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이동통신(5G) 시대가 눈앞에 닥쳤다. 초연결성이다.
전송속도, 지연시간(Latency), 단말기 수용 능력에서 LTE와 비교가 안된다. 예컨대, 정지 상태를 기준으로 최대 20Gbps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1Gbps가 가능한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다. 동영상 콘텐츠뿐 아니라 가상현실(VR)이나 홀로그램 등 대용량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하는 서비스들도 5G 기술을 통해 효과적으로 처리될 수 있다.

또 데이터 송수신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연시간은 사실상 무지연 서비스에 가깝다. 이에 따라 5G를 통해 자율주행, 원격 운전이나 원격 수술 등 높은 신뢰성을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가능해 질 전망이다. 이에 4차 산업혁명 시대 필수 인프라로 꼽힌다.

한국은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는 6월 주파수 경매를 통해 5G 인프라 구축을 본격화한다. 5G를 통해 LTE 시대 잃어버린 통신 주도권을 다시 찾아오겠다는 포부다.


한국은 4G LTE 시대 출발이 다소 늦었다. 인프라 도입부터 스마트폰 단말, 장비 등 교체와 도입이 전반적으로 더뎌지면서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서 자존심을 구겼다. 4G 기술표준 중 와이브로를 채택했던 선택이 뼈아팠다. 와이브로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기업들이 주력한 통신기술이다. 당시 발 빠른 장비 및 단말 개발이 이뤄졌으나 글로벌 시장을 뚫지 못했다. 장비업체의 선두주자인 노키아와 퀄컴 등을 중심으로 유럽기업들이 LTE를 앞세웠기 때문이다. LTE는 글로벌 업체들의 탄탄한 기반과 기존 3G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던 WCDMA와의 호환성, 망투자비용의 효율성, 빠른 커버리지 확보 등을 장점으로 앞서나갔다.

2009년 12월 14일 유럽 이동통신사 텔리아소네라가 LTE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이후 미국 이통사 AT&T와 버라이즌, 일본 NTT도코모, 유럽 보다폰 등이 LTE 도입을 추진했다.한국의 4G LTE 상용화는 최초 상용화보다 뒤처진 2011년 7월 1일에 이뤄졌다. KT의 경우 2G 주파수 대역 서비스 종료가 늦어지면서 경쟁사 대비 6개월가량 더 뒤에야 LTE를 상용화할 수 있었다.

4G 시대 선두 경쟁을 놓치며 주도권에서 밀렸던 전례를 거울삼아 한국은 5G에서는 세계 최고 타이틀에 승부를 걸고 있다.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019년 3월 한국에서 세계 최고로 5G를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현재 인프라 구축, 단말장비 제조, 서비스와 콘텐츠 등 5G 생태계를 속도감 있게 조성해 나가고 있다.

지난 연말 첫 표준인 논스탠드얼론(NSA)이 완성된 것에 이어, 6월에는 5G 스탠드얼론(SA) 1차 표준이 완성과 맞물려 가장 먼저 5G를 구현해 내겠다는 전략이다.

25일 막을 내린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5G 시범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KT 주도 하에 '평창5G' 규격을 완성하고 5G 네트워크 초연결성·초저지연성 활용해 평창 동계올림픽개막식과 주요 경기 전송을 지원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5G 단말 태블릿을 경기장과 홍보관 등에 비치해 준비된 5G 선두로서의 위상을 알렸다. 하지만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기까지 안팎으로 과제는 남아있다. 우선 상용화 시점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세계 시장에서 앞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실제로 미국 이통사인 AT&T와 버라이즌은 올 하반기 5G 상용화를 공식화했다. 일본과 중국도 SA 표준 완성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자칫 세계 최초 5G 시범서비스에 그치지 않기 위해 긴장을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원본보기


안으로는 5G 안착을 위해 주파수 경매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돼야 한다. 과기정통부는 6월 주파수 경매를 통해 5G 인프라 구축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경매 대상은 현재 5G NSA 표준으로 채택된 3.5GHz 대역과 초고주파 대역인 28GHz 대역이지만 구체적인 경매 대역폭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이다.

대역폭과 함께 경매 가격도 중요하다. 자칫 이통사 간 유혈 가격 경쟁으로 흐를 소지가 다분한 데다 이 경우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5G 초기 투자 비용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오는 3월 주파수 경매 초안을 마련하고 4월께 공청회를 여는 방향도 검토하고 있다.

5G 망투자 활성화를 위한 필수설비 공용화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통신 필수설비란 전주(전봇대)·광케이블·관로 등 전기통신 사업 인프라 구축에 필수적인 시설을 가리킨다. KT는 국내 통신 필수설비의 70% 이상을 갖고 있으며 이를 고시 등 법령에 따라 다른 통신사업자들에게 일부 개방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6월까지 고시 개정을 통해 필수 설비 공용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지난달 유영민 과기정통부장관은 통신사 CEO 간담회에서 황창규 KT 회장에게 필수설비 공유에 협력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기통신설비의 제공 조건과 대가 산정 기준 등을 두고 정부, 이통 3사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KT가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을 통해 5G 조기 구축을 위한 필수설비 공동활용에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는 했지만 향후 사업자 간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남아있다.

◇5G 인프라와 동시에 단말·장비도 육성해야=아울러 한국이 5G 시대 글로벌 시장 패권을 잡기 위해서는 인프라뿐 아니라 5G 단말·장비 등 제조 산업 역시 함께 성장해야 한다. 하지만 글로벌 장비 업체들이 기술력과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쉬운 일은 아니다. 더욱이 5G 상용화 시점과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시점이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 만큼 자본이 부족한 중소업체가 성장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정부가 5G 조기 상용화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을 돕기 위해 나서고 있다. 유영민 장관은 1월 5G 부품, 장비, 서비스 관련 10여개 중소기업과 이통3사 관계자가 참석하는 간담회를 마련하고 업계 상생을 유도했다. 중소 장비 업체 관계자들은 "5G 인프라 구축에 있어 중소기업의 비중을 높이는 한편, 이통3사가 좀 더 적극적으로 중소기업 제품을 채택해 해외 진출을 위한 레퍼런스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데이터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차별화된 콘텐츠 보급도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미디어 사업자, 게임업체, 포털 등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근 5G 관련 인프라와 하드웨어에 집중된 것에서 나아가 콘텐츠 사업 역시 선점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 출범을 앞두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장재현 LG경제연구원은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 5G는 개인의 생활을 넘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서비스가 될 것"이라며 "다만 변화의 속도에서는 기대와 다를 수 있는 만큼, 통신사 및 관련 업계는 보다 넓은 시각과 긴 호흡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