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부는 자연에 살어리랏다

자연에 흐르는 물과 몸 안에서 흐르는 물.

물은 인간과 자연의 매개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했던 송화정(50)씨...그는 무엇이든 흐르는 대로 살고 싶었다.

무언가를 해내는 것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고 집중하는 것.

어머니의 뜻에 따라 법학도가 되었던 화정 씨는 틀에 박힌 공부를 하며 타인과 경쟁하는 일이 자신의 길이 아님을 깨닫고 과감하게 자퇴를 선택했다.

신선이 되기 위해 지리산에 들어가고 처음 3년 동안은 정해진 거처 없이 떠돌이 생활을 했던 그가 그 와중에도 차(茶)를 공부하기 위해 꾸준히 갔던 한 군데가 바로, 지금 정착한 경상남도 하동의 화개였다.

이곳에서 화정 씨는 같은 대학 같은 과였던 아내 조은(48) 씨를 만났다.

처음엔 같은 대학인지도 몰랐던 그는 차(茶)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은 씨를 보며 그녀가 운영하던 공부방에 직접 지리산의 물을 길어다 주기 시작했다.

이후, 삶의 철학이 비슷했던 두 사람은 부부의 연을 맺게 된다.

아무것도 들고 오지 말라는 화정 씨의 말에 정말로 속세의 모든 것을 처분하고 지리산에 들어간 은 씨...주어진 것에 만족할 줄 아는 두 사람은 꽃을 적게 따도 아쉬워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에게 '딱 맞다' 고 얘기하는 것처럼 '딱 맞는 인연'을 만났다.

# 지리산 도사, 아빠가 되다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긴 머리와 수염은 화정 씨를 나타내는 상징과도 같다.

머리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역시 그의 자연주의 철학 중 하나인데 겉모습만 보면 영락없는 지리산 도사인 화정 씨는, 사실 도사님 같지 않게 초콜릿도 좋아하고, 가수 방탄소년단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바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송채운(13), 송미셜(11) 두 딸 때문이다.

아이들이 자연을 느끼며 먹고 자라는 '자연주의' 교육 철학을 추구했지만 정작 아이들은 커 갈수록 자연 말고 궁금한 것들이 생겼다.

'아빠의 직업은 무엇'인지, '미술로 먹고살 수 있는지', 속세를 포기한 화정 씨에게 큰딸 채운의 질문은 늘 대답하기 어렵다.

자연을 느끼면서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연 외의 것들도 충족시켜줘야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현실과 부딪히게 된 화정 씨는 결국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하기 시작한다.

단 한 번도 아이들에게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기다려주는 것.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하고 좋아해 주다 보니 본인이 추구하던 신선 계와는 멀어졌지만 그래도 괜찮다, 두 딸이 아빠를 보고 웃어주니까. 

#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

처음 지리산에 들어왔을 때, 신선들이 살법한, 자신만의 무릉도원을 만들고 싶었던 화정 씨...그러나 가족이 있는 지금, 그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고.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마다
마음을 잡지 못했던 화정 씨를, '사람은 생긴 대로 살아야 한다'며 묵묵히 곁을 지켜줬던 아내 은 씨.

존재만으로도 고맙고 미안해지는 이들을 보고 있자니 이제는 자신을 위한 무릉도원보다 가족들을 위한 무릉도원을 꿈꾸게 되는 화정 씨.

봄이 되면 물에 떠다니는 복숭아 꽃잎을 보며 이곳이 무릉도원일지도 모른다는 가족들의 말처럼 산과 계곡, 자연이 주는 대로 먹고 살아가는 이 가족들에게는 바로 이곳만큼 지상낙원인 곳이 없다.

1부 줄거리(5월 27일 방송)

경상남도 하동, 지리산 산골짜기에 송화정(50) 씨네 가족이 살고 있다.

25년 전, 법학도였지만 학교를 자퇴 하고 지리산 산골짜기에 들어온 화정 씨, 이후 아내 조은(48) 씨를 만나 두 딸 채운(13)이와 미셜(11)이와 함께 자연을 친구 삼아 살고 있다.

연출 :  고명현

글 :  이시애

촬영:  민병일

조연출 :  양재원

취재작가 :  송효림

방송일 : 2019년 5월 27일(월) ~ 5월 31일(금) / 오전 7:50~8:25

방송매체 : KBS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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