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과 금융이 결합한 핀테크 스타트업의 성장세가 거세다.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은 2~3년 전 태동한 이후 개인간대출(P2P), 온라인 자산관리, 모바일 주식거래 에서 매년 200~300%씩 급성장하고 있다.

이 중에는 제도권 금융의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수백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뒤 제도권 금융서비스까지 제공할 계획도 세우고 있는 곳도 있다.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핀테크 스타트업 중 가파른 성장을 한 곳은 P2P 금융이다.

렌딧, 어니스트펀드, 피플펀드 등 P2P 대출 스타트업은 2~3년 전 설립해 올해 누적대출액이 1000억원 안팎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P2P 개인신용대출에 집중하는 렌딧은 지난 2015년 설립 후 3년 만에 누적대출금 1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 2016년 초에는 누적대출금 100억원을 넘지 않았지만 지난해 초에는 294억원으로 껑충 뛰었고, 올해 1월 975억원으로 전년보다 300% 넘게 성장했다. 현재 누적대출액은 1042억원을 기록 중이다.

부동산, 개인신용 대출을 아우르는 어니스트펀드도 렌딧과 같은 2015년에 설립됐다. 지난 2016년 초 누적대출금은 100억원에 못미쳤지만 지난해 2월 누적대출액은 약 183억원으로 200억원에 가까워졌고, 이는 이달 기준 약 910억원 4배 넘게 늘었다.

부동산 P2P 대출 스타트업 테라펀딩도 같은 기간 3.0배 늘었다. 이 같은 P2P 대출 스타트업의 활약으로 지난달 기준 P2P금융시장 누적 취급액은 1조9366억원으로, 2조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5275억원)보다 3.7배 늘어난 수치다.

온라인 자산관리 플랫폼으로 확장 중인 뱅크샐러드는 애플리케이션 출시한 지 8개월 만에 이용자수가 누적 500만명을 넘어섰고, 자산관리액수는 10조원을 돌파했다. 모바일 증권거래 서비스 카카오스탁의 지난달 거래대금은 2조6390억원으로 지난해 1월(8824억원)의 2배를 훌쩍 넘겼다. 특히 지난해 핀테크 스타트업의 가파른 성장세는 카카오뱅크 등 IT기업의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긍정적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신규 투자자가 4배 이상 유입됐고, 특히 이 중 20대가 5.5배 늘어난 것을 보면 핀테크 스타트업 서비스에 신뢰도가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제 카카오뱅크처럼 IT기업이 금융을 제로베이스에서 리빌딩하고 있다"면서 "골드만삭스 등 해외 금융사는 IT인력을 많이 뽑고 핀테크 스타트업과 협업을 늘리고 국내 금융사도 이런 협업 추세를 가속화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고객 60~70%가 '엄지족'


핀테크 업체들은 작년 한 해 모바일 기기 사용에 익숙한 20·30대 '엄지족


(族)' 고객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엄지족이란 양손의 엄지손가락을 이용해 일상에서 모바일


기기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젊은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작년 7월 출범한 인터넷 전문 은행 카카오뱅크는 23일 현재 고객 수 541만명에 수신액이 6조3000억원, 여신액이 5조4000억원에 달한다. 카카오뱅크의 성과는 2030 세대의 압도적인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고객의 65%가 20~30대다. 작년 4월 출범한 '케이뱅크'도 고객 중 64%가 2030 세대다. 카카오뱅크는 "주고객인 젊은 층에서 전·월세 대출 수요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지난달엔 전·월세 보증금 대출 상품을 출시했는데 인기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캐릭터가 들어간 체크카드 출시 등으로 2030 세대와 공감대를 형성한 게 주효한 것 같다"고 했다.P2P 금융에선 2030 파워가 더욱 거세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P2P 시장의 누적 취급액은 1조9366억원으로 전년 동기(5275억원) 대비 3.7배 덩치를 키웠다.

주요 업체들을 살펴보면 '테라펀딩'의 경우 1월 말 누적 대출액은 2643억원으로 전년 대비로 3배 수준으로 커졌다. '피플펀드'는 1월 말 누적 대출액 1433억원으로 전년 대비 9배로 성장했다. 테라펀딩과 피플펀드는 투자자 중 2030이 70%를 넘는다. P2P 업체들은 직장인들의 점심 시간에 맞춰 새로운 상품을 내거는 방식으로 20·30대 투자자를 확보하고 있다. 다만 P2P 대출업체는 제도권 금융회사가 아니고 투자자의 원금 보호가 되지 않는다는 위험이 있다.핀테크 스타트업들도 소문을 타며 좋은 성과를 냈다.

일명 '가계부 앱'으로 불리는 자산 관리 앱인 '뱅크샐러드'는 은행 출납, 카드 사용 기록 등 금융회사의 정보를 모아 가입자의 자산 현황을 정리해 보여주고, 맞춤형 금융상품도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뱅크샐러드는 "1월 말 기준 연간 사용자 수는 800만명으로 전년 동기(300만명)의 2.7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용자의 85%가 20·30대 연령층"이라고 밝혔다.

주식 투자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결합한 주식 소셜 트레이딩 앱인 '카카오스탁'은 누적 거래액이 작년 1월 말 15조원에서 올해 1월 말 32조원을 기록하며 2배 이상으로 늘었다.□ 기존 금융권도 핀테크 접목하며 맞대응혁신적인 핀테크 업체들의 등장으로 기존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독점해왔던 금융 서비스의 벽이 허물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태훈 뱅크샐러드 대표는 "VIP 자산가들만 누렸던 자산 관리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누구나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이에 따라 기존 금융회사들도 주도권을 놓칠세라 앞다퉈 핀테크 접목에 나서고 있다. 은행권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전문 은행 출범 이후 디지털 영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최근 모바일 통합 앱을 내놓은 신한은행을 비롯해 우리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등이 모바일에서 AI(인공지능)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은행들은 부동산 매물을 찾아 보여주고 대출도 받을 수 있는 '부동산 모바일 플랫폼' 개발 경쟁에도 뛰어든 상태다. 우리은행은 3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해 인공지능·빅데이터 등에 최적화된 차세대 전산 시스템 도입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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