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쓰이는 건 ‘퍼블릭 블록체인’인데…정부사업은 ‘프라이빗’ 위주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의 초기 시장 형성과 글로벌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부의 '블록체인 기술 발전전략'이 나왔지만 정작 블록체인업체의 자금조달 수단이 되는 암호화폐 공개(ICO) 내용은 빠져 있어 '반쪽짜리'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지난 21일 ‘블록체인 기술 발전 전략’을 발표하면서 올해 블록체인을 적용할 6개 시범사업 분야를 발표했다. 정부의 발전전략에 따르면, 블록체인 초기시장 형성하기 위해 올해 축산물 이력관리, 개인통관, 간편 부동산 거래, 온라인 투표, 국가간 전자문서 유통, 해운물류 등 블록체인 6대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내년부터는 과제 수 확대 및 다년도 지원을 통한 상용서비스로의 확산을 지원키로 했다.


특히, 민간 기업 기술경쟁력 향상을 위한 블록체인 기술 지원센터를 구축해 테스트베드 및 신뢰성 평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블록체인 표준화 로드맵을 고도화하고, 주요 산업분야에 블록체인 적용시 업계간 협의 및 호환성 확보를 위한 표준화를 추진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직접 블록체인 적용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하지만 기대보다는 비판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정부 발표에 암호(가상)화폐 관련 내용이 빠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압도적이다.


이 분석을 좀 더 파헤쳐 보자면, 블록체인 기술 발전에 가상화폐가 왜 필요한지 알아야 한다. 그 배경엔 퍼블릭(Public) 블록체인과 프라이빗(Private) 블록체인의 차이가 있다.


█ 퍼블릭-프라이빗, 그 차이는 ‘가상화폐’


퍼블릭 블록체인은 말 그대로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블록체인이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것은 물론, 블록체인 상 정보를 수정하거나 삭제하기 위해선 대부분 참여자의 승인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보안도 훨씬 강화된다. 흔히 쓰이는 블록체인 개념이다.


반면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중앙화된 단일 조직에 의해 접근 허가가 이루어지는 블록체인이다. 탈중앙화된 블록체인을 중앙화된 조직 내부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정부, 은행 등 특정기관이 블록체인 상에서 데이터를 관리하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허가된 참여자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익명성이 보장되기 힘들다.


퍼블릭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차이 중 하나가 가상화폐의 필요성이다. 퍼블릭 블록체인이 쓰임새 있는 서비스로 발전하려면 참여자들에 대한 ‘가상화폐 보상’이 필수적이다. 블록체인을 유지하고 참여를 제공하는 데 따른 보상을 가상화폐로 지급하는 것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널리 알려진 가상화폐들은 모두 퍼블릭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다.


반면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승인을 받은 소수의 사람들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가상화폐 보상이 없어도 블록체인이 유지된다.


█ 정부發 시범사업은 ‘프라이빗’ 중심…널리 쓰이기 힘들어


이번 정부 발표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중심이다. 정부는 기관 차원에서 관리 가능한 공공분야에만 블록체인을 도입했다. 이전부터 정부 소관이었던 축산물 관리, 투표 등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번 발전전략은 가상화폐 없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언급했듯 퍼블릭 블록체인이 장기적으로 유지되려면 가상화폐 보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가상화폐 관련 정책은 금융위원회가 수립 중이기 때문에 과기정통부는 가상화폐 관련 사업을 벌이기 힘든 상황이다. 정부 시범사업이 프라이빗 블록체인 위주로 흘러가게 된 이유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블록체인 적용 분야에서 흔히 쓰이는 것은 퍼블릭 블록체인이기 때문이다. 한 블록체인 스타트업 대표는 “요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의 이익 모델 대부분이 퍼블릭 블록체인 상에 정보 등을 제공하고 그에 따른 보상으로 가상화폐를 받는 형태다”라고 설명했다.


프라이빗 블록체인 사업의 경제 규모는 작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김철환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정책실장은 “정부는 관리 감독이 가능한 분야에서 블록체인 사업을 운영해야하기 때문에 프라이빗 블록체인만 이용하는 것”이라며 “프라이빗 블록체인만 이용하는 것의 단점은 경제 규모가 작다는 점이다. 허가를 받은 기관이나 사람만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널리 쓰이기 힘들고, 그로부터 창출되는 경제 규모 역시 작을 수밖에 없다. 글로벌 사업 같은 데에는 쓰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 암호화폐 정책은 빠져 '반쪽짜리' 지적도


24일 블록체인업계에 따르면, 업계 관계자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블록체인 기술 발전전략'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번 발전전략에서 ICO 등 암호화폐에 대한 내용은 제외됐다. 암호화폐와 관련된 이슈는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를 중심으로 자금세탁방지, 이용자 보호 등 부작용을 해소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ICO는 블록체인업체가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신규 개발 암호화폐를 발급하는 것으로 자본력이 약한 스타트업에게는 자금 조달의 수단이 된다. 국내에서는 ICO가 금지돼 있지만 스위스나 싱가포르의 경우 ICO를 장려하는 정책을 펴고 있어 국내 블록체인업체들이 해외로 나가 ICO를 준비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블록체인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ICO가 가로막혀 있기 때문에 일부 블록체인업체들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해외법인을 설립하고, 암호화폐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며 "비용적인 측면에서 국내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은 물론 기술 유출 우려까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에서 서둘러 ICO에 대한 명확한 규제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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