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만6500여 개씩 기업이 생겨나는 나라, 청년들이 취업보다 창업에 ‘혈안’인 나라, 세계 최대 전자쇼인 CES 참가 기업 중 3분의 1(올해 4400여 개사 중 1551개사)을 차지한 나라…. 바로 중국이다.

중국이 혁신성장 가도를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벤처창업은 폭발적이다. 지난 3년간 창업 기업은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작년 1~9월 신설 기업만 451만여 개다. 한국(7만5000여 개)의 60배에 이른다. 창업 열풍은 혁신을 낳고, 혁신은 중국을 4차 산업혁명의 선두 국가로 밀어 올렸다.

싼 임금으로 선진국 제품을 베끼던 ‘짝퉁의 중국’은 옛말이다. 중국 기업은 드론(무인항공기) 전기자동차 빅데이터 핀테크(금융기술) 등 신산업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정보기술(IT)산업을 좌지우지하는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와 미국 테슬라를 추월해 세계 1위 전기차업체가 된 BYD, 글로벌 드론시장의 70%를 장악한 DJI 등이 대표 선수다.

중국의 혁신 메카는 광둥성 선전이다. 덩샤오핑(鄧小平)이 1978년 12월 개혁·개방 추진을 선언한 뒤 경제특구 1호로 지정한 곳이다. ‘개혁·개방 1번지’이던 선전은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변신했다. 인구 1200만 명의 선전에 자리잡은 기업만 150만4000여 곳(2016년 말)이다. 인구 여덟 명에 기업 한 개꼴이다. 중국 벤처캐피털의 3분의 1이 몰려 있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공식 인증 액셀러레이터만 150여 개에 달한다. 휴대폰·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텐센트, BYD, DJI 등의 본사가 모두 선전에 있는 건 우연이 아니다.

선전은 혁신 창업생태계의 본보기다. 정부부터 신산업에 너그럽다. 중앙정부는 물론 시정부가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로 창업한 기업에 ‘멍석’을 깔아주기 바쁘다. “중국 정부는 드론, 핀테크와 같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나오면 기존 제도를 적용해 규제하지 않는다. 일단 내버려 두고 지켜본다. 그러다가 체제 위협이나 심각한 사회 혼란을 일으킬 때만 제한적으로 규제한다.

선전에는 산·학·연 협력체계도 탄탄히 구축돼 있다. 베이징대, 칭화대, 하얼빈공대 등 중국의 최상위 대학 분교가 있고, 중국과학원 등의 부설 연구소도 많다. 이들 대학과 연구소는 벤처 창업자에게 끊임없이 신기술을 공급한다. 선전에서 나온 국제특허 출원 건수가 2016년 기준 1만9647건으로 베이징(6651건)과 상하이(1560건)를 압도하는 배경이다.

폭넓은 생산 네트워크도 선전의 창업 생태계를 떠받치고 있다. 폭스콘 공장이 있어 전 세계 휴대폰의 70%를 조립하고 있는 선전은 ‘전자·기계 부품의 천국’이다. 1만 개가 넘는 부품 공장에선 수십 개 시제품 제작부터 수만 개 제품 양산까지 모두 가능하다.

이런 생태계가 꿈틀대는 선전은 도시 전체가 거대한 벤처 인큐베이터다. 중국의 인재와 기술, 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선전은 외지인 비율이 90%를 넘는다. 인구의 평균 나이도 32.5세로 젊다.

선전의 수많은 창업 기업은 도전과 경쟁을 통해 중국의 혁신기술을 한 발씩 전진시키고 있다. 빅데이터 기술은 이미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인공지능(AI) 기술도 조만간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게 골드만삭스 분석이다. “우리는 아직도 중국이 정보기술(IT) 선진국인 한국을 추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착각이다. AI 드론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핀테크 등의 신기술은 중국이 한국을 한참 앞서가고 있다. 중국의 혁신 속도는 두려울 정도다. 이대로 가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국은 중국의 하도급기지에도 끼지 못할 것이다.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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