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김치프리미엄 후폭풍···세계시장에서 하룻만에 100조원 증발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장에 닥친 ‘한국 쇼크’의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 8일(미국 시간) 글로벌 암호화폐 통계사이트인 코인마켓캡이 암호화폐 가격 산정에서 빗썸, 코인원, 코빗 등 한국 3대 거래소를 제외시키자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서 100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이 증발해버리는 등 한국발 재앙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개 가상화폐 대부분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이더리움 만큼은 오히려 상승곡선을 보여 관심을 끌었다. 그동안 이더리움을 앞지르며 큰 인기를 끌었던 리플은 큰 폭으로 하락하며 시가총액 2위 자리를 이더리움에 내줬다. 리플에 대한 ‘거품’ 논란마저 제기됐다.

코인마켓캡에서 한국 데이터가 삭제되자 이더리움과 리플의 시가총액이 역전되는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시장에서는 한국발 쇼크가 미래 가상화폐 주도권 경쟁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 가상화폐 시장 ‘한국쇼크’ 후 이더리움↑-리플↓ ◆
지난 8일(협정세계시·UTC 기준), 코인마켓캡에서 세계 가상화폐 가격이 하락세로 돌변했다. 코인마켓캡이 자사 사이트에서 한국 데이터를 제외시킨 데 따른 하락이다.

주목할 점은 이더리움이 많은 투자자들에게 가격 폭락 속 안전한 피난처가 됐다는 점이다. 한국 쇼크가 지나간 뒤에도 이더리움 가격은 줄곧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했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인 가상화폐는 리플이었다. 한국이 코인마켓캡 통계에서 제외되자 리플은 시가총액 기준 가상화폐 순위가 2위에서 3위로 떨어지는 등 바로 타격을 받았다.

9일 오후 9시가 가까운 시각(협정세계시·UTC 기준), 코인마켓캡 데이터상에서 리플 가격은 2.21달러로 지난 24시간 동안 12.12% 하락했다. 반면, 동시간대 이더리움 가격은 1253달러로 지난 24시간 동안 8.23% 오르는 등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이 외, 동시간대 비트코인(-1.98%), 카르다노(-6.30%), 넴(-3.90%), 라이트코인(1.23%), 스텔라(-5.32%), IOTA(-6.80%) 등 10위권 내 다른 가상화폐가 대부분 하락세를 보인 것과도 대조된다.

특히 코인마켓캡이 한국데이터를 제외한 것으로 알려진 8일(UTC) 오전 5시 전, 이더리움 가격은 한때 1260달러를 웃돌기도 했다. 반면 이 시간대 리플 가격은 오전4시49분 3.17달러에서 오전5시19분 2.64달러로 단 몇 분 만에 17% 가량 수직낙하했다. 비트코인도 이날 오전 5시 전, 1만6000달러 수준이던 가격이 오후 3시를 넘어서면서 10% 가량 하락한 1만4430달러가 됐다.

이에 해외 업계 전문가들은 리플과 비트코인이 지난 몇 주간 이미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나섰다. 탑3로 분류되는 비트코인과 리플 가격은 그동안 한국이 다른 나라들보다 대략 30% 가량 높았다. 시장에서는 세계와 한국 시장의 가상화폐 시세 차이를 이르는 표현인 ‘김치 프리미엄’이 많을수록 한국쇼크가 더 크게 일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반면, 이더리움은 한국쇼크에도 안정적인 가격 흐름을 보였다. 외신도 이더리움이 지난 1년 동안 가장 견고한 블록체인 네트워크로서 두드러졌다는 사실을 부각하고 나섰다. 시가총액 뿐 아니라, 거래 규모와 속도 등을 통해 살펴본 바로 이더리움이 비교적 안정적인 수급과 가격을 유지한다는 설명이다.

◆ 이더리움 띄우기 ◆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지인 포브스에 따르면, 이스라엘 온라인중개업체 이토로(eToro)의 마티 그린스펀 애널리스트는 “최근 몇몇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화폐)가 버블 지역에 놓여있었다”며 “일반적으로 비트코인은 알트코인 버블로 인해 이익을 보겠지만 비트코인 블록체인은 여전히 확인되지 않은 거래기록이 백업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상화폐에 자금을 저장하려는 사람들이 최고의 저장 수단으로 이더리움을 선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영국 가상화폐 분석업체 크립토컴페어(CryptoCompare)의 공동창립자 찰스헤이터(Charles Hayter)는 “이더리움의 가격을 상승시키는 가장 큰 요소는 가상화폐공개(ICO)다. 투자자들은 매일 ICO에 참여하기 위해 이더리움을 매입해야한다”며 “이는 프로젝트를 위한 자금 마련 수단으로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데스크(Coindesk)의 ICO추적기(ICO Tracker)에 따르면, 스타트업들은 작년 이더리움을 활용해 40억달러에 가까운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무역업계에서도 이더리움을 자금이동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더리움의 활용사례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브라질 정부가 정치적 과정을 간소화하기 위해 이더리움의 퍼블릭 블록체인을 사용할 예정인 것으로 보인다”며 “물론, 정부로부터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지만, 소식통에 따르면 이것은 브라질 선거 절차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여론에 좀 더 귀를 기울이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시장 일각에서는 그동안 비트코인의 뒤를 이어 가상화폐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 리플과 이더리움의 운명이 한국쇼크의 영향으로 뒤바뀌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시장에서는 이더리움보다 리플이 더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리플이 한국쇼크 이후 이더리움에게 시가총액 2위 자리를 내주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여 전세가 역전될 조짐이 보인다는 분석이다.

