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저문 저녁이면 숯불 연기가 은은히 퍼져나가는 골목이 있다. 삼삼오오 모여 식사와 수다를 즐기는 손님들의 목소리와 고기 굽는 냄새를 따라 가면 고깃집들이 모인 골목길 중에서도 가장 북적이는 이 집을 만날 수 있다. 오랜만에 찾은 저녁에도 자리마다 숯불 위로 고기 굽는 연기가 가득한 곳. 지난 1992년 문을 연 이후 어느덧 30년 세월을 간직한 분당의 노포 '홍박사생고기'다. ◇ 백탄 숯불에 구워낸 한우의 풍미고깃집치고 홍박사 생고기의 메인 메뉴는 아주 단출하다. 보통 부위별로 맛볼 수 있는 일반 식당과는 달리 이곳은 한우 등심
경기도 수원시 팔달문 인근, 골목 어귀부터 고소한 기름 냄새가 코끝을 스치는 곳이 있다. 지난 1970년대부터 형성된 '수원 통닭골목'으로, 반세기를 훌쩍 넘긴 '통닭의 거리'다. 전기구이 통닭이 유행하던 시절, 수원에서는 기름에 튀겨내는 옛날식 통닭이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이 골목의 전통은 커다란 가마솥에 닭 한 마리를 통째로 넣고 튀겨내는 조리법에 있는데, 이러한 풍경은 '통닭의 도시' 수원을 상징하는 명물이 됐다.불과 100m 남짓한 좁은 골목에 10여 곳이 넘는 통닭집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고, 가게마다 큼직한 가마솥에서 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인근, 은은한 숯불 향이 발길을 붙잡는 곳이 있다. 지난 1986년에 처음 문을 연 벽제갈비 방이동 본점은 지난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결같이 최고 품질의 한우 구이와 정통 한식 요리를 선봬 온 서울의 대표적인 노포다.창업주 김영환 회장은 원래 다른 업종에 종사하다가 적자에 허덕이던 갈빗집을 인수하며 외식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진실한 음식으로 고객의 신뢰를 쌓아가면 분명히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최고급 재료와 정직한 손맛만을 고집했고, 그 철학을 바탕으로 작은 갈빗집을 한우구이의 전설로 일궈
누구에게나 그런 청춘이 있었다. 친구들과 밤새도록 웃고 떠들며 거리를 헤매다, 새벽녘이 다 돼서야 비로소 집으로 향하던 날들. 눈이 반쯤 감긴 채 지하철 첫차를 기다리던 기억도 있지만, 유난히 또렷한 건 집에 돌아가기 전 들렀던 그 한 끼였다.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을 앞에 두고 "오늘 진짜 재밌었다"는 말을 주고받던 순간, 세상의 걱정 따윈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청춘의 끝자락마다 늘 국밥 한 그릇이 있었고, 그 기억은 세월이 흘러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골목에 있는 새벽집은 많은 이들에게 그런 식당으로
무언가 특별히 기념하고 싶은 날, 떠오르는 선택지 가운데 단연 '한우'집을 빼놓을 수 없다. 돌잔치부터 승진, 생일, 그리고 오랜만에 모인 가족 모임까지, 우리네 삶의 굵직한 순간마다 한우는 늘 중심에 있었다. 숯불 위에서 지글거리며 번지는 고소한 향, 입안 가득 번지는 진득한 육즙은 그 자체로 축하와 위로의 언어가 된다. 물론 가격이 만만치 않아 일상적으로 즐기기는 어렵지만, 그래서 오히려 한우는 더없이 특별한 자리에서만 빛나는 상징이 된다.이러한 생각을 더욱 확고하게 증명하는 곳이 바로 논현동에 위치한 '원강'이다. 지난 199
맛집을 추천하는 일을 하다 보면 가장 곤란한 순간이 있다. 애써 권한 집이 막상 상대방 입맛에 맞지 않아 실망한 기색을 보일 때다. 맛이라는 것은 참으로 주관적이라서, 단순히 음식 맛 뿐만이 아니라 온도, 플레이팅,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BGM이나 조도, 분위기, 서버의 숙련된 접객 솜씨, 심지어는 함께 음식점을 찾은 상대방의 호감도에 따라서도 음식 맛이 달라진다.이런 상황이니 지인이나 가까운 비즈니스 미팅 자리에서 음식점을 고르는 것은 참으로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봉피양은 참으로 고마운 곳이다. 담백하면서도
서울 여의도의 빌딩 숲 한복판에는 50여 년 간 이어온 평양냉면 전통을 지켜온 노포(老鋪) 정인면옥이 자리하고 있다. 3대째 가업으로 평양냉면 외길을 걸어온 이 곳은 옛날부터 내려온 조리 방식을 현대적 감각과 접목해, 전통의 무게감 속에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맛과 분위기를 선사한다. 평일 점심마다 긴 줄이 늘어서고 주말 저녁조차 빈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정인면옥은 이미 여의도 직장인들과 미식가들의 냉면 성지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3대가 이어가는 평양의 맛정인면옥의 뿌리는 지난 1972년 서울 홍제동에서 오류동으로 이
