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저문 저녁이면 숯불 연기가 은은히 퍼져나가는 골목이 있다. 삼삼오오 모여 식사와 수다를 즐기는 손님들의 목소리와 고기 굽는 냄새를 따라 가면 고깃집들이 모인 골목길 중에서도 가장 북적이는 이 집을 만날 수 있다. 오랜만에 찾은 저녁에도 자리마다 숯불 위로 고기 굽는 연기가 가득한 곳. 지난 1992년 문을 연 이후 어느덧 30년 세월을 간직한 분당의 노포 '홍박사생고기'다. ◇ 백탄 숯불에 구워낸 한우의 풍미고깃집치고 홍박사 생고기의 메인 메뉴는 아주 단출하다. 보통 부위별로 맛볼 수 있는 일반 식당과는 달리 이곳은 한우 등심
2026년 세계 경제는 지정학적 위험과 경제 정책 역풍 속에서 성장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국들은 외부 여건에 대응 및 적응하면서 인공지능(AI) 투자를 중심으로 첨단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내수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 대응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경제는 대외 불확실성과 교역 환경 악화에 따른 외수 및 투자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내수가 회복됨에 따라, 위축되던 건설투자가 증가세로 전환하면서 2026년에는 잠재성장률 부근까지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경주에서 개최된 아시
요즘 잘나가는 막국수집들을 보면 '들기름 막국수' 없는 곳이 없다. 오래전만 해도 진하고 얼얼한 비빔막국수, 시원한 육수에 담긴 물막국수 뿐이었는데, 이 양분된 구조 사이로 '들기름 막국수'라는 생소한 카테고리가 생겨 지금은 온전히 막국수의 한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이 맛의 시작이 용인 고기리의 깊은 산골짜기, 마을버스조차 드물게 다니던 외진 곳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조금 놀랍다.가게 한쪽, 삶은 면을 맛보며 부부가 연구를 거듭하던 그 시절의 작고 조용한 국숫집. 그곳이 바로 대한민국 최초로 들기름 막국수를 선봬며 새로운 막
최근 국제 금 시세가 폭등한 뒤 일시 큰 폭으로 하락하자 투자자와 전문가들의 눈길이 이 반짝이는 금속의 가격 변화에 쏠리고 있다. 지구에 한정된 양만 매장돼 있는 '우주물질'인 금은 그 자체로 고귀한 신분을 상징하는 귀금속이지만, 투자자들에게는 세계 금융시장의 지각변동을 알리는 신호기와 같은 역할도 했다. 격동의 1970~80년대 급등하던 금 가격이 이후 20년간 하향 안정세를 보이다가, 지난 2000년대 글로벌 금융 위기와 팬데믹 사태, 지정학적 분쟁과 무역 전쟁 등 혼란과 불확실성의 시기를 따라 급등하고 있는 것은 하나의 이정표
한겨울 얼어붙은 대동강 위, 평양의 옛 정취를 그리워하며 말아먹던 메밀국수 한 그릇. 그 전설 같은 풍경이 남쪽 한켠 의정부에서 되살아난다. 1·4후퇴 무렵 피란 내려온 평양 출신 노장이 지난 1969년 연천에서 문을 열고 이후 1987년 의정부로 옮겨온 이곳 '평양면옥'은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변함없는 맛으로 손님을 맞이해 온 1세대 평양냉면의 산증인이다. 맑고 담담한 육수와 메밀면의 조화라는 평양냉면의 본령을 지키면서도, 의정부만의 개성을 담아 한국 평양냉면 계보에서 가장 큰 줄기를 이룬 전설적인 노포다.◇ 평양냉면의 뿌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 9월과 10월 정책회의(FOMC)에서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내렸다. 연방기금금리(FFR) 유도 목표 범위는 3.75~4.00%로 지난 2022년 11월 이후 최저치가 됐다. 경제 주체들은 연준이 올해의 마지막인 오는 12월 회의에서 다시 금리를 인하할지, 내년 정책 경로는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해하고 있지만, 많은 불확실성과 변수가 존재한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 의장은 다음 번 추가 금리인하는 기정사실이 아니라며, "지금은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growi
