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수로 복역 중인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이춘재(56)가 경찰의 2차 조사에서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전날 형사와 프로파일러 등 7명을 부산교도소로 보내 이춘재를 상대로 조사를 벌였지만 지난 18일 첫번째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이춘재는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서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유전자(DNA) 감식 결과 화성 연쇄 살인사건 5차(1987년 1월), 7차(1988년 9월), 9차(1990년 11월) 사건 피해자의 속옷 등의 증거품에서 나온 DNA가 이춘재의 것과 일치한다고 통보받았다.

현재 경찰은 나머지 화성 연쇄 살인사건 관련 증거품을 국과수로 보내 DNA 감식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춘재가 화성 연쇄 살인사건이 발생했던 1986년부터 1991년 당시 화성에 거주했던 사실이 확보된 만큼, 경찰은 수사기록을 토대로 이춘재와 사건의 연관성을 규명할 계획이다.

이춘재는 충북 청주에서 처제(당시 20세)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1994년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현재 부산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현재 이씨는 1급 모범수로 부산 교도소에서 수감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교도소 관계자는 "이씨는 다른 수감자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수감자"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수감 생활 중 크게 문제를 일으킨 적도 없어 1급 모범수로 분류됐다고 한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수사했던 전직 경찰관이 현재 용의자로 지목된 이춘재가 범인일 가능성이 100%라고 확신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 당시 직접 수사를 담당하고 이 씨의 몽타주를 직접 만든 장본인인 하승균 전 총경은 경찰이 유력 용의자로 지목한 이춘재가 범인이라고 단정했다.

하 전 총경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배우 송강호가 분한 박두만 형사의 실제 모델이다.

그는 7차 사건이 발생한 1988년 9월 7일 팔탄면 가재리 사건현장에 출동해 범행수법을 확인하고 범인을 태운 버스 운전기사와 안내양을 만나 몽타주를 만들었다.

한편 교도소 내 본인의 사물함에 음란물이 포함된 여성 사진 여러 장을 보관해왔다는 증언이 나온 가운데,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그에 대해 성도착증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교도소는 음란물이 다 금지돼있는데, 굉장한 위험 부담을 안고서도 (음란 사진을) 보관했다는 얘기는 그만큼 성도착에 해당하는 가학적인 성적 욕망이 강렬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앞서 부산일보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년간 이춘재와 함께 부산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했다는 A 씨는 “(이춘재는) 여성 사진 10여 장을 본인의 사물함에 몰래 넣어두고 보관해왔다”라며 “사진 대부분이 음란물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교수는 “(이춘재가) 처제를 살해했던 사건의 내용을 보더라도 굉장히 포악하고 잔혹한 범죄였다. 또 그 당시 그의 아내도 (이춘재가) 성적으로 굉장히 포악했던 점을 진술했던 내용이 나온다”라며 “그런 부분은 여성을 향해 있는 거지 남성을 향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춘재가 성도착증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봤다.

이 교수는 이춘재가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일 가능성이 거의 100%라고 확신하기도 했다. 

성도착증이란 성적도착·이상성욕·변태성욕(erotopathy)·성적이상·색정도착증이라고도 한다. 성애(性愛)의 대상에 관한 도착과, 사정(射精) 또는 유사한 생리적 현상을 동반하는 성적 쾌감(오르가슴)을 얻기 위한 성행위에 관한 이상이 있다. 성애의 대상에 관한 도착에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소아애(페도필리아),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노인애,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동물애, 시체를 대상으로 하는 사체애(死體愛:네크로필리아) 등이 있다.

성행위에 관한 이상으로는 사디즘·마조히즘을 비롯하여 노출증·절시증(竊視症:몰래 들여다보는 이상성격)·트랜스베스티즘(이성의 의상을 걸쳐 입고 성적 만족을 얻는 것) 등 여러 가지이다. 이성이 몸에 걸치거나 입었던 것을 애무하며 만족하는 것은 페티시즘이라고 하고, 남성 또는 여성 중 성적 욕구가 이상항진되어 있는 것(음란증)은 각각 사티리어시스 및 님포마니아라고도 한다.

성적도착은 정상적인 성의 대상을 얻지 못하는 경우에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일시적·환경적인 것이 있는가 하면 항구적인 것도 있다. 정신병자·신경증자에서 볼 수 있으나 이것은 성적도착, 즉 정신장애가 아니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성애의 발달과정에 있어서의 정체 또는 고착(固着)으로서 성적도착이 설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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