국 기업이 안정적 여건에서 활동하게 됐다"고 평가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공정하고 호혜적인 무역협정이 태어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한미 FTA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2021년부터 철폐될 예정이던 화물자동차(픽업트럭)의 관세를 20년간 추가 연장하는 것, △기존 수입되던 미국산 자동차는 제조사별로 연 2만5000대까지 미국 자동차 안전기준(FMVSS)을 충족하면 한국 자동차 안전기준(KMCSS)을 충족하는 것으로 간주했는데 이를 5만대 규모로 확대한다는 것,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의 남용을 막기 위해 중복제소를 방지하는 내용 등이다.


한편 이번 한미FTA 개정안은 오는 10월 중 국회의 비준동의안을 통해 발효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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