경기도 수원은 예부터 소갈비, 특히 큼직한 수원 왕갈비로 이름난 고장이다. 그 이유는 바로 예로부터 있었던 우시장 때문인데, 전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규모가 큰 우시장 덕에 인근에서는 자연스럽게 해장국집과 소갈빗집이 자리잡게 됐다.그중에서도 오늘 소개하는 본수원갈비는 수원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대표 갈빗집. 반세기 역사를 자랑하는 이곳은 거대한 주차장과 궁궐을 연상케 하는 웅장한 건물을 갖춘 대형 갈비 전문점이다. 오픈 직후부터 손님으로 북적이는 모습에서, 반세기 동안 지켜온 맛과 명성이 느껴진다. 노포 특유의 풍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부산에서 회동한 미중 정상은 격화일로에 있던 무역 전쟁의 휴전 합의를 연장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관세율 인하와 기술 및 자원 수출통제 완화로 치열한 전투는 일단 잦아들겠지만, 무역 전쟁을 넘어 글로벌 양대 강국(G2)의 경제와 안보, 소프트파워 패권 경쟁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또한 수십년 간 깊게 통합돼 온 세계 경제가 양대 동맹국 블록 중심으로 '디커플링'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견해도 제기된다.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료들은 미국이 관세를 무기화해 무역 전
금융 시장에서 ‘거품’(bubble)이란 단어를 내뱉는 것은 관객들이 꽉 찬 영화관에서 ‘불이야!’라고 소리치는 것과 같은 행위로 간주되곤 한다. 이 때문에 거품이란 단어는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싶은 이른바 ‘관심 종자’나 ‘고지식한 비관론자’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의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Global Financial Stability Report)와 더불어 온갖 매체와 전문가들의 입에서 거품에 대한 경고가 쏟아져 나오고 있어,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이러한 민감한 표현에 무감각해진 듯하다. IMF 외에도 주요
일산 주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칼국수집이 있다. 일산의 명물로 통하는 '일산칼국수'다. 정발산동에 위치한 이 노란색 건물의 칼국수집은 이른 아침부터 손님들로 연일 북적인다.지난 1982년 작은 국숫집으로 시작해 세월의 흔적을 켜켜이 쌓아온 노포. 일산칼국수 본점은 단 하나의 메뉴로 수많은 사람들의 입맛과 마음을 사로잡아 왔다."이 집 칼국수 맛을 보면 다른 곳으로는 이사도 못 간다"는 농담이 나올 만큼, 오랜 단골들에게 이곳은 추억과 위안의 공간이다. ◇ 일산의 별미가 된 닭칼국수의 원조생각해보면 소고기나 사골 등으로 육수를
2013년 지금과 같은 국정감사 시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하면서 금 보유고를 도마에 올렸다. 금값이 크게 떨어지던 때라 '한국은행의 잘못된 금 투기'로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는 논란이 일었다.김중수 당시 한국은행 총재는 외환보유액을 달러로만 보유해서는 위험하므로, '자산 다변화 차원'에서 2011년부터 2년간 90톤의 금을 사들인 것은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약 11억 달러의 평가손실이 우려된다는 '현실적(?)' 이유로 정치인들은 공세를 퍼부었다.특히 김현미 당시 민주당 의원의 지적이 매서웠
경기도 수원시 팔달문 인근, 골목 어귀부터 고소한 기름 냄새가 코끝을 스치는 곳이 있다. 지난 1970년대부터 형성된 '수원 통닭골목'으로, 반세기를 훌쩍 넘긴 '통닭의 거리'다. 전기구이 통닭이 유행하던 시절, 수원에서는 기름에 튀겨내는 옛날식 통닭이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이 골목의 전통은 커다란 가마솥에 닭 한 마리를 통째로 넣고 튀겨내는 조리법에 있는데, 이러한 풍경은 '통닭의 도시' 수원을 상징하는 명물이 됐다.불과 100m 남짓한 좁은 골목에 10여 곳이 넘는 통닭집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고, 가게마다 큼직한 가마솥에서 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인근, 은은한 숯불 향이 발길을 붙잡는 곳이 있다. 지난 1986년에 처음 문을 연 벽제갈비 방이동 본점은 지난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결같이 최고 품질의 한우 구이와 정통 한식 요리를 선봬 온 서울의 대표적인 노포다.창업주 김영환 회장은 원래 다른 업종에 종사하다가 적자에 허덕이던 갈빗집을 인수하며 외식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진실한 음식으로 고객의 신뢰를 쌓아가면 분명히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최고급 재료와 정직한 손맛만을 고집했고, 그 철학을 바탕으로 작은 갈빗집을 한우구이의 전설로 일궈
기자 생활을 하다 보면 많은 재계-금융권 인사들의 흔적을 보게 된다. 그런데 어찌 저런 청출어람 같은 후손이 나타났을까 싶은 오너 일가도 있고, 호부견자라는 표현마저 떠오르는 경우도 있다. 또한 기사를 쓰는 일을 계속 하다 보면 우연히 운좋게도 단독 기사를 쓸 기회를 얻기도 한다. 그런데 평생 한 번도 못할 단독을 쓰고도 속상하고 마음이 아픈 경우가 있다. 후자의 오너 일가나 그들 때문에 희생당하는 이들의 사연을 다르는 경우다. 약자의 눈을 도려내는 것 같은 이야기, 예전 드라마를 떠올리게 하는 스토리의 주인공은 바로 대신증권이다.