◇ 전통을 잇는 단순함의 미학막국수로 유명한 춘천에 가면 '막국수 박물관'이라는 곳이 있다. 이 박물관은 막국수의 유래나 역사, 만들기 체험 등이 마련된 공간으로 많은 대중들이 찾고 있는데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막국수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메밀가루를 뜨거운 물로 반죽해 국수틀에 눌러 끓는 물에 바로 삶아 건진 후 찬물에 식힌 사리에 잘게 썬 김치나 오이 등을 얹어 동치미 국물을 부어먹었다. 원래 막국수는 양념이 많이 들어가지 않은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으로 젓갈, 고기류, 마늘, 파 등을 쓰지 않았다."지난 2000년도 초반즈
◇ 60년간 전통을 이어온 한우 노포숯불 위 지글거리는 소리, 코끝을 간질이는 고소한 향. 질 좋은 소고기를 구워 먹는 즐거움은 세계 어디서나 누릴 수 있지만, 한국인들의 한우 사랑은 유난히 특별하다. 배고팠던 시절, 적은 고기로 국을 끓여 양을 늘리던 서민들에게 '한우구이'란 그야말로 가장 귀하고도 특별한 별미였을 것이다. 지난 1964년 문을 연 '대도식당'이 고급식당의 대명사로 여지껏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것도 세대를 이어 변함없는 가치를 지키고 있는 결과라 할 수 있다. 대도식당은 마장동 도축장 인근에서 처음 문을 열었는데,
◇ 세계를 놀라게 만든 한국의 맛간장게장은 한국 고유의 밥반찬 문화 속에서 발전한 독창적인 음식이다. 중국의 취사(醉蟹)처럼 술에 절인 게 요리가 있긴 하지만, 한국식처럼 간장 발효 문화와 결합해 밥도둑으로 자리 잡은 형태는 세계 유일하다. 또 일반적인 요리들은 눈으로만 봐도 그 맛이 짐작이 가는데, 게장은 실제로 맛보기 전까지는 그 맛을 상상하기 어려운 독특한 음식이다. 생게를 간장에 절인 음식이라니!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이게 정말 맛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지만, 한 번 맛본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깊고 복합적인 맛에 완전히
◇ 광장시장을 고소한 냄새로채우는 명물먹는 재미가 가득한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명물 원조순희네빈대떡. 지난 1994년에 처음 문을 연 이래 약 30년간 자리를 지켜온 맛집이다. 창업주 추정애 사장이 광장시장 내 8평짜리 노점에서 불판을 잡기 시작했는데, 시장골목을 채우는 기름 냄새와 저렴한 빈대떡 가격은 숱한 손님들의 발길을 멈춰세웠을 것이다. 점점 높아지는 인기에 시장 입구까지 줄이 이어지기도 했다고. 지금은 동생을 비롯한 가족들이 도우며 가게 운영을 이어가며, 광장시장의 대표 먹거리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돈 없으면 집에
◇ 테이블 6개 아담한 공간에서 출발한 전설의 맛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자리한 '원조호수삼계탕'은 지난 1990년 문을 연 이후 3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전통 삼계탕 전문점이다. 현재는 창업주의 아들인 백운기 대표가 가업을 이어 2대째 운영 중이다. 초창기에는 주택가 골목 한켠, 6개 테이블이 전부인 작은 식당으로 시작했지만, 삼계탕 하나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지금은 본관, 별관, 별채, 2관, 3관까지 갖춘 '삼계탕 촌'이라 불릴 만큼 규모를 키웠다. 대로변이 아닌 골목 안에 자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3대 삼계탕집 중 하나
◇ 성수동의 아침을 열고, 밤을 닫는 집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소문난성수감자탕'은 지난 1983년에 문을 연 이후 40년 가까이 한자리를 지켜온 노포 감자탕집이다. 오랜 세월 지역 직장인과 주민들의 속을 든든히 책임져오며 성수동의 명물로 자리잡았고, 현재는 3층 건물 1층 전체를 식당으로 쓰고 별관까지 운영할 만큼 규모도 확장됐는데, 늘 찾는이가 많아 북적북적하다. 연중무휴 24시간 영업을 고수해온 만큼 이른 새벽 해장 손님부터 늦은 밤 술손님까지 언제 찾아도 따뜻한 감자탕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지난 2016년에 SBS
