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정보기술) 업계에 소리 전쟁이 불붙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한 영화·드라마 감상이 보편화되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동영상을 통한 정보 검색이 인기를 끌면서 화질 못지않게 음질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LG전자·애플 등 스마트폰 업체들은 음질(音質)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운 스마트폰과 이어폰·헤드폰 등의 액세서리를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네이버와 유튜브 등 인터넷 기업들도 3차원 오디오 등 첨단 음향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 이제는 음질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출시한 스마트폰 갤럭시S9 시리즈에 오디오 전문 자회사인 하만의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AKG 기술을 전면 스피커에 적용했다. 갤럭시 시리즈 최초로 듀얼(두 개) 스피커를 내장했고, 음향 전문기업 돌비의 입체 음향 기술인 '돌비 애트모스'도 지원한다. 360도 입체 음향을 구현해 마치 뒤에서 소리가 들리거나, 소리가 움직이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기술이다. 음량 자체도 전작인 갤럭시S8과 비교하면 1.4배 정도 커졌고 갤럭시S9에 최적화된 전용 AKG 헤드폰도 출시했다.


LG전자는 스마트폰 V30 기획 단계부터 세계적 음향 기기 업체 뱅앤올룹슨(B&O)과 음향 기술을 공동 개발해 고급 오디오 수준의 음질을 제공한다. 적은 데이터 용량으로 다운받은 음원(音源)을 고음질로 튜닝해주는 기능도 탑재했다. 특히 LG전자는 블루투스 기술을 이용한 무선 헤드셋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LG전자의 무선 헤드셋 브랜드 톤플러스는 북미 시장 점유율이 30%, 국내에선 40%에 이른다. 30만원 안팎으로 중저가 스마트폰과 맞먹는 가격이지만 출시 6년 반 만에 누적 판매량이 2000만대를 넘겼고 연 매출은 4000억원 수준이다. 오랜 사용 시간과 외부 잡음 제거 기술 등을 내세워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애플은 올 하반기에 무선 이어폰 에어팟의 2세대 제품과 무선 헤드폰을 새로 출시할 예정이다. 애플은 프리미엄 헤드폰 제조사인 비츠 일렉트로닉스를 2014년 30억달러(당시 약 3조600억원)에 인수하며 관련 기술 확보에 적극적이다.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도 무선 이어폰 '픽셀 버즈'를 최근 출시했다. 이 제품은 고품질의 음향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인공지능(AI) 비서 서비스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해 모든 기능을 음성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한쪽씩 나눠 끼고 다른 언어로 대화를 주고받으면 번역해 주는 기능도 있다. 세계 최대 통신용 반도체 업체 퀄컴은 저전력 블루투스용 칩을 개발해 연내 무선 헤드폰 완제품까지 직접 출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기존 제품보다 전력 소모량이 65%가량 낮아 사용 시간이 2~3배 늘어난다.


█ 3D사운드부터 자동 자막까지…진화하는 소리 서비스


제조사뿐 아니라 인터넷 업체들도 소리를 중시하는 이용자 잡기에 나섰다. 네이버는 최근 온라인 영상 중계 서비스 'V LIVE(브이라이브)'에서 입체 음향 기술에 기반한 3차원(3D) 오디오를 선보였다. 카메라 필터로 사진을 찍으면 더 예쁜 사진이 되는 것처럼, 동영상의 소리에 입체 음향 기술이라는 필터를 씌운 것이다. 이 서비스의 인기 코너 '배우what수다'에서는 스타가 밥 먹는 소리, 전화하는 소리 등을 3D 오디오로 전달해준다. 배우 김태리가 콩국수를 후루룩거리며 먹는 모습, 손예진이 노래 부르는 장면 등이 고화질 영상과 입체 음향으로 생생하게 느껴진다.


세계 최대 동영상 업체인 유튜브도 음성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음성 인식 기술을 사용한 동영상 자동 자막 생성 기능이다. 가령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의 경기 해설 영상을 보고 싶은 한국인 이용자는 동영상 재생 버튼 옆에 달린 'CC' 버튼을 누르면 현장의 음성은 그대로 살린 채 한글 자막을 보며 영상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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