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아마존 구글 화웨이 등 공룡들 각축전 벌여




AI 반도체는 기존 중앙처리장치(CPU)가 정보를 입력하는순서대로 계산하는 것과 달리, 한꺼번에 많은 연산을 동시에 처리하는 게 특징이다. 쉽게 말해 인간의 뇌가 수많은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는 것처럼 이미지 처리, 음성인식 등 복잡한 연산을 동시에 분산처리한다. 여러 인공지능 기능을 더 빠르고 자연스럽게 쓰기 위해 만들어지기때문에 기존 반도체와 설계부터 다르다


인텔은 ‘로이히’를 개발 중이다. 인간의 뇌 신경망의 정보처리 방식을 모방한 ‘뉴로모픽 칩’의 일종이다. 차세대 AI 반도체기술 중 가장 수준이 높은 기술 중 하나다. 인텔은 “동물로치면 바닷가재 수준의 인공지능을 구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IBM이꿀벌의 뇌 처리 수준에 근접한 ‘트루노스’를 개발하는 등퀄컴·ARM 등 다른 반도체 기업도 뉴로모픽 칩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AI 반도체 개발은 기존 영역 간 장벽을 무너뜨리면서 전개되고 있다.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인화웨이는 지난해 말 AI 반도체 ‘기린970’를 탑재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10’을 공개했다. 애플도 아이폰X에자체 AI 반도체 ‘A11 바이오닉’을 탑재했다. 구글은 ‘TPU’라는이름의 뉴로모픽 칩을 인공지능 알파고 제로에 장착했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도 AI 반도체 개발 조직을 만들었고, 세계 1위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자율주행차용 AI 반도체 개발에 들어갔다. 중국의 알리바바는 크네론· 캠브리콘 등 AI 반도체 기업에 투자했고, 인텔은 알테라·너바나를 인수하는 등 AI 반도체 기업에 대한 투자·인수도 활발하다

  
각국 정부도 AI 반도체 연구개발(R&D)에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은 중국과학원 산하에 인공지능혁신연구원을 설립하고, 일본 경제산업성은 벤처·연구소·대학에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미국 반도체의 무게 중심이 인텔에서 엔비디아로이동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인텔의 CPU보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인공지능 프로그램 구동에적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4차산업혁명 시대 IT분야가 인공지능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점도 기업·정부가 앞다퉈 뛰어드는 이유로 꼽힌다. 우수한 AI 반도체를 탑재하면 기기에서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양이 늘고, 처리속도가 빨라지면서 사용자의 만족도가 높아진다. 특히 최근 대세로 떠오른 ‘음성 인식 비서’처럼 주요 IT업체들이인공지능을 제품이나 서비스의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AI 반도체의 중요성은 점차 높아지고있다. 스위스 최대 금융그룹 UBS에 따르면 AI 반도체 시장은 2016년 60억달러에서 2021년 35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반도체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을 ‘반도체 강국’이라고 부르지만 정확하게 얘기하면 D램·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한 ‘메모리반도체 강국’이라는 표현이 맞다. AI 반도체는 시스템 반도체로분류된다. 앞으로 쓰임새가 넓어질 AI 반도체에서 경쟁력을확보하면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약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처음으로 인공지능 기능을 탑재한 모바일 칩셋 ‘엑시노스9’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 2015년 77건에 머물던 AI 반도체에관한 국내 특허 출원은 지난해 391건으로 5배 넘게 증가했다. 정부도 AI 반도체 분야 개발에 약 2조5000억원의 R&D 자금을향후 10년 동안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송용호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AI 반도체는 경쟁국들도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고있어 한국이 앞으로 지금처럼 주도권을 쥘 것이라고 예단하긴 힘들다”며“한국이 강한 메모리 반도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식으로 기술 발전 방향을 설정해야 할 것”이라고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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