◇ 다시 돌아온 전설의 평양냉면지난 1985년 서울 을지로 골목에 자리 잡았던 '을지면옥'은 37년간 평양냉면 하나로 자리를 지켜온 노포였다. 의정부 '평양면옥'을 연 홍영남·김영필 부부의 둘째 딸이 차린 이곳은, 평양냉면 본가의 계보를 잇는 집으로 애호가들 사이에 일찍이 이름을 알렸다. 큰딸은 필동면옥을, 둘째 딸은 을지면옥을 각각 열어 서울의 대표적인 평양냉면 분파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지난 2022년 을지로 재개발로 인해 건물이 철거 대상에 오르면서 가게는 문을 닫게 됐다. 마지막 날엔 냉면 한 그릇을 맛보려는 긴 줄이 골목을
◇ 분점 없는 고집, 성수의 원조 족발집쫄깃한 껍질과 부드러운 살코기의 조화! 담백한 듯하면서도 기름의 풍미를 머금은 살코기 한 점은 입에 넣자마자 행복을 선사해주는 마법의 묘약이다. 덕분에 족발은 치킨과 더불어 국민 야식으로 사랑받아왔다. 족발의 원조는 장충동이라지만, 서울에서 유명한 족발로 늘 입에 오르내리는 곳들이 있다. 양재의 '영동족발', 시청의 '만족오향족발', 그리고 오늘 소개하는 성수의 '성수족발'이다. 영동족발은 1호점을 중심으로 별관 같은 지점들이 여러 개 있고, 만족오향족발은 체인 사업에 나서 어느 지역에서나 그
◇ 1983년부터 이어온 노포의 역사초복이 다가오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찌는 해가 심상치 않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땀이 물 흐르듯 흐르는 요즘, 더위 이기는 보양식 한 그릇이 간절히 생각난다. 보양식하면 모두가 떠올리는 음식 '삼계탕'. 그리고 삼계탕하면 체부동의 '토속촌'을 빼놓을 수 없다. 서울 종로구 체부동 골목에는 지난 40여 년간 자리를 지켜온 삼계탕 노포 '토속촌 삼계탕'이 자리하고 있다. 지나 1983년 정명호 창업자가 문을 연 이래 이곳은 한국을 대표하는 삼계탕 맛집으로 성장해왔다. 고(故) 노무현 대
◇ 명동 터줏대감에서 한류의 첨병이 된 전설의 칼국수서울 명동의 한복판,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리 한 켠에 반세기 전통의 국숫집 '명동교자'가 자리하고 있다. 실내는 외국인 관광객부터 단골 시민들까지 한데 어우러져 늘 시끌벅적한데, 이런 풍경이 곧 이 집의 역사다. 지난 1966년 서울 수하동의 작은 한옥에서 시작해 1969년 명동으로 터전을 옮긴 이 노포는, 칼국수 하나로 명동의 맛집 지도를 다시 쓴 주인공이다. '장수장'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가게는 명동 입성 후 '명동칼국수'로 이름을 바꾸었고, 동명의 다른 업소들이 난립
◇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맛, 어느덧 40년 세월이 된 노포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됐다. 물기 가득 머금은 하늘과 축축한 바람이 옷깃을 적시는 철이다. 이럴 때면 사람 마음도 눅눅해지기 십상인데, 이때 문득 생각나는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수제비'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국물은 속을 따뜻하게 감싸고, 야들야들하면서 쫀득한 식감의 수제비는 젓가락도 필요없이 수저로 훌훌 떠먹기 좋다. 오늘 소개하는 식당은 어느덧 40년 세월을 ‘수제비’로 이어오고 있는 노포. 1982년부터 서울 종로구 삼청동 골목을 지켜오고 있는 ‘삼청동 수제비’
◇ 평양에서 옮겨온 전통, '다시 찾아온 집'을지로의 한 골목, 반세기가 넘는 세월을 간직한 건물 앞, 여름철이면 이집을 찾는 손님들로 늘 장사진이 펼쳐진다. 대한민국에서 평양냉면으로 손꼽히는 식당 '우래옥'이다. '우래옥'이라는 이름에는 특별한 사연이 담겨 있다. 지난 1946년, 평양에서 유명 냉면집 '명월관'을 운영하던 장원일 씨가 해방 후 월남해 서울 중구 주교동에 냉면 가게를 열었다. 초창기 상호는 '서북관'이었는데, 한국전쟁이 터지자 가게 문을 잠시 닫고 피난길에 올라야 했다. 전쟁 후 다시 서울로 돌아와 재개업하면서 그
◇ 여의도 국수의 전설, 진주집의 시작점심시간이 다가올 때면 인근 직장인부터 이집 국수맛 보러온 관광객들까지 늘 문전성시를 이루는 전설의 콩국수 맛집 '진주집'. 서울에서 콩국수 맛집을 꼽아보라면 늘 세손가락 안에 꼽히는 집이다. 이 집의 뿌리는 지난 1962년 경남 진주에서 시작된 '삼호식당'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월래 씨가 운영하던 이 식당은 콩국수를 주력으로 내세우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1965년에는 서울 서소문으로 자리를 옮겨 '진주회관'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장사를 시작했다. 이후 수십 년간 진한 콩국수의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