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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 영화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인 악령, 영혼, 사후세계 등을 다룬 공포영화 장르다. 국내에서는 장재현 감독이 '검은 사제들' '사바하' 등의 작품을 내놓으며 오컬트 대가로 꼽히고 있다.

장재현 감독은 오컬트 장르만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블루오션"이라면서 "제가 생각보다 많이 가볍고 밝다. 오히려 반대쪽에 있는 어둠의 세계에 호기심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본인이 믿는 종교는 기독교라고.

조승연 작가는 '사바하'를 영화 '다빈치 코드'에 비교했다. 조승연 작가는 "'다빈치 코드'는 거대한 종교적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영화다. 동양철학이나 문화에도 '이게 무슨 뜻이야?' 의문을 자아내는 문장들이 있는데, 동양판 '다빈치 코드' 같은 영화를 만들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조승연 작가는 이어 "'사바하'를 보고 난 후 동양의 '다빈치 코드'가 나왔구나 싶더라. '사바하'를 보고 감탄을 너무 많이 했다. 재밌게 봤다"고 덧붙였다.

장재현 감독은 '사바하'의 뜻에 대해 "사바하는 불교 천수경에 나오는 용어로, 진어 끝에 붙여 그 내용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어미"라며 "기독교의 아멘과 비슷한 뜻"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조승연 작가는 "저는 처음에 기독교, 불교가 얽힌 이야기라(다르게 생각했다). '사바스'라고 하면 제7일 안식일을 뜻한다. '쎄베' 발음은 아랍어로 7번째 날이다. 각 종교별로 안식 요일이 다르다. 종교를 상대적으로 바라보는 영화이다 보니 일부러 여러 종교에서 의미가 있는 단어를 선택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고 했다.

'사바하'를 보고 난 뒤 장재현 감독은 "'검은 사제들'도 그렇고 '사바하'를 준비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러면서 제가 오락적으로만 사용하지 말아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겼고, 진정성을 담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사바하'에서 다룬 불교 사천왕에 대해서는 "인도 경전에 나오는 귀신들의 왕이다. 원래는 지방에서 나쁜 짓을 하는 악귀였지만 부처님을 만나 악귀를 잡는 악신이 된다. 부친을 살해했던 네 명의 소년수가 김제석을 위해 살인 임무를 수행하는 것과 접목을 시켰다"고 설명했다.

조승연 작가는 "종교 역사가들은 힌두교가 들어오기 전 인도 원주민들이 숭상하던 신이 사천왕이라더라. 아리아 민족이 인도로 이주하면서 힌두신은 격상되고, 사천왕은 격하됐다. 두 민족의 관계에 따라 신들의 서열도 바뀌었다. 그래서 사천왕을 갖다가 쓰신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것들을 보여주려고 하신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재현 감독이 동공지진하는 모습을 보여 웃음을 안겼다.

장재현 감독은 정나한 역을 맡은 박정민을 언급했다. 정나한이라는 이름 뜻에 대해서는 "아라한에서 딴 것"이라며 "깨달은 자라는 뜻으로 극 중 김제석의 음모를 알게 된다는 암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정민 배우는 제가 어떤 기사에서 표현했던 것 같은데 '텍스트를 진짜로 만들어 주는 배우'다. 헛간에서 그것과 마주하는 장면이 있는데, 쳐다보는 장면이 있다. 영화 찍는 게 가끔은 이렇게 짜릿한 기분도 있구나 느끼게 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로 살핀 영화는 아리 에스터 감독의 '유전'이다. '유전'은 로튼 토마토 지수 100%를 달성한 작품이기도 하다. 민규동 감독은 "같은 핏줄인 가족과 초자연적인 공포가 합쳐지다 보니 '유전'이라는 단어가 나온 거다. 유전적으로 정해진 운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승연 감독은 "감독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가족의 트라우마가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것'이라더라"고 했다. 민규동 감독은 "이 영화 시작도 본인의 경험이다. 가족들과 시련을 겪은 감독이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유전' 속 비극의 원인 '파이몬'은 어떤 존재일까. 주성철 편집장은 "파이몬은 중세 악마학에 나오는 솔로몬의 72 악마 중 서열 9위 악마다. 지옥의 서쪽을 수호하는데 불을 관장하는 정령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주성철 편집장은 "그래서 불 타는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파이몬이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 파이몬은 굉장히 낯설다. 호기심 때문에 끝까지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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