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무역전쟁땐 치명타, 불확실성 고조


반도체 산업의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급격한 경기 변동에 따른 위험성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산업은행의 '반도체 수출 편중화에 따른 국내 경제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시장의 변동성이 매우 커 경기 침체기로접어들면 우리나라 수출에 큰 타격이 예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3년9.0%에서 2017년 16.1%로 확대된 것이가장 큰 요인이다. 보고서는 세계 반도체 거래액이 1% 변동할때 마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 0.09%포인트 영향을줄 것으로 추산했다.

반도체 시장 호황에 따른 반사이익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만 집중되고, 여타 반도체 중소기업 까지 이어지지 못하는것도 과제다. IBK경제연구소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영업이익률이 43%에 달하지만 관련 중소·중견기업은 3~4%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반도체 중소·중견기업들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 2~3년 안에 엄청난 위기에직면할 것이라고 연구소는 내다봤다.


█ 반도체부문의 과다한 수출비중, 무역전쟁시 치명타



반도체에 과도하게 쏠려있는 한국의 수출 구조가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국제 무역 동향이 심상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는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촉발된 무역전쟁은 갈수록 전선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도 걸려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으로 시작된 관세 폭탄 파고가결국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실제김동연 경제부총리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과 아르헨티나 주요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고군분투중이지만 지정 예외국 포함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녹록치 않은 현실을 우려했다. 이 총재는 국회 인사청문회 자료에서 "미국의 보호무역조치로 인해 올해 대미수출 감소 규모는 전체 통관 수출의 약 0.3% 내외로 추정된다"며 "과거 사례를 보면 보호무역조치는 그 절차가 시작된 이후 약 3년정도 수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나아가이 총재는 "미 행정부의 철강 수입제한 조치가 원안대로 확정되고 미국의 통상 압력이 더욱 강화되면우리 수출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소지가 있다"고 경계했다.

지난해 대미 수출이 급격히 줄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수출은 15.8% 증가했지만 대미 수출은 686억 달러로 3.2% 늘어나는데 그쳤다. FTA 발효 후 대미 교역 증감률이 매년 세계 교역 증감률을 웃돌았지만지난해에는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특히 대미 수출 상위 3대품목인 자동차(-6.4%)·무선통신기기(-17,4%)·자동차부품(-16.1%) 저조가 예사롭지 않다는 게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 1분기 실적에서도 우려 나타나, 삼성·SK 빼면 매출3.8% 증가 그쳐

시가총액 상위 30위 대기업들이 올해 1분기에도실적 호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하지만 반도체 의존도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데다 환율과 보호무역주의확산 등 변수가 많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30개 기업(15일 종가 기준) 가운데 금융업체를 제외한 18개 업체의 1분기 증권사 실적 전망치 평균을 집계한 결과, 매출은 212조540억원, 영업이익 29조943억원으로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9.6%, 26.0% 증가한숫자다.

작년부터 부동의 시총 1~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 같은 상승세를 주도했다. 두 회사의 1분기 매출, 영업이익 예상치는 각각 70조2672억원, 18조9415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23.6%(13조4306억원), 53.2%(6조5755억원)이나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16년하반기부터 이어지는 D램 가격 상승세 등 메모리반도체 슈퍼 사이클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1분기 반도체 부문에서만 11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률이 거의 5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삼성물산이 매출과 영업이익률이 같은 기간 14.2%, 66.9% 각각늘어 상승세를 견인했다.

증권업계도 1분기 주요 대기업들의 실적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기업의 양호한 펀더멘털이 1분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역대 최대 분기실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반도체를 빼면 이 같은 실적 호조가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빼고 1분기 18개사의 실적을 합산했을 경우 매출 증가율은 3.8%에 머물고, 영업이익은 오히려 5.3% 감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큰폭의 실적 호조를 기록했던 정유·화학·철강 업체들이 다소 주춤하고 , 중국과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고전하고있는 자동차 업체 실적 부진이 올해 1분기에도 이어지고 있어서다.전문가들은최근 메모리반도체가 예상보다 오랜 시간 동안 호황을 이어가고 있지만 공급부족, 증설, 공급과잉이 반복되는 메모리반도체 업계의 특성 상 이르면 내년부터 조정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현재 반도체 의존도를 고려하면 내년 우리나라 경제 전반이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산업은행 미래전략개발부는 최근 '반도체 수출 편중화에 따른 국내 경제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산업 구조조정과 신산업 육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언제 이어질지 모르는 환율 압박과 보호무역 확산 분위기 역시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의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 조치로 당장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 사업 수익성 확보에 비상등이 켜졌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달 중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등 통상전쟁이 벌어지면 우리나라에도 유탄이 떨어질 수 가능성이매우 높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가 힘들어지면노키아의 몰락으로 어려워진 핀란드와 같은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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