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거래소 운영위원회에는 일부 회원사가 불참

한국블록체인협회의 운영이 난항을 겪고 있다. 가상화폐거래소 운영위원회에는 일부 회원사가 불참했고, 위원장을 뽑지 못해 임시위원장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1일 가상화폐거래 업계에 따르면 한국블록체인협회는 28일 오후 서울 을지로 위워크에서 2차 운영위 회의를 개최했다. 회비를 낸 23개 회원사 중 17개사들이 모였지만 위원장은 선출하지 못했다.


다만, 회원사들의 요청에 따라 빗썸의 전수용 대표가 당분간 임시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전 대표는 이날 자율규제위원으로 선출됐다. 협회는 앞선 23일까지 위원장과 자율규제위원 희망자를 모집했지만 빗썸의 전 대표만이 자율규제위원 출마 의사를 밝혔다.


업계에서는 전 대표의 겸직이 문제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영위원장(제재대상)과 규제위원(제재자)은 충분히 상충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운영위는 거래소들의 모임이고, 자율규제위는 거래소 등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회원자격의 정지·협회에 제명 요구·제재금 부과 등 제재 역할을 한다.


이에 대해 협회 관계자는 “겸직이 충돌이라고 보지 않는다. 정관 상, 겸직 규정이 없으니 문제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식 운영위원장 선출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됐다. 1차에 이어 2차 회의 자리에서도 출마 의사를 밝힌 회원사는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위원장을 맡은 전 대표도 정식 위원장에 대해서는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빗썸 관계자는 “회원사 요청으로 임시위원장이 된 것 뿐이다. 정식 위원장이 선출되면 바로 내려올 예정이다”고 전했다.


이날 협회의 운영 미숙이 도마 위에 올랐다. 회의에 참석한 한 거래소 관계자는 “오늘 회의를 점심 시간에 잡아놓고 점심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회원사들의 불만이 많다”며 “전부터 봐왔는데 운영이 너무 미숙하다. 아마추어도 이런 아마추어가 없다. 회원사들이 매번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오늘 회의에서도 여지없이 가상계좌 이야기가 나왔지만, 회원사들끼리 해답이 나올리가 없어 속만 태웠다”며 “위원장을 못 뽑아서 다음에 또 모이라고 하는데 오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는 17개 업체가 참석했다. 1차 때인 21개사보다 참석자 수가 줄었는데 이는 회비를 낸 6개 업체가 회의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회의가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며 “탈퇴를 생각하는 회원사들이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서버다운 등 피해 속출 투자자 보호조치 시급…이제 정부가 나서야


암호화폐 투자자 수가 늘어난 만큼 투자 관련 피해를 봤다는 사람도 늘고 있다. 관련 규제 등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금융당국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까 우려하고 있다. 업계는 자율규제에 나섰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는 서버 다운 등 미숙한 운영으로 투자자에게 지탄을 받고 있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은 집단소송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박성준 동국대 교수는 "금융기관의 경우 최소한으로 지켜야 하는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암호화폐 거래소의 경우 초창기라 규제가 없는 상황"이라며 "규제 없이 민간 업체가 돈을 버는 것보다 정보 보호를 중시하겠느냐는 측면에서 관련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해 정부 차원의 규제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규제를 도입할 경우 투자해도 좋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며 "투기꾼을 정부가 나서서 보호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한국 시장이 무법지대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해외 거래소도 앞다퉈 한국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해외 유명 암호화폐 거래소인 `비트렉스`는 카카오스탁을 운영하는 `두나무`와 손잡고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설립했다.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인 비트포인트는 `비트포인트코리아`를 설립하고 29일부터 한국 영업을 개시한다. 중국 암호화폐 거래소인 `OK코인` 역시 한국 진출을 천명하고 연말 거래소 문을 연다. 


결국 업계가 자율규제에 나섰다.


 현재 빗썸·코빗·코인원·코인플러그 등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한국블록체인협회를 통해 자율규제안을 마련하고 있다. 거래소 이용자의 암호화폐 일정 비율을 인터넷 연결이 없는 `콜드 스토리지`에 별도 예치하고, 암호키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안, 은행과 거래소가 자금세탁 방지 업무에 협력하는 방안 등을 담아 이달 말 공개할 계획이다. 자율규제는 말 그대로 업체들의 자율적인 규제안이기 때문에 법적 강제성은 없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의장은 "자율규제안은 분쟁 발생 시 소비자 보호를 협회에서 할 수 있도록 분쟁조정위원회를 만들고 건전한 질서를 확립하자는 내용이 골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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