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릴린치가 비트코인 투자를 전면 금지했다. ㅣ digitallook.com

"비트코인은 금융 안정성에 위협이 될 것"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최근 이브 메르시 유럽중앙은행(ECB) 이사는 비트코인 선물거래가 금융 안정성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증권 거래소와 같은 주요 금융 기관이 비트코인 선물 시장에 진입하게 되면 금융 안정성에 큰 위협을 가져달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비트코인을 둘러싼 경고음에 지난달 제도권으로 진입한 비트코인 선물 시장은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지난달 시카고상업거래소(CME)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비트코인 선물 거래가 시작됐다.

한국시간으로 4일 오후 오후 7시 53분 현재 CME의 비트코인 선물이 14,000 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월가 대형 투자은행(IB)들도 가상화폐의 극심한 가격 변동성과 시스템 리스크 등으로 비트코인 거래 도입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 메릴린치, 비트코인 투자 '금지'...월가, 비트코인에 ‘경계심’↑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소속의 증권사 메릴린치가 비트코인 투자를 전면 금지했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메릴린치는 고객을 대신해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투자자문인을 포함, 모든 계좌를 대상으로 비트코인 거래를 금지했다. 비트코인 펀드와 비트코인 선물 거래 모두 제한된다.

WSJ가 인용한 소식통에 따르면 메릴린치는 투자자문인들에게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투자신탁 펀드(GBTC)를 고객들에게 권유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GBTC는 비트코인을 직접 보유하는 금융상품으로 비트코인에 독점적으로 투자하고 비트코인 가격을 기준으로 가치를 산정하는 개방형 신탁이다.

메릴린치 사내에 배포된 메모에 따르면 메릴린치는 비트코인 상품의 적합성과 적격성에 대한 우려로 GBTC 신규 구매를 중단키로 했다.

기존 투자 계좌는 유지될 예정이지만 유료 자문 계정은 제외다.

다른 대형 금융 기관들도 비트코인에 대한 경계심은 여전하다.

일찍이 UBS그룹은 투자자문들의 비트코인 관련 상품 거래를 금지했다.

지난달 10일 CBOE의 비트코인 선물 첫 거래 당시,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로얄뱅크오브캐나다 등도 비트코인 선물 투자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 “시스템 리스크 있다“ vs "투자 기회다”


▲ 월가 대형 투자은행(IB)들이 비트코인 거래 도입에 회의적이다. ㅣ rawstory.com

금융 기관들이 선뜻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지원하기 꺼려하는 이유는 극심한 ‘변동성’이 주는 리스크에 있다. 비트코인의 불안정한 급등락 장세로 인해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실제 지난달 22일 비트코인 가격이 1만 400달러까지 큰 폭 하락하면서 비트코인 선물가격도 일제히 폭락세를 보였다.

지난달 22일 CME 1월 만기 비트코인 선물이 1만 2200달러대까지 하락하면서 하루 제한선인 20%까지 내렸다. CBOE 비트코인 선물 역시 이날 21% 폭락했다.

결국 이날 CME와 CBOE는 변동성을 제한하기 위해 거래를 일시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금융 기관들은 비트코인 시장 진입을 위한 결정을 선뜻 내릴 수 없다.

이브 메르시 ECB 이사 또한 비트코인 선물거래가 일으킬 수 있는 '시스템 리스크'를 우려했다.

비트코인 선물거래로 리스크가 발생하면 비트코인 선물 거래에 참여한 금융기관들도 공동으로 투자 책임을 지게 된다. 이럴 경우 전체 은행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WSJ는 "비트코인 투자를 전면 금지하는 메릴린치의 결정은 가상화폐에 대한 월가의 경계심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메릴린치 내부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 투자자문가들은 "투자 기회를 놓치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들은 "고객들이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 문의를 하고 있고, 이는 우리 투자자문가들이 반기는 수요층"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쪽에서는 "비트코인의 불안정한 시장을 피하는 것이 곧 고객들을 위한 최선의 이익"이라며 이번 조치를 환영했다.

WSJ에 따르면 메릴린치의 한 투자자문가는 "메릴린치는 비트코인에 너무나 많은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한 나라의 통화를 사드릴 때 우리는 그 국가의 경제와 통화 공급 등을 고려해 결정하지만 비트코인은 이러한 평가 기준이 없다"며 불안정한 거래를 중단한 메릴린치의 판단을 반겼다.

한편 골드만삭스와 ABN암로그룹은 비트코인 선물 청산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 골드만삭스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전담 데스크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이번 행보가 앞으로 다른 대형 금융기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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