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물적분할 승인 주총 진행
부자간 지분 교환 등 승계 포석 해석도
SPC그룹 사장단 인사 통해 허희수 사장 승진
'대마 물의'에 SPC "허희수 경영 영구 배제" 약속
지난 2021년 슬그머니 경영 복귀 후 올해 승진

(왼쪽부터) 허영인 SPC그룹 회장, 차남 허희수 사장. [SPC그룹 제공]
(왼쪽부터) 허영인 SPC그룹 회장, 차남 허희수 사장. [SPC그룹 제공]

SPC그룹 계열사 파리크라상이 올해 내에 물적 분할을 전격 추진한다. 회사 측은 국내외 다양한 브랜드와 투자·사업이 한 법인에 모여 있던 기존 구조를 재정비해 의사 결정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경영 판단이고 분할 취지를 설명했다. 다만 재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그룹 승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파리크라상은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어 물적 분할을 의결했다. 회사는 연내 주주총회를 통해 물적 분할을 최종 승인하고 분할 후 조직을 내년 1월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신설 법인의 명칭과 대표 구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파리크라상은 동시에 100% 자회사인 SPC의 합병 절차도 병행한다. SPC는 그룹 내 계열사들의 법무·컴플라이언스·홍보 등 공통 기능을 지원하는 조직으로 합병 후에도 기존 역할을 그대로 유지한다.

파리크라상의 이번 물적 분할 결정은 회사가 파리바게뜨·파리크라상·파스쿠찌·피그인더가든·라그릴리아 등 다수의 외식·베이커리 브랜드를 운영하는 만큼 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앞서 파리크라상은 사업 효율화 차원에서 쉐이크쉑 한국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빅바이트컴퍼니'도 설립한 바 있다.

이처럼 파리크라상은 다양한 브랜드와 해외 사업, 투자 기능이 한 법인에 혼재돼 있었다. 지주사 성격의 역할과 사업회사 역할이 뒤섞인 구조 탓에 의사 결정 속도롸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10일 SPC그룹 허희수 부사장이 서울 도산대로에 오픈 예정인 '던킨 원더스 청담'에서 새로운 프리미엄 콘셉트 프로젝트인 '원더스(Wonders)'를 소개했다[SPC그룹 제공]
10일 SPC그룹 허희수 부사장이 서울 도산대로에 오픈 예정인 '던킨 원더스 청담'에서 새로운 프리미엄 콘셉트 프로젝트인 '원더스(Wonders)'를 소개했다[SPC그룹 제공]

다만 문제는 이번 결정이 그룹 승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룹 지주사 격인 파리크라상은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63.31%, 장남 허진수 부회장이 20.33%, 차남 허희수 사장이 12.82%, 허 회장의 아내 이미향 씨가 3.54% 등 허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재계 전문가들은 SPC그룹이 파리크라상을 물적 분할한 뒤 허 회장과 허 부회장, 허 사장 사이에 주식 교환 또는 현물 출자 참여 범위 조정을 통해 허 부회장과 허 사장의 지주사 지분율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분할이 허 부회장과 허 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SPC삼립 주식을 내주고 지주사 지분을 받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두 형제는 올해 임원 인사에서 나란히 승진하기도 했다 이번 인사에서 SPC그룹은 허진수 사장을 부회장으로, 허희수 부사장을 사장으로 각각 승진시켰다. 본격적인 승계 작업이 시작될 수 있다는 신호다. 차남인 허 사장은 현재 그룹 지분 구도와 떨어져 있는 비알코리아를 맡고 있다. 허 부회장이 베이커리 사업을, 허 사장이 비알코리아와 쉐이크쉑 등 외식 사업을 맡는 방안이 유력하다. 특히 허영인 회장은 1949년생으로 고령에 건강도 좋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지난해 4월 검찰 조사를 받다가 심장 문제로 병원에 긴급 입원하기도 했다. 

다만 SPC그룹 승계의 가장 큰 문제는 명백한 걸림돌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차남 허희수 사장은 2018년 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다. 그는 2007년 파리크라상 상무로 입사해 파리크라상 마케팅본부장과 SPC그룹 전략기획실 미래사업부문장을 거쳤다. 2016년 '쉑쉑버거'로 잘 알려진 미국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 '쉐이크쉑'을 국내로 들여오기도 했다.

문제는 앞서 허 사장이 공범들과 대만 등에서 액상 대마를 국내에 들여와 몰래 흡연한 혐의를 받았다는 점이다. 허 사장은 지난 2018년 6월부터 8월 초까지 국제우편을 이용해 액상대마를 2회 밀수입하고 3차례 흡연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마약류 범죄는 적발이 쉽지 않고 재범 위험성이 높을 뿐 아니라 환각, 중독 등을 일으켜 개인은 물론 사회에도 영향력이 큰 범죄"라고 지적한 바 있다.

SPC그룹은 허 씨가 구속된 다음 날 회사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허 부사장이 그룹 내 모든 보직에서 즉시 물러나도록 하고, 향후 경영에서 영구히 배제하도록 조치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러나 SPC그룹은 결국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불과 3년 만인 지난 2021년 집행유예도 끝나지 않은 허 씨를 SPC 계열사 섹타나인의 신규사업부 임원에 복귀시킨 것이다. 아울러 4년이 지난 4일에는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SPC그룹 차기 '투톱' 자리에 올렸다. 산업재해로 악명이 높은 SPC그룹의 평판에 대국민 약속 미이행이라는 불명예까지 더해진 것이다.

당시 인사를 두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너자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기업 이미지 추락을 피하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거짓 약속을 하고, 세월이 지난 후 이를 슬그머니 번복하는 이같은 재벌의 행태는 처음이 아니다"라며 "직원들은 사소한 실수에도 징계를 받는데, 총수 일가는 범죄를 저지르고 돌아오는 것을 보고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룹 오너가 입장에서는 하루 빨리 경영 승계를 위한 교통 정리를 끝내놓고 싶을 것"이라며 "이번 물적 분할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SPC그룹 관계자는 "이번 물적 분할은 효율성을 높이고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경영 체계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합병·분할 과정에서 인력은 포괄적으로 승계되기 때문에 직원들의 임금과 근로조건, 복리후생, 퇴직금 등은 동일하게 유지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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