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서빙봇부터 가이드봇까지 vs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 국내외서 거침없는 질주
HD현대, 현대로보틱스 국내 산업용로봇 1위 vs 한화, 협동로봇·AGV 사업 분할 '한화로보틱스㈜' 설립
로봇시장이 주요 그룹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각 그룹별 총수가 직접 챙기면서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로봇 영역에서 겹치는 곳도 있고 특화된 영역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전략도 엿보인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 총수가 직접 뛰면서 그룹의 성장동력으로 로봇사업을 낙점하고 적극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한 2018년 이후 미래 사업으로 로봇사업의 존재감이 확실히 드러내고 있다. 로봇사업은 LG전자가 중심이 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체제 속에서 두산로보틱스의 성장세는 돋보인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날아가면서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3에서 현대로보틱스의 산업용 로봇을 공개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도 로봇에 관심을 두고 적극 밀고 있다. 지난달 ㈜한화가 FA사업부 내 협동로봇과 AGV 사업을 분리해 신설법인 '한화로보틱스㈜' 설립을 공식화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 왼쪽)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블록체인밸리 DB, 픽사베이]](/news/photo/202309/171411_148414_3310.jpg)
◇ "로봇시장 우리가 최고" 구광모 LG그룹 회장 vs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LG전자의 로봇사업은 구 회장 취임 이후 더 탄력을 받고 있다. 구 회장 취임 직후인 지난 2018년 7월 LG전자는 국내 산업용 로봇 제조 업체인 로보스타 인수를 확정했다. 이후에도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인 SG로보틱스와 국내 산업용 로봇 제조 업체 로보티즈, 미국 로봇 개발 업체 보사노바 등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LG전자의 로봇 라인업도 다양화되고 있다. 지난 2022년부터는 생활 밀착형 로봇 라인업부터 물건을 옮기는 캐리봇 등을 중심으로 배송 전반에 걸친 물류 솔루션 구축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클로이 서브봇은 자율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다수의 목적지를 설정해 순차적으로 물건을 배송하고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자체 거리측정(ToF) 센서를 갖추고 있어 품목이 제거되면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는 스마트형태이다. 특히 3세대 서브봇은 라이다 센서와 3D 카메라가 공간을 인식하고 자동문도 스스로 통과하는 등 주행 영역이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서브봇에 이어 가이드봇의 진출도 관심사다. LG전자는 지난달 27일(현지 시간)까지 일본 'TV아사히'가 주최한 행사인 '사마스테'에 클로이 가이드봇을 공개했다. 클로이 가이드봇은 현장에서 이벤트와 레스토랑 메뉴 소개 등을 맡았다.
해외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인력 부족과 이로 인한 임금 인상 압력으로 서비스 로봇을 찾는 해외 사업장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연장선상에서 LG전자는 올해 4월 국내에서 출시한 3세대 LG 클로이(CLOi) 서브봇의 출시 국가를 하반기 일본과 미국까지 확대했다.
LG전자는 앞서 전작인 2세대 클로이 서브봇을 지난해 6월 해외 시장에 선보였고 연말에는 로봇사업담당 내 해외 영업 전담 조직을 신설하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왔다. 올해도 신제품 출시를 기점으로 글로벌 고객사 확대를 빠르게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체제 속에서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은 로봇사업이다. 지난 2016년 그룹 총수에 오른 박 회장은 차세대 에너지, 산업기계, 반도체·첨단IT 등으로 사업을 재편했다. 이중 두산로보틱스는 반도체·첨단IT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두산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협동로봇 분야에서 국내 1위이고 세계 4위 수준의 성과를 냈다. 협동로봇은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며 물리적으로 사람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로봇이다.
지난 2015년에 출범한 두산로보틱스는 최고 품질의 협동로봇을 기반으로 다양한 솔루션 패키지와 플랫폼 소프트웨어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18년 제품 출시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시현했다. 두산로보틱스의 가파른 성장세 배경에는 △고도화된 기술력 보유 △업계 최다 라인업 △탄탄한 해외 세일즈 네트워크 구축 등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두산로보틱스는 전 직원의 약 40%를 연구개발(R&D) 인력으로 구성할 정도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최고 수준의 힘 감지력과 충돌 민감도를 자체적인 기술로 개발한 원동력이다.
