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컴퓨터, 좀비PC로 만들어 암호화폐 채굴에 몰래 동원

지난해 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 세계의 컴퓨터를 '좀비 PC'로 만들어 가상화폐 채굴(採掘)에 악용하려는 해킹 시도가 작년 12월에만 170만건이 발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같은 해 1월 2만건에 비해 85배 증가한 수치다. 가상화폐 채굴은 원래 개인 컴퓨터를 가상화폐 거래에 필요한 복잡한 연산을 수행하는 데 제공하고 그 대가로 소정의 가상화폐를 받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해커들은 보안이 취약한 PC를 공격해 사용자 몰래 채굴에 동원했다.

글로벌 보안업체 시만텍은 3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은 내용의 '2017년 인터넷 보안위협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수치는 시만텍이 자사(自社)의 백신 프로그램을 설치한 전 세계 1억7500만대의 컴퓨터와 1만5000곳의 기업 고객을 통해 탐지한 해킹 공격 통계다. 특정 업체의 백신을 통해서만 탐지된 공격인 만큼 실제로는 더욱 광범위한 해킹 공격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만텍 보고서에 따르면 해커들은 가상화폐 획득을 위해 전 세계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심어놓고 이들 기기를 마치 제 것처럼 채굴에 동원했다. 또 해커들은 컴퓨터 대신 특정 웹사이트에 악성코드를 심어놓는 방식도 썼다. 컴퓨터가 감염돼 있지 않아도 해당 사이트에 접속하는 순간 사용자 컴퓨터가 가상화폐 채굴에 이용되는 것이다. 특히 이용자가 오랜 시간 머무르는 동영상 사이트에서 악성코드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았다.

컴퓨터가 채굴에 쓰이면 상당한 부하가 걸려 기기 수명이 짧아지고 전기료도 많이 나온다. 컴퓨터의 속도가 갑자기 느려지고 기기 내부의 팬(fan)이 빠르게 돌면 감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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