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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흔히 모바일페이 강국이라 불린다. 실제도 그런가? 국민의 실생활에서 모바일페이는 아직도 먼 얘기이다. 중국과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다. 핀테크산업의 글로벌 경쟁에 한참 뒤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의 모바일페이 현장을 시리즈로 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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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때 베이징을 다녀왔다. 여장을 풀고 중국 춘절을 구경할 겸 서울의 명동격인 왕푸징 거리를 찾았다. 꼬치·만두·국수 등을 파는 노점상이 즐비했다. 노점상에서 꼬치를 먹고 100위안(약 1만7000원)짜리 지폐를 건네자 가게 주인 샤오징 씨는 "잔돈이 없다"며 플라스틱 안내판에 붙어 있는 QR코드를 가리켰다. "웨이신즈푸(위챗페이)나 즈푸바오(알리페이)로 결제하면 된다"는 그의 말에 따라 스마트폰의 위챗페이를 켜고 QR코드를 스캔해 17위안(약 2900원)을 입력하자 순식간에 결제가 완료됐다.
샤오징 씨는 "손님 10명 중 7~8명은 모바일페이로 결제하고 중국에서 모바일 결제를 안 받는 노점상을 찾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디지털 차이나'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5억명 이상의 중국인이 모바일페이를 사용하고 있다. 중국인 3명 중 1명 이상이 모바일페이를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아이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작년 중국 내 모바일페이 거래액은 55조위안(약 939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한국의 모바일페이 시장은 초라하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실 집계에 따르면 작년 국내 시장 모바일페이 결제액은 15조원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626분의 1에 그친다. 한국 국내총생산이 중국의 8분의 1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IT·인터넷 강국을 자부하면서도 모바일페이 활성화 속도가 크게 뒤처져 있는 셈이다. 그만큼 한국 금융시장의 미래가 어둡다고도 볼 수 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모바일페이 활성화는 다양한 계층이 금융서비스를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해 금융시장을 키울 수 있고 소비자나 판매점이 부담하는 수수료도 내려가게 한다"며 "4차 산업혁명 기술과 모바일페이를 연계해 다양한 시장을 창출해낼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모바일페이가 생활의 일부다. 하루 종일 현금을 쓰지 않고 모바일페이만으로 살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일상생활에서 모바일페이 활용도가 크게 떨어진다.

엊그제 동대문 현대시티아울렛에서 국산 모바일페이 '페이코' 가맹점 마크가 붙은 옷가게를 찾아 모바일페이 결제 빈도를 물었다. 이 가게 직원은 "고객 100명 중 두세 명 정도만 페이코 결제를 요청한다"며 "고객이 적을 때는 일주일에 단 한 번도 모바일 결제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자주 찾는 명동과 을지로에서는 다수의 상점들이 알리페이 QR코드를 가게 전면에 붙여놓고 있다. 하지만 국산 모바일페이 단말기를 구비한 곳은 많지 않다.
한국에서 중국 알리페이는 받아도 한국 모바일페이는 받지 않는 '역차별'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25년째 명동에서 인삼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예전에는 유커들이 현금 전대를 두르고 왔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이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로 결제한다"며 "하지만 모바일페이를 요청하는 한국인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모바일페이 활성화는 정부의 규제 완화 등 적극적인 지원이 밑바탕이 됐다. 하지만 한국은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의 보급을 가로막는 규제와 오프라인에서 활용도가 떨어지는 점, 업체별로 호환성이 부족한 문제 등이 시장 활성화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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