두산로보틱스는 다양한 페이로드(Payload)와 작업반경을 보유하고 있는 협동로봇을 다수 개발하며 업계 최다 라인업을 구축해냈다. 총 13개의 협동로봇 라인업이다.
두산로보틱스의 글로벌 네트워크 확보도 성장세에 한 몫했다. 총 40여개국, 100여개의 국내외 세일즈 채널을 기반으로 회사의 전체 매출 약 60% 이상을 해외(북미, 유럽 등)에서 창출하고 있다. 2018년부터 2022년 5개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 46.1%를 기록하는 등 견조한 성장세를 시현하고 있다.
기업공개(IPO)를 앞둔 두산로보틱스가 수요예측에서 63조원이 몰리는 흥행 예감을 과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11일~15일 5일간 국내외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 결과, 희망 공모 밴드가격이 2만1000원~2만6000원에서 결정됐다. 수요예측에는 국내외 1920개 기관이 참여해 총 24억2379만5018주를 신청했다. 단순 경쟁률은 272대1이다. 공모금액은 약 4212억 원, 상장 후 시가총액은 약 1조 6853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사진 왼쪽)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블록체인밸리 DB]](/news/photo/202309/171411_148415_3352.jpg)
◇ '산업용 로봇시장서 정기선 HD현대 사장 vs 김동관 한화 부회장
로봇시장에서는 정기선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 사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간 구도도 주요 관심대상이다. 로봇사업은 정기선 사장이 그룹의 신사업으로 드라이브를 거는 영역이다.
정 사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CES 기조연설차 미국으로 날아갔다. HD현대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3;에서 현대로보틱스의 산업용 로봇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는 정 사장도 같이하면서 각별한 애정을 과시했다. 당시 HD현대는 미래형 선박 목업(실물크기 모형, Mock-up) 앞에 설치된 로봇이 팔에 디스플레이를 들고 상하좌우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관람객들에게 영상을 보여주며 탄성을 자아냈다.
이 로봇을 만든 현대로보틱스는 국내 산업용 로봇 1위 기업이다. 자동차 조립, 디스플레이 운반 등을 주로 하는 산업용 로봇과 병원·호텔 등에 쓰이는 서비스 로봇을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지난 2021년 매출액 1892억원, 영업손실 159억원으로 적자를 봤다. 그러나 불과 1년도 채 안된 2022년 3분기에는 누적 기준 매출액 1387억원, 영업이익 110억원을 올리며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달 ㈜한화는 FA사업부 내 협동로봇과 AGV 사업을 분리해 신설법인 '한화로보틱스㈜' 설립을 공식화 했다.
한화로보틱스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함께 투자하는 조인트벤처 방식이다. 지분구조는 ㈜한화 68%, 한화호텔앤드리조트㈜ 32%이다. 설립일은 10월초로 예상된다. 한화그룹의 로봇사업 분리 독립에서도 주요사업을 진두지휘 중인 김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절친 관계인 정 사장과 로봇시장에서 격돌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화로보틱스는 이번 분사를 통해서 스마트 기술기반 '로보틱스 솔루션 글로벌 리더'로의 도약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협동로봇 사업은 산업용 중심에서 서비스용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으로 제품 라인업을 넓힐 계획이다. 단기적으로는 용접과 머신텐딩 솔루션을 기반으로 한 산업용 고객을 집중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푸드테크, 건물관리, 전기차 충전 등 서비스 시장으로의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AGV 부문은 고객사 니즈를 반영한 맞춤형(Customized) 제품 기반 수주형에서 모듈화 및 표준화 기반 대리점 영업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한화는 산업용 로봇의 일종인 협동로봇을 만든다. 협동로봇은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에 비해 쉽게 조작할 수 있고 안전성도 우수하다. 제품운반을 비롯해 적재와 조립, 투여 등 다양한 작업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자동차, 전자, 플라스틱, 금속·기계가공 등 여러 산업에서도 활용성이 뛰어나다.
FINTECH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