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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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루홈런의 사나이' 이범호(38·KIA 타이거즈)가 19년동안 활약했던 한국프로야구 KBO리그를 마감하고 현역에서 은퇴했다.

'꽃범호' 이범호는 13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은퇴 경기를 끝으로 19년의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13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이범호의 은퇴식 시작을 알리는 만루 상황 퍼포먼스에서 KIA 선수들이 각 루를 채웠고, 이범호는 타석에 들어서 김선빈과 마주섰다.

이범호는 김선빈의 배팅볼을 노려보다 3구째를 노려쳤고 타구는 좌중간으로 큼지막하게 날아갔고,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이범호는 은퇴식 전 치른 은퇴 경기 마지막 타석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 때도 만루 찬스였다. 5회말 기적처럼 찾아온 2사 만루의 찬스에서, 평범한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이범호는 6회초 수비 때 곧바로 교체됐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가 눈물을 훔쳤다. 

경기 후 불이 꺼진 경기장에 다시 등장한 이범호는 "제 마지막 모습을 지켜봐 주시기 위해 이곳을 찾아주신 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경기장을 가득 메운 KIA 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범호는 지난달 은퇴를 선언한 뒤 이날 열린 한화전을 은퇴 경기로 치르겠다고 밝혔다.

KIA 팬은 물론, 프로에 첫발을 내디뎠던 친정팀 한화의 옛 동료들과 팬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드리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경기 전 흰색 승용차를 타고 경기장에 입장했다.

KIA 동료들은 이범호의 이름과 그의 등 번호 25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맞춰 입고 더그아웃 앞에서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원정팀 한화 선수들도 더그아웃 앞에서 이범호를 향해 손뼉 쳤다.

이범호와 한화에서 오랫동안 중심타선을 책임졌던 김태균은 이범호와 추억이 담긴 사진 액자를 전달하며 포옹했다.

대구고 은사인 박태호 영남대 감독, 신인드래프트에서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를 뽑은 정영기 전 한화 스카우트 팀장, 절친한 사이인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 가드 양동근 등 많은 인사가 의미 있는 선물을 전했다.

이범호는 아들 이황(7) 군이 던진 시구를 직접 받았다. 장녀 이다은(9) 양은 시타를 했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 2타수 무안타 볼넷 1개를 기록하며 선수 생활의 대장정을 마친 뒤 조명이 꺼진 어두운 그라운드에 홀로 섰다.

전광판에선 가족들의 영상 메시지가 나왔고, 이범호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범호는 고별사를 통해 동료 선수들, 코치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감사 인사를 올렸다.

그는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2017년 11월 1일, 내 생애 첫 우승을 평생 기억하면서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이범호의 아내 김윤미씨도 목이 메어 힘겹게 송별사를 읽어내려갔다.

김윤미씨는 송별사를 통해 "저는 '꽃범호'라는 범호씨의 별명이 참 좋다. 이 시간 이후로 '꽃범호'라는 별명을 못 듣는 것 아닐까 아쉽기도 하다"며 "20년간 프로야구 선수로 누구보다 열심히, 성실하게 달려와 준 것을 아내로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당신이 어떻게 프로야구 선수가 됐고, 어떻게 이 자리까지 왔는지 정말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자리가 더 감격스럽고 당신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항상 야구가 재미있다고 말하는 당신 옆에서 야구 선수의 아내로 저의 삶도 행복했다. 그라운드에 서 있는, 3루에 서있는 당신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앞으로 당신이 가는 길 최선을 다해 응원하겠다. KIA 팬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고 송별사를 맺었다. 

고별사를 마친 이범호는 정들었던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며 관중들과 눈을 맞췄고, 관중들은 꽃잎을 던지며 그의 새로운 인생을 축복했다.

그는 눈물을 쏟으며 동료 선수, 코치진을 일일이 안고 마지막 인사를 나눴고, 자신의 등 번호 25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같은 포지션인 3루수 박찬호에게 건넸다.

자신이 입고 있던 유니폼은 곱게 벗어 구단에 전달했다.

이날 경기장엔 KIA의 모든 선수가 도열해 이범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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