최근 마티 그린스펀 애널리스트 등 업계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시장이 기존 비트코인에서 이더리움과 리플 시대로 넘어갔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미래 리플과 이더리움의 가상화폐 주도권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던 가운데, 과연 한국발 쇼크가 가상화폐 시장에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지 주목된다.

한편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10일 오전 7시40분 현재, 비트코인과 리플은 지난 24시간 동안 각각 2%, 10.80% 하락했지만, 이더리움은 18.50% 상승했다. 글로벌 시장과 달리, 국내는 여전히 리플이 이더리움을 앞선 시가총액 기준 2위에 랭크돼 있지만, 리플 하락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공통된 추세로 보인다.


◆ 韓 가상화폐 거품 경고 ◆
미국의 대표적인 가상화폐 정보회사가 시세 데이터 집계 시 국내 3대 비트코인 거래소 통계를 제외하기로 함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의 국내외 가격 차이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높게 형성된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의 거품이 더욱 부풀어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 거품이 꺼지면 2000년 초반 IT버블 붕괴 때처럼 우리 사회에 큰 부정적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가 사실상 '섬'처럼 고립됐기 때문이다. 평균 5~10%에 머물던 비트코인에 대한 김치 프리미엄은 지난해 말부터 빠르게 늘어나 최근에는 40~50%에 달한다. 비트코인뿐 아니라 이더리움, 리플 등 국내에서 거래되는 대부분의 가상화폐 가격이 해외 거래소 가격보다 50% 이상 높다. 업계 관계자는 "김치 프리미엄이 지금처럼 부풀었을 때 가상화폐 가격이 세계적으로 급락한다면 '역프리미엄'이 붙어 손실도 커진다"며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이 국내 투자자들의 피해가 막대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시세 정보가 국제 정보 사이트에서도 제외되기에 이르렀다. 8일(현지시간) 미국에 있는 가상화폐 정보사이트인 코인마켓캡(coinmarketcap.com)은 국내 거래소 데이터가 평균에서 지나치게 벗어났다는 점을 짚으며 한국 시세 정보를 통계에서 배제했다. 코인마켓캡은 전 세계 7600여 개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1386개 가상화폐의 시세를 국제표준시(UTC) 기준으로 집계하는 유명 사이트다. 이날 통계에서 제외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는 빗썸·코인원·코빗 등 소위 빅3다. 모두 국내에서 설립된 지 1년 이상 지난 상위 업체들로, 전 세계 거래량 상위 10개사에도 포함돼 있다. 코인마켓캡은 회사 공식 트위터를 통해 "(가격 산정에서 한국의 일부 거래소를 제외시킨 것은) 다른 나라에 비해 극심한 가격 일탈을 보이고 있고, 차익거래 기회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 시장의 성향을 반영한 평균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더 나은 산정 방식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코인마켓캡의 이번 조치도 국내에서 불고 있는 지나친 가상화폐 투기 광풍 탓에 국제 시세와 격차가 벌어지면서 내려진 결정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코인마켓캡 측은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거래소의) 극심한 가격 괴리"가 이번 조치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WSJ는 전날 한국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강경 조치 입장을 밝힌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 거래소 제외 조치가 사전 공지 없이 급작스럽게 이뤄지면서 해외 시장에서는 일시적으로 패닉셀(panic sell) 물량이 쏟아졌다.  한국 거래소의 시가총액 등이 빠지면서 일반 외국인 투자자들이 급락세에 올라탄 것이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8일 오전 8시(현지시간) 비트코인은 1만6171달러(약 1723만원)에 거래됐으나 오후 3시 20분께 1만4208달러(약 1514만원)로 급락했다. 지난 7일 8300억달러에 달했던 전체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6680억달러까지 빠졌다가 7500억달러 수준을 회복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 거래소에서의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은 큰 변동 없이 거래됐다.
김치프리미엄 역시 여전했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대표는 "국내 금융당국 등이 내놓는 가상화폐의 유동성을 경직시키는 조치가 오히려 리스크를 높이고 있다"면서 "국내 시장에 낀 거품을 국제 시장 안에서 해소하려는 노력도 규제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치프리미엄 : 한국의 가상화폐 거래가격이 해외보다 비싼 현상을 일컫는 신조어다. 가상화폐에 대한 국내 수요는 지나치게 많으나 공급이 제한돼 있어서 나타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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