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핵심 원료인 코발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배터리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전기자동차 시장 확대로 2차전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코발트 가격 상승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배터리업체들은 코발트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코발트 현물 가격은 t당 8만2000달러(약 8900만 원)로 LME 상장 이래 최고가를 경신했다. 2016년 1월만 해도 코발트 가격은 t당 2만 달러였다. 2년 사이에 가격이 4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업계에서는 코발트 가격이 t당 10만 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코발트 가격 급등은 수급 불균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세계 코발트 물량의 60%를 생산하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내전과 아동 노동 착취 문제로 인한 국제 거래 제한 등으로 생산에 차질이 빚어져서다. 반면 전기자동차 시장이 본격 확대되기 시작하면서 전기차에 들어가는 2차전지 수요는 늘고 있다. 전기차 산업을 키우려는 중국이 배터리 주요 원료인 리튬, 코발트 등을 사재기하는 것도 가격을 올리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국내외 배터리업체들은 장기구매계약, 거래처 다변화 등을 통해 코발트 수급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애플은 코발트 수천 t을 5년 이상 정기적으로 조달받기 위해 채굴회사와 직접 협상에 나섰다. 애플은 스마트폰, 태블릿PC, 손목시계 등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어 세계에서 코발트를 가장 많이 쓰는 업체로 꼽힌다.

삼성SDI, SK이노베이션, LG화학 등 국내 배터리업체는 기술 개발로 자원의 한계를 극복하려 한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코발트 양을 줄이는 기술 개발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 양극재에서 코발트 비중은 20∼30% 수준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코발트리스, 즉 코발트가 아예 들어가지 않는 양극재를 개발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코발트 대신 들어가는 니켈, 망간 등 역시 코발트만큼은 아니지만 가격이 오르고 있고, 지역적으로 편중돼 있어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폐스마트폰, 중고폰 등의 폐배터리에 들어 있는 코발트를 추출하는 기술을 보유한 재생업체들에 대한 지분투자나 인수합병(M&A)도 검토하고 있다. 폐배터리에서 추출된 코발트는 소형전지, 2차전지 등 구분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자원 가격이 올라갈수록 코발트 추출 비용을 상회하는 이익이 발생해 사업성이 좋아진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코발트 회수율, 즉 코발트 추출량은 재생업체 기술 수준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회수율이 높은 업체를 발굴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발트 가격 급등으로 올해 배터리업체 실적에도 먹구름이 꼈다.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로 전지사업의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전기차 시장은 급성장하겠지만, 코발트 양을 줄이는 기술이나 폐배터리 코발트 추출 기술 등 관련 기술 개발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주요 업체의 흑자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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