얼마 전 서울경찰청장 임명 등 경찰 고위직 인사가 있었다. 불과 1주일여 전 일어난 일이다. 치안정감 승진한 지도 얼마 안 된 박정보 당시 경찰인재개발원장이 '별자리' 경찰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수도 서울의 치안 총수 자리를 꿰차자, 행운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었다.하지만 그는 경찰 내에서 실력 하나로 그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수사통'으로 잔뼈가 굵은 데다, 대유공업전문대 출신으로 경찰 간부후보로 입직(경위 채용)한 뒤 성실하게 오늘까지 일에 매달려 왔기 때문. 사실 경찰은 만성 승진 적체로 경위로 임명된
누구에게나 그런 청춘이 있었다. 친구들과 밤새도록 웃고 떠들며 거리를 헤매다, 새벽녘이 다 돼서야 비로소 집으로 향하던 날들. 눈이 반쯤 감긴 채 지하철 첫차를 기다리던 기억도 있지만, 유난히 또렷한 건 집에 돌아가기 전 들렀던 그 한 끼였다.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을 앞에 두고 "오늘 진짜 재밌었다"는 말을 주고받던 순간, 세상의 걱정 따윈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청춘의 끝자락마다 늘 국밥 한 그릇이 있었고, 그 기억은 세월이 흘러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골목에 있는 새벽집은 많은 이들에게 그런 식당으로
무언가 특별히 기념하고 싶은 날, 떠오르는 선택지 가운데 단연 '한우'집을 빼놓을 수 없다. 돌잔치부터 승진, 생일, 그리고 오랜만에 모인 가족 모임까지, 우리네 삶의 굵직한 순간마다 한우는 늘 중심에 있었다. 숯불 위에서 지글거리며 번지는 고소한 향, 입안 가득 번지는 진득한 육즙은 그 자체로 축하와 위로의 언어가 된다. 물론 가격이 만만치 않아 일상적으로 즐기기는 어렵지만, 그래서 오히려 한우는 더없이 특별한 자리에서만 빛나는 상징이 된다.이러한 생각을 더욱 확고하게 증명하는 곳이 바로 논현동에 위치한 '원강'이다. 지난 199
최근 미국 경제는 성장률 하락과 노동시장의 약화 조짐 속에 관세 정책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가 겹치며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이 가운데 유일하게 안도감을 주는 지표가 있는데, 바로 소매판매 동향이다.경제 여건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와중에서 미국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 심지어 경제에 대한 전망이 비관적으로 변한 기업들이 채용을 중단하는 상황에서도 지출을 줄일 의향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소비의 굳건함은 팬데믹 이후 미국 경제의 빠른 성장과 소득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의 경기 신뢰도가 꾸준히 하락한
맛집을 추천하는 일을 하다 보면 가장 곤란한 순간이 있다. 애써 권한 집이 막상 상대방 입맛에 맞지 않아 실망한 기색을 보일 때다. 맛이라는 것은 참으로 주관적이라서, 단순히 음식 맛 뿐만이 아니라 온도, 플레이팅,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BGM이나 조도, 분위기, 서버의 숙련된 접객 솜씨, 심지어는 함께 음식점을 찾은 상대방의 호감도에 따라서도 음식 맛이 달라진다.이런 상황이니 지인이나 가까운 비즈니스 미팅 자리에서 음식점을 고르는 것은 참으로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봉피양은 참으로 고마운 곳이다. 담백하면서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올해 첫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지난 16~17일 개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거의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유도 목표치를 4.00~4.25%로 0.25%포인트(25bp) 인하했고, 연내에 금리를 두 차례 추가 인하하고 내년까지 완화 추세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이번 금리 인하 결정에는 한 표의 반대 의견이 개진됐는데, 회의 직전 연준리 이사로 임명된 스티븐 미란(Stephen Miran)이 장본인이다. 이례적으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역할을 내려놓지 않는 채 연준 이사직을 겸임하게 된 그가